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적’스트레스
  • 정도언 (서울의대 교수·정신과) ()
  • 승인 199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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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물가도 원인···고혈압, 당뇨, 암등 질병유발

 40대 한국인 남자들의 사망률이 아주 높다는 보고가 있었다. 왜 하필이면 한창 일할 나이의 씩씩한 남자들이 쓰러져 가는가? 여러 가지 해답이 있겠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40대 남자들의 역할을 감안할 때 ‘스트레스’가 중요한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40대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 일상생활 속에서 상당한 스트레스에 쌓여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나 물의 존재를 의식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스트레스에 대해 말은 많이 하면서도 실상 그 정체와 무서움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지내고 있을 뿐이다. 과연 스트레스는 무엇이며,그 많고 적음은 측정 가능하며,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우리의 몸과 마음은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이를 ‘항정상태’라고 한다. 이 항정상태를 깨뜨리는 모든 자극들을 ‘스트레스’라 하고 자극에 의해 변화된 몸이나 마음의 불균형 상태가 ‘스트레스 상태’이다.

 스트레스 상태를 일으키는 자극은 무궁무진하다. 소음,날씨의 변화등과 같은 물리적 자극도 있고, 오염된 공기와 같은 화학적 자극도 있으며 대인관계 문제와 같은 심리적 자극도 있다. 정치적 소요, 행정의 일관성 결여나 물가의 오름세와 같은 사회적 자극도 빼놓을 수 없다.

 스트레스의 정도는 정량화할 수 있다. ‘스트레스 평가 척도’를 이용하여 각 개인이 일정기간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의 양을 점수로 나타낼 수 있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우리 몸과 마음과 행동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먼저 몸과 마음이 알게 모르게 놀라는 반응이 나타난다. 다음단계로는 스트레스 상태에 저항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끝으로 이 작업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고만다. 그 결과 긴장 불안 우울 등의 정서변화가 나타난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나며, 다른 사람과 다투기 쉽다. 지나치게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술을 많이 마시게 되기고 한다. 일의 능률이 떨어지기도 한다.

 몸의 변화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현대까지 보고된 흥미로운 연구결과 중의 하나는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여러 가지 질병들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분노를 억제할 경우 고혈압에 걸리기 쉽고 심근경색 환자들의 경우 발병 전6개월간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 당뇨병의 발병에 관해서도 동일한 소견이 발표된 바 있다. 암의 경우도 암으로 진단받기 전 상당 기간 우울한 증상(주로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것에 관한 애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되었다. 우울증에 걸리면 체내 면역세포들의 기능이 약화된다는 기초연구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것은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카테콜아민 성장호르몬 갑상선호르몬 등 다양한 호르몬들이 분비되어 우리 몸과 마음이 신경생리학적인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인지·행동 요법, 정신치료, 이완요법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치료시 대부분의 경우 스트레스 해소법에 관한 구체적인 처방이 없음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제 우리가 막 공기와 물의 종요성을 인식해 환경오염에 관해 여러 가지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있듯이 국민보건의 측면에서 스트레스와 건강에 관해서도 개인적·정책적 관심을 좀더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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