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조세형 최고, 단독으로 개혁 평가
  • 편집국 ()
  • 승인 199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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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형 최고, 단독으로 개혁 평가
총력 지원받은 민자당과 대조

 지난달 26일 국회의사당의 시설들은 민주당 趙世復 최고위원을 위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최고위원이 대표로 있는 한국정학연구소는 이 날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창조적 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요즘 논쟁을 낳고 있는 金泳三 대통령의 개혁작업에 대한 중간평가를 시도했다.  또 저녁에는 후생회관에서 지지자 4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후원회의 밤 행사를 갖고 개인 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조최고위원이 개최한 토론회는 마침 같은날 민자당이 ‘김영삼 정부 개혁1백일 정책대토론회’를 연 것과 여러 면에서 비교되었다. 민자당은 개혁 1백일을 앞두고 청와대와 당의 총력 지원을 받아 잔치 형식의 토론회를 성황리에 끝냈다. 

 반면 민주당은 조최고위원이 개인적으로 마련한 토론회에 ‘거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극적 입장만을 보여 개혁에 대한 평가작업 마저도 민자당에 한발짝 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조최고위원은 재산 공개 파동으로 모든 정치인들이 얼어붙어 있을 때부터 “결코 감정적 차원이 아닌 논리적 차원의 건전한 비판으로 대안을 제시해 한 개인의 힘만으로 변화와 개혁이 주도되는 독점 현상을 정치권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는<한국일보> 편집국장 출신 논객답게 민주당내에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사정 작업의 균형과 형평성에 대해 가장 많이 지적한 사람이다.  이번 토론회는 그의 이런 생각이 실천적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외유내강 이인제 노동부장관
‘균형잡기’정책에 찬반 양론

 언뜻 보기에는 부드럽고 평범하고 선이 나약해 보이는 정치인이 李仁濟 노동부장관(민자. 안양갑)이다.  그러나 그를 좀더 겪어본 사람들은 그 부드러움 뒤에 도사린 당찬 면모에 혀를 내두른다.  6공 초반 광주청문회에서 이장관은 크게 ‘튀지’않으면서도 차분한 일문일답으로 증인들을 심문함으로써 주변에서 ‘진짜 청문회 스타’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이장관은 행정부에서도 외유내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청와대 경제팀, 행정부 내 경제 관련 부처, 재계의 눈총도 아랑곳없이 획기적인 노동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장관은 그동안 굳어져온 무노동 무임금 정책 기조를 부분임금제로 전환하려는가 하면, 합법 쟁의일 경우 인사. 경영권에 관한 것이라도 노동부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물론 이장관의 정책 기조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우선 경제 정책을 둘러싼 박재윤 대통령경제특보와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고, 재계에서도 ‘장관이 지나치게 노동자적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노동부가 그동안 워낙 재계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왔기 때문에, 이장관의 ‘균형 잡기’가 다른 한쪽 편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라면서 이장관을 옹호하고 있어 좋은 대조를 보인다. 

 정가와 노동계, 재계에서는 김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이장관의 외유내강을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다.

전민련 의장∙ 안기부장 출신
두 의원 ‘다정한’ 러시아 출장

 국회 외무통일위 소속인 민주당 이부영 최고 위원과 민자당 안무혁 의원이 최근 함께 해외출장에 나선 것이 화제다.  같은 상임위 소속의 여야 의원이 함께 해외에 출장가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흥미있는 대목은, 이 최고위원은 6공 때 가장 큰 재야 단체였던 전민련 의장이었고, 안의원은 5공 말기 안기부장을 역임했던 경력 때문이다.  상극의 입장을 경험했던 두 사람은 최근 우즈베크∙카자흐∙타지크 공화국의 교포들을 만나보기 위해 출국했다. 

 이 출장은 이최고위원이 먼저 제안했는데 안의원 역시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동행하게 된 것이다.  이최고위원은 “여야 사이에 싸움질이 아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한다.  여야가 문제를 같이 고민하며 부둥켜안고 해결하는 풍조를 만들기 위해 안의원과의 해외출장을 흔쾌히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동포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앞으로 민족문제. 환경문제 등 여당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가 여당측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재야’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몸놀림일지도 모른다.

찬양 일색 민자당 토론회
안동일 변호사‘신김치’로 반박

 민자당의 ‘김영삼 정부 개혁 1백일 정책대토론회’는 토론회라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의 직계가 다수 참여해 일방적인 홍보대회 같은 인상을 주었다. 

 특히 金德龍 정무장관의 “법과 제도 완비보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과 결단이 앞서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에 토론자들은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았다.  김자관은 또 ‘人治 가 아니라 民治'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安東壹 변호사는 김대통령의 개인적 통치가 강조되다 보니 ’金治'라는 말이 나오고 이 앞에 ‘새 신’자를 붙여 ‘新金治'라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고 공박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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