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터 잡고 이 지역 사람 쓴다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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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황량한 광주시 하남공단. 아직은 공장들이 듬성듬성 섬처럼 떠있는 상태이지만 지방시대를 맞아 만년 소비도시 광주가 호남권의 중심적 생산도시로 탈바꿈하는 꿈틀거림을 느끼게 한다.

 지난 84년 이 공단 1차단지에 진출한 대우전자는 감칠맛 나는 전라도 사투리로 왁자지껄하다. 생산라인에서 부산하게 손을 놀리고 있는 노동자 대부분에 현지 고용인이다. 지금까지 광주지역에 공장을 둔 대기업들의 형태가 이제는 ‘ 현지화’단계로 진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광주지역에는 대우 삼성 아시아자동차 금성 등 대기업이 진출해 있다. 그중에서도 대우그룹은 다른 데에 비해 ‘광주공략’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하남공단 1차단지의 대우전자 대우캐리어 대우모터 등에서는 약4천6백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87년부터 50여억원을 투자해 2월초 광주에 직영정비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 관련업계는 기술이전과 자동차부품산업으리 활성화를 예상하며 잔뜩 부풀어 있다.

 삼성은 열세지역 공략에 막 들어선 참이다. 지난해 3월말 하남공단내에 자판기 전문생산업체인 ‘광주선자’를 독립법인으로 세워 분위가를 파악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라는 지명을 회사명으로 사용함으로써 연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기위해 애쓰고 있는 느낌이다.

 “일종의 응수타진이라고 봐야지요.” 광주전자 -東- 인사차장의 말은 삼성이 광주잔자를 이지역 진출의 성패를 가름하는 교두보로 삼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로 진출하겠지만 아직 낙관은 어렵다는 조심스런 자세이다. 이전에 금성은 사업채산이 맞지 않아 하남단지에 확보해놓은 부지 10만평을 광주시에 반환한 일이 있다.

 대우전자 호남공장은 하루에 줄잡아 80여명의 현지주민방문단을 유치, 공장을 소개하고 간단한 선물을 제공하는 등 기업이미지 관리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 공장의 李東- 총무과장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된 이 지역에 대단위 공장이 세워지자 지역주민들 사이에 ‘우리지역 공장’이라는 의식이 확산돼 기업홍보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대우는 지자제가 실시되면 지역주민의 연고기업제품 선호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에 대비, 신규산업의 지방유치와 관리·영업기능의 지방분권화를 꾸준히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광주·전남의 대졸취업률이 45.5%로 전국 평균 62.9%에 크게 못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기업 진출이 이 지역에 몰고올 고용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전자 호남공장의 경우 전직원의 93%가 호남지역 출신이다. 전남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전자 호남공장에 근무하고 있는 ---(28)씨는 “그룹공채를 거쳐 입사했는데 이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며 자신의 채용배경을 나름대로 풀이했다.

 지난해 10월말 대우전자 호남공장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 이공장에 납품하는 2백60여 하청업체가 도산위기에 처한적이 있었다. 당시 광주시는 국세청 노동청 한국은행광주지점 광주은행 등과 관계 기관대책회의를 설치해도산 우려가 있는 하청업체의 구제방안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었다.이처럼 대기업에서 발생한 한건의 화재가 지역경제를 뒤흔들 만큼 호남권의 경제구조는 취약하다. 한마디로 대기업이 ‘기침’하면 지방기업은 ‘몸살’을 앓는 셈이다.

 이런 취약한 경제구조 때문에 대기업의 진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광주의 중소건설업체인 삼정건업 朴-- 부장은 “중소건설업체들이 자기 발로 대기업의 우산 아래 들어가 지역경제가 대기업의 입김에 좌우될 여지가 있다”고 걱정했다.

 이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다수의 고아주지역 경제인들은 생산도시로의 변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광주 상공회의소 부회장인 박선홍씨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에서 자자제가 실시되면 지역주민의 조세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제한 뒤 “주민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광주의생산도시화가 불가피하고 , 이 지역의 취약한 경제구조로는 대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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