분뇨 ‘풍덩’ 폐수 ‘줄줄’ 바다는 공용 쓰레기장
  • 마산.부산 /박병출 부산주재 기자 ()
  • 승인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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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반선에 실어 ‘합법’ 투척.... 당국, 배출량 ‘쉬쉬’

 10년 넘게 경남 마산의 2부두를 정박지로 삼아온 선박 3척 (해만 글러리  삼중 5호  대한 5호)이 창원시의 4부두로 옮겼다. 마산항 개발 계획에 따른 항만공사 때문에 오는 5월 말까지 이용할 임시 거처를 찾아 간 것이다. 그러나 선박 관계자들은 걱정이다. 2부두가 말끔하게 단장되면, 가뜩이나 천억꾸러기 신세인 자신들이 아주 쫓겨나지나 않을지 불안한 것이다.

 2부두에 인접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악취와 위생문제를 들어 이들 배에 대해 민원을 계속 제기해 왔다. 1994년에는 한 차례 운항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가, 중소기업체들의 ‘역민원’ 덕분에 가까스로 되살아나기도 했다. 그라나 민원에 앞서 색각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는, 이들이 맡고 있는 ‘임무’이다. 3척의 배가, 욱상에서 배출한 각종 폐기물을 바다로 실어내는 운반선이기 때문이다.

 마산항에 폐기물 운반선이 처음등장한 것은 1988년 11월이다. 해양수산청 관계자에 따르면, 마산시가 각 가정에서 수거한 분뇨를 바다에 내다 버리기 위해 운반선 ‘유치’를 요청해와 부산의 한 업체가 소유한 선박에 마산항 운항을 처음 허가 했다고 한다. 1990년과 1993년 1척씩 늘어 모두 3척이 되었다. 초기에는 분뇨를 실어 날랐는데, 끊임없는 민원에 밀려 1993년 이후에는 취급을 중단했다. 현재 처리한는 것은 주로 축산 폐수와 기업체가 배출하는 폐기물이다.
 
한쪽에선 ‘바다살리기’ 한쪽에선 ‘바다 죽이기’
 지난 한해 마산항에서 합법적인 과정을 거쳐 바다에 내다버려진 페기물은 42만4천여t, 축산 폐수가 20여만t으로 가장 많다. 그밖에 수산물 가공과정에서 나온 생선찌꺼기나 정수 오니(汚泥),일반 폐수나 폐수 처리 오니 등 다양하다. 이것들을 육상에서 차량으로 모아온 뒤 배에 싣고 멀리 공해로 나가 버리는 것이다.

 현재 동해 두곳 서해 한 곳 등 배출 해역을 모두 세 군데 지정한 정부는, 이를 다시 갑  병  정 해역으로 세분해 배출가능 폐기물을 구분하고 있다. 관리도 엄격해 보인다. 5년마다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수심  조류  폐기물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해역과 배출 총량을 조정하는 등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바다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는 뒤편에서 폐기물을 바다에 수장하는 이중 정책을 펴고 있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환경부가 맡고 있던 관리를 해양경찰청(해양수산부)으로 넘긴 것도 이를 시사한다. 환경보다 ‘오염원 관리’또는 ‘방재(防災)’ 개념의 관리 감독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폐기물 해양 투기는 국익 차원의 정책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수 밖에 없다. 환경을 강조하다 부작용을 빚으면 육상에 감당할 수 없는 폐기물 대란을 초래한다. 당장은 엄격한 관리가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1996년 업무를 넘겨받은 해경은 GPS(인공위성 자동 위치 측정 장치)를 이용해 폐기물 운반선을 감시하고 있다. 컴퓨터와 연결된 항해기록장치를 통해 배의 운항 위치  속력  배출 펌프가 작동하는 시간과 위치 등을 자동 기록해 운반선이 지정 해역 밖에 폐기물을 버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앤 것이다.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해양 환경을 보존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선진국들조차 대부분 폐기물을 해양 투기를 합법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100여 해양국이 채택한 ‘마폴(MARPOL)7378 협약’은 이에 관한 가장 중요한 협약이다. 해양 투기를 허용하는 폐기물의 종류와 양을 규정한 이협약이 1973년에 제정되고도 규제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이유로 각국의 비준을 받지 못하다 규제가 대푝 완화된 내용으로 5년만에야 채택된 사실이 협약국들의 고민을 반증한다.

 국내법인 ‘해양 오염 방지법’은 이 협약 내용을 반영한 것인데, 배출 폐기물의 종류와 배출 형태, 방법 따위를 상세히 규정했다. 액상(液狀)폐기물은 지정 해역을 시속 4노트이상 속도로 운항하며 배출하는 ‘확산식’으로, 준설 토사나 오니등 고형(固形)페기물은 한 지점네 정지해 배출하는 ‘집중식’으로 배출하는 것이 대체적인 방법, 쉽게 말해 바다에 푸어 희석하거나 가라앉히는 처리 방법이다. 분뇨 처리 전 처리를 거치도록 하거나 특정 성부을 섞어 침전을 촉징하는 등 조건이 따르기도 한다.

 우리 정부의 큰 고민은, 국제적인 분위기가 다시 해양 투기를 엄격히 규제하는 쪽으로 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72 런던 협약’이다. 발효 시간를 30년 가까이 미루어 온 이 협약은 1996년 당사국 15개국을 포함해 26개국만 동의서를 제출하면 발효하도록 내용을 개정했다. 빠르면 2003년께 발효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협약은, 해양 배출 가능 폐기물을 일곱가지로 제한해 1993년 가입한 우리나라도 관련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분뇨 처리이다. 지금은 협약이 허용한 하수 오니를 포괄적으로 해석해 분뇨를 포함하고 있으나 가입국 중 상다수가 종말처리장에서 발생할 물질만을 의미한다는 견해여서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1차 처리(전 처리) 과정만 거쳐 해양에 배출하는 방식은 금지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선진국들은 규제 강화 추세
 어려움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일본 등 주변국은 이미 국내법을 손질해, 협약 내용을 시행하고 있는 상태인데, 우리 사정은 여의치 못하다. 폐산(廢酸)과 폐알칼리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1998년부터 해양 배출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었던 정부는 IMF관리 체제이후 경제계의 반발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1998년 배출량 기준으로 내년까지 매년 배출량을 주여 가다가 2002년부터 이를 금지한다는 유예 조항을 두었다. 그러나 관계 부처는 1998년 기준량은 물론 현재 배출량도 공개하기를 꺼린다. 지난해 마산항에서만 1000t 가까이 선적하는 등 아직도 ‘상당량’을 바다에 버리고 있어 주변국과의 관계를 의식하는 탓이다.

 우리나라 역시 ‘주변국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 러시아의 핵폐기물 동해 투기 파문이 그것이다. 방사성 폐기물 해양 투기 금지 협정(1982년)잉후에도 러시아가 동해에 이를 계속 버려온 사실이 1994년에 드러나 방사능 오염 우려를 샀던 것이다. 다음해에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조차 1940년 대부터 무려 15만t에 달하는 핵폐기물을 북대서양에 버려온 사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산하 원자력청(NEA)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자연 환경은 우리가 빌려 쓰고 후손에게 돌려줘야 할 영원한 유산’이라는 말은, 바다라고 예외일 수 없다. 결국 시기가 문제일뿐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사용하는 일은 언젠가 끝내야 한다. 그래서 런던 협약 발효에 대비해서라도 오래 전부터 대책을 서둘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물어물하다가는 폐기물 대란을 피할 길이 없다. 폐기물 운반선 업체의 한 임원은 “사람들은 폐기물이라는 말만 나와도 우리를 악당 취급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바다에게는 죄인이지만(육상의)사람들에게는 은인이다. 폐기물 매립장이나 소각장 같은 혐오 시설을 반기는 사람도 지역도 없는 상황에서 해결사 노릇을 해왔지 않은가”라고 항변했다.

 부산 감천항에서는 지금도 많은 때는 하루 3천t 가까운 분뇨가 바다로 실려 나간다. 경남 도청 소재지인 창원시의 경우 6년여에 걸쳐 8백억원을 들인 문화예술 회관을 최근 준공했지만, 그 ‘문화 시민’들이 배설하는 하루 4백t의 분뇨는 1차 처리후 바다에 풀어넣는 비문화적 방법으로 처리한다. 배출을 줄이고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해 땅에서 나온 것은 땅으로 돌려보내는 폐기물 처리 대책만이 바다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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