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과 가네마루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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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부시 회담 추진?

 

 

도쿄에서 회동…‘북·미 관계개선 중개역’ 공감대 형성한 듯

  文鮮明 통일교주의 갑작스런 일본 방문을 둘러싸고 많은 억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13년만에 그의 일본 입국이 허용된 배경에 대한 의혹이다. 문선명씨는 지난달 26일 자민당의 ‘북동아시아의 평화를 생각하는 의원 모임’ 초청으로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일본의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그는 ‘상륙이 허가되지 않는 인물’이다. 문교주는 지난 82년 미국에서 탈세죄로 1년6개월의 유죄선고를 받고 복역한 전과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일본 입국이 불가능한 이른바 기피 인물이다. 또 문선명씨는 79년에 일본 입국을 거절당한 전력이 있다. 그때는 도장·불탑 등을 반강제로 판매하는 통일교의 이른바 ‘영감 상법’과 합동 결혼식이 문제가 돼 불입국 조처를 당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3월 말 그는 도쿄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새 그의 전과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통일교의 ‘영감 상법’이나 합동 결혼식이 없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문교주는 방일 이후 도쿄의 한 호텔에 자민당 의원들을 모아놓고 ‘북동아시아의 평화의 향방’이란 제목으로 열변을 토했다. 이어 자민당 최고 실력자 가네마루 신 부총재와도 회견함으로써 세인을 놀라게 했다.

  이로써 그의 방일 수수께기는 차츰 윤곽을 드러냈다. 그의 일본 입국을 측면 지원한 사람이 바로 가네마루였고 이번 방일의 최대 목적이 가네마루와의 회견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가네마루 자민당 부총재는 잘 알려진 대로 90년 9월 김일성 주석과 단독회견한 이후 북·일 수교 교섭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사람이다. 문선명씨도 작년 12월 고향방문을 이유로 평양에 가 김주석과 포옹한 사람이다.

  이렇게 보면 이 두사람의 접점은 김일성 주석이다. 따라서 양인의 화제는 자연히 핵사찰, 북·일관계, 북·미관계에 집중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또 다른 관측에 따르면 문선명씨는 김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네마루를 만났다고 한다. 가네마루는 지난 2월 비서인 둘째아들 신고를 평양에 세 번째 파견한 바 있다. 파견 목적은 “일·북수교를 앞당기는 길은 핵사찰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다”라는 점을 김주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김주석은 “한입으로 두말하지는 않는다”는 회답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선명씨도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문선명씨의 급격한 노선 전환 때문에 그럴듯하게 포장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아시히신문>은 특파원 사무소 설치를 위한 ‘평양상륙작전’의 일환으로 김주석과 회견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 회견중에 김주석은 문선명씨 이야기를 일부러 끄집어내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독일의 한 여류작가로부터 ‘문선명이를 만나지 말아달라’는 편지가 왔다. 그러나 민족대단결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누구든 상관없다. 그가 통솔하는 반공단체는 세계 각국에 3백여개, 회원이 3백만명이지만 회담 이후 방향을 전환했다. <워싱턴 타임스>는 가장 반공적인 신문이었으나 지금은 반공을 외치지 않는다. 문선명과는 ‘단결하자’고 건배했다.”

  가네마루와 문선명씨를 잇는 접점은 또 있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 문제에 있어 두사람의 역할이다.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가네마루는 현재 미국 방문을 적극 추진중이다. 핵사찰 수용문제를 제쳐놓고 북·일 수교교섭을 적극 후원해온 가네마루는 이 때문에 미국 정부로부터 ‘북한의 앞잡이’란 낙인이 찍혀 그동안 배척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는 이러한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오는 4월 말이나 5월경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부시대통령과의 면담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네마루는 지금까지 북·미 관계개선도 측면 지원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미국 방문 때 북·미 관계개선 문제가 깊숙이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고 일본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문선명씨가 김주석과 포옹한 이후 북·미 관계개선의 중개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가네마루와 문선명씨의 도쿄 회담의 최대목적이 북·미 관계개선에 대한 의견교환에 있었고, 두사람이 내친김에 ‘부시·김일성 회담’을 추진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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