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자존심’누가 진짜냐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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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과 JP 대리인의 결투

이인제의 정면 도전에 이어 측면 공격수로 나선 김용환 한국산당 대표가 JP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지역구이다. 자민련은 ‘배신자 김용환’을 혼내겠다며 표적 공천 후보로 이긍규 의원을 내세웠다. 이후보는 보령․서천이 통합 지역구가 되기 전인 15대 때 서천에 출마해 2위와 1천5백표 차이로 당선했다. 한나라당은 서천 출신 안흥렬 후보를, 민주당은 보령 출신 김명수 후보를 내세웠다.

내각제 유보 이후 JP와 결별하고 희망의 한국신당을 창당한 김용환 후보는 지난 2월 함께 손잡았던 허화평씨가 민국당으로 갈아탄 뒤 단기필마의 심정으로 자기 지역구에 배수진을 쳤다. 어떤 일이 있어도 김용환을 제거하겠다고 벼르던 JP는 이곳에 서천 출신 현역 원내총무인 이긍규 후보를 내세웠다.

초반에는 JP의 희망이 먹혀드는 것처럼 보였다. 자민련 이후보가 김용환 후보를 한동한 리드한 것. 그러나 3월 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김후보 지지도가 맹렬히 치솟으며 역전극이 펼쳐졌다. 여기에는 김후보가 내세운 ‘충청친의 진짜 자존심’과 인물론 외에도 소지역주의 바람이 한몫을 했다. 보령 출신인 김후보와 서천 출신인 이후보가 대결하면서 6 대 4(보령 대 서천)인 인구 비율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여기에 갑자기 획정된 선거구도 민심에 영향을 미쳤다. 서천을 부여와 통합하지 않고 보령에 붙인 것은 JP가 김용환을 죽이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여론이 보령 주민 사이에 널리 퍼진 것이다.

지역 판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자민련 이긍규 후보는 녹색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소지역주의에 대항해 충청인의 진짜 자존심은 JP이고 자기는 그 대리인이라는 전략으로 표밭갈이에 분주하다. 여기에 김용환 후보와 비교해서는 물론 자민련 현역 의원 중 드물게 시민단체 낙천 대상에 들지 않았다며 참신성과 청렴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치솟아 오르는 김용환 후보 지지도에 이후보측은 잔뜩 긴장한 채 중앙당의 특별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본격 선거전이 펼쳐지면 보령․서천을 녹색 바람의 진원지로 삼아 달라는 주문이다. JP도 이 지역 정당 연설회에 참석해 바람을 불러일으킬 각오를 하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적으로 돌아서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이 지역의 싸움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을 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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