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사랑하는 극단 만들겠다”
  • 전주. 이문재 기자 ()
  • 승인 200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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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고금석씨, 전주시립극단 상임 연출 맡아

서울에서 활동하던 연출가 고금석씨(극단우리극장 대표)가 최근 전주시립극단 상임 연출로 취임했다. 고씨처럼 오랫동안 ‘중앙 무대’에 서던 연극인이 지역 극단을 자청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현재 전국의 관립 극단은 13개. 이 가운데 수도권인 경기도립과 인천시립 극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현지 연극인이 상임 연출을 맡고 있다.

 그는 진작부터 전주와 인연이 있었다. 1990년 전주시립극단 객원 연출로 고 은 시인의 <만인보>를 각색해 전북예술회관 무대에 올린 바 있다. 그때 전주 지역 배우들이 갖고 있는 소리와 몸짓 언어가 다른 지역보다 탁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면 침체으 늪에 빠져 있는 한국 연극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고씨는 말했다.

 이번 상임 연출 공개 채용은 매우 까다로웠다. 서류 심사를 거쳐 5일 동안 단원들과 실제로 연습한 다음, 심사위원4명의 판단과 단원들의 평가를 종합해 최종 결정했다. 중견 연극인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일부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심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지역 특유의 폐쇄성과 배타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앞으로 2년동안 전주시립극단 무대를 책임질 그의 운영계획서는 단단하다. 궁극적으로 영세성과 지역성을 탈피하고 ‘현장 종합 행위 예술’을 지향할 참이다. 우선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극단 소식지를 창간해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힐 예정이다. 하눅ㄱ적 소재를 발굴해 예술성에 승부를 거는 정기 공연(연 2회)과 주부 ․ 학생 ․ 소외 계층을 위한 상설 레퍼토리를 올리고, 일본 ․ 중국 등 해외 공연과 지역 축전 및 연극제에 참여하는 순회 공연을 펼치기로 했다.

 교육 문제를 다룬 <광대학교>가 올 상반기 상설 레퍼토리, 7월에는 분교나 폐교를 얻어 어린이 방학 캠프를 열고, 8월에는 재일 동표 권희로씨의 삶을 조명하는 영상 뮤지컬 <조센진>을 전주에서 초연한 뒤, 서울 ․ 일본 ․ 중국 관객들에게도 선보이기로 했다. 무엇보다 공연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이벤트와 관객에 대한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 시민들과 가까워지겠다는 고씨는 “내년쯤 최명희 원작<혼불>이나 논개, 만덕을 주인공으로 한 총체극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1971년 배우로 출발한 고금석씨는 고려대 총연극부(고대극회)에서 <허생전>을 연출하며 1970년대 대학극 전성 시대의 스타로 떠오른 이래, 프라이에 뷔네와 국립극단에서 활동한 바 있다. ‘만남’을 키워드로 하는 깊이 있는 작품 해석과 다양한 장르를 포섭하는 속도감 있는 연출력으로 <관객 모독> <카스파> <파우스트> <풍금이 있던 자리> <리어왕>등 지금까지 50여 편을 무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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