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기록을 알면 프로야구 기쁨 두 배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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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선수 ․ 팀 콕 찍어 보아야 관전 묘미 증가”

1982년 3월27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한국 최초의 프로 야구 경기는 아직 야구팬들의 가슴에 짜릿하게 남아 있다. 삼성 대 MBC의 개막전. 군사 정권이 ‘우민화 정책’을 위해 급조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 날 경기에는 모두 2만7천여 관객이 몰려들었다. 7대7이라는 점수가 보여주듯 경기는 9회 말까지 팽팽했다. 승부를 가리기 위해 연장10회에 들어갔을 때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MBC의 이종도 선수가 삼성 투수 이선희로부터 만루 홈런을 뽑아낸 것이다.

 그 뒤 수많은 사람이 그같은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속속 경기장을 찾았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통쾌한 홈런과 경쾌한 도루, 숨막히는 전략을 보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보기에 한국의 관중은 아직 프로 야구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고 있지 못한다. 그들은 ‘좋아하는 선수나 팀이 하나도 없다면 프로 야구를 보지 말라’고 말한다. 선수 프로필이나 기록을 모르고 승부의 세계에만 관심을 갖는 관람은 소금 빠진 국처럼 싱겁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선수의 인생사와 그들이 세운 기록을 많이 알면 알수록 야구는 재미있다. 누가 도루를 잘하고 찬스에 강한지를 알면, 스스로 감독이 되어 머리 속으로 작전을 짜고 선수 기용도 할 수 있어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라고 소개한다.

그렇다면 4월5일 개막전을 앞둔 2000년 프로 야구는 어느 선수와 어느 부분에 눈길을 주어야 더 재미있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특별한 선수’들을 주목하라고 권한다.

비운의 스타들 재기할까  
  프로의 세계는 비정함 그 자체이다. 한 번 ‘망가지면’ 영원히 잊힐 가능성이 높다. 현대 투수 임선동(27)도 지난 몇해 동안 그럴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보였다. 대학 시절 그는 제2의 선동렬이라고 불리며 박찬호를 능가하는 실력으로 국가 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일본 프로 야구 진출이 좌절된 뒤 깊은 수렁에 빠졌다. 1년간 방황한 뒤(1997년)7억원이라는 엄청난 계약금을 받고 LG에 입단했으나, 이미 그는 특급 투수가 아니었다. 어깨가 부상한 상태로 3년간 거둔 성적은 12승 14패. 급기야 그는 지난해 현대에 팔리는 신세가 되었다.

 올해 시범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임선동이 예전의 실력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한다. 구속 145㎞를 넘나드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시범 경기에서 삼성의 강타자 이승엽 ․ 훌리오 프랑코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과연 그가 옛날의 명성을 되찾을지 관심거리다.

 국가 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던 롯데 투수 손민한(25)도 잊혀진 미완의 대기. 1997년 계약금 5억원을 받고 입단했을 때, 전문가들은 10승은 거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잦은 어깨 부상으로 그가 지난 2년 동안 올린 성적은 고작 1승3패2세이브. 올해 들어 그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시범 경기에서 최고 구속 144㎞를 기록하며 최고의 투구를 보여준 것이다.

 ‘팔색조’ 조계현(36).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그를 아직도 그렇게 기억하는 팬이 많다. 하지만 지나해 그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삼성으로부터 연봉 1억8백만원을 받으며 거둔 성적은 12경기 등판에 3패(방어율 11.51)뿐. 결국 그는 방출되었고, 은퇴 위기에까지 몰렸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해태 코치였던 두산의 김인식 감독. 조계현은 김감독의 ‘은혜’에 답례하듯 지난해 연봉의 50%에 계약하고 ‘싸움닭’이 되기로 했다. 그가 올해 두산 유니폼을 입고, 친정인 해태와 자신을 방출한 삼성을 어떻게 쪼아댈지 궁금하다.

 국가 대표 강타자로 활약했던 강 혁(26)선수의 재기도 주목거리이다. 1993년 두산과 입단 계약을 한 뒤 한양대에 진학해 영구 제명되었던 그는, 지난해 가까스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15경기에 나가 20타수 3안타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 역시 시범 경기에서 옛 기량에 버금가는 타격을 선보였다.

기록의 사나이들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은 올해 또 신기록을 세울까? 벌써 많은 야구팬이 그가 쓸 새로운 ‘야구사’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최다 홈런(2백72개), 최다 타점(916점), 최다 득점(841점), 최다 2루타(2백63개)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의 방망이가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해진다면 3백 홈런, 1,000타점, 900득점을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또 하나 관심거리는 해태의 김성한 선수가 세운 최다 안타(1천3백89개)보다 몇 개 더 안타를 칠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장종훈의 안타 기록은 1천3백88개.

 삼성의 ‘핵잠수함’ 투수 이강철(34)의 최다승도전도 볼거리이다. 지나해까지 1백32승을 올린 그는, 국보급 투수 선동렬이 가지고 있는 1백46승을 넘어서겠다며 투자를 앞세우고 있다.

 최고령 투수 김용수(40 ․ LG)의 3백 세이브 기록 도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까지 2백98세이브를 기록했기 때문에 무난히 3백 세이브를 오릴 것으로 보인다.

  도루에서는 현대의 전주호(31)가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 현재 3백39번 도루를 한 그가 올해 서른세 번만 더 도루에 성공한다면 이순철(삼성코치)이 가지고 있는 최다 도루 기록 3백71개를 갈아치운다.

 현대 박재홍(27)선수의 40(홈런)-40(도루)가입 여부도 관심거리이다. 박재홍은 30-30에 두 번 가입한 적이 있어 전망이 밝은 편이다.

무서운 신인들
  3월17일 LG와 롯데의 시범 경기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LG특급 루키 경헌호(23)였다. 그는 4이닝 동안 145㎞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단 1안타(무사사구)만 허용하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올해 신인 가운데 가장 많은 계약금(3억9천9백만원)을 받은 그가, 신인왕에 등극할지 주목된다.

 경헌호와 함께 전문가들의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신인 선수는 한화의 조규수(19)와 LG의 장준관(19). 천안북일고를 졸업한 조규수는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고교 시절 ‘제2의 정민철’로 불릴 만큼 빼어난 제구력을 자랑했다. 대구상고를 나온 장준관은 공 끝에 힘이 있고, 변화구 제구력도 일품이어서 좋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타자로는 현대의 전근표(23)선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힘 있는 왼손 타자여서 벌써 우완 투수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용병들의 전쟁
  각 구단은 ‘올 프로 야구는 용병들에게 달렸다’며 그들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삼성 라이온스는 보기 드물게 ‘대어’를 낚아 시즌이 하루빨리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인 호리오 프랑코선수(도미니카 공화국). 삼성이 나이도 많고, 키 182㎝에 몸무게 85㎏밖에 안 되는 ‘평범한 체격’인 프랑코 선수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화려한 성적 때문이다. 그는 1990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MVP, 1991년 아메리칸리그 타격왕(타율3할4푼1리)에 올랐다. 1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세운 통산 타율은 3할1리, 홈런 1백41개, 타점981점. 시범 경기에서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로 안타와 홈런을 만들어내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또 다른 선수로는 지난해에 한화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킨 데이비스(30)와 로마이어(35)가 있다. 로마이어는 지난해에 홈런 45개를 날려, 이승엽(53)을 바짝 뒤쫓았었다. 그는 시범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려 여전히 엄청난 힘을 과시했다.

 롯데가 새로 영입한 테드 우드(34 ․ 미국)도 관심을 끄는 선수이다. 우드는 1989~1993년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고, 1997~1999년 타이완 프로 야구에서 타율 3할7푼3리를 기록했을 정도로 정교함을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롯데는 투수 에밀리아노 기론(28 ․ 도미니카 공화국)에게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연봉4만 달러를 받고 방어율3.30, 5승1패2세이브라는 좋은 기록을 올린 기론은, 올해 15승에 도전한다. 연봉 8만 달러에 걸맞는 승수를 쌓겠다는 것. 그는 시범 경기에서 현란한 체인지업과 144㎞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선수들을 농락해, 자신의 말이 허풍이 아님을 예고했다.

 현대의 에디 윌리엄스(36 ․ 미국)도 기대주. 1983~1998년 메이저리그(통산 타율 2할5푼2리, 홈런 39개)와 마이너리그(2할9푼9리, 1백83개)에서 활동했는데, 시범 경기에서 거포다운 면모를 보여 현대는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외 두산 강타자 우즈(31) ․ 투수 파머(32), 해태 투수 피어슨, LG 투수 데니 해리거도 눈길을 끄는 용병들이다.
 
스타들의 자존심 싸움
 
  올해 이승엽(23)이 가장 많이 홈런을 빼앗고 싶은 투수는 아마도 현대의 정민태(31)일 가능성이 높다. 연봉 3억1천만원을 받아 프로 야구 최고 연봉을 기록한 정민태. 삼성 이승엽은 3억원을 받고 ‘정민태 선배가 자기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고 양보했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혹한 것이다. 3억원을 받은 이승엽이 천 만원을 더 받은 정민태의 공을 어떻게 공략할지 지켜보면 야구가 더 재미있을 것이다.

 하일성KBS 야구 해설위원은 “이승엽과 용병들의 홈런왕 대결도 관심거리다”라면서, 특히 이승엽과 삼성의 거물급 신인 프랑코 선수와의 싸움을 눈여겨보라고 권한다.

 지난해 45개를 쳐내 53개를 친 이승엽을 바짝 뒤쫓았던 한화의 로마이어와 삼성 스미스(40)선수의 추격전도 볼 만할 듯.

 이 외에도 SK와이번스의 성적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SK는 지난해 13승을 거둔 두산 투수 강병규(28)를 영입하고, 용병을 3명 확보해 올해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돈을 들여 자유 계약선수 3명 가운데 LG포수 김동수와 해태 투수 이강철을 데리고 간 삼성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도 관심거리이다. 그리고 재계 라이벌인 삼성 ․ 현대 ․ LG의 3파전도 볼 만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프로 야구를 좀더 재미있게 보려면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어느한 선수를 콕 찍어 놓으면 계속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첨단 시대답게 인터넷 정보를 많이 활용하라고 입을 모은다.
吳允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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