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 바뀐 미.북한 뉴욕회담 미국 ‘초조’ 북한 ‘느긋’
  • 한종호 기자 ()
  • 승인 199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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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오늘

■미국
주객 바뀐 미.북한 뉴욕회담 미국 ‘초조’ 북한 ‘느긋’

 북한의 핵금조약 탈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에서 진행된 두차례의 미⋅북한 회담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6월4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유엔 주재 미 대표부 12층에서 열린 2차 회담에서 양측은 ‘先핵문제 해결 後 관계개선’(미국)과 ‘先 대북한 핵위협 제거 後 핵금조약 잔류’ 주장(북한)을 고수하며 서로 양보를 요구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차례 회담을 마친 양측의 태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2차 회담이 끝난 뒤 미 국무성은 성명을 내고 “북측은 미국과 국제 사회의 우려를 없애주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면서 회담이 실망스러웠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국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북한이 4일 회담에서 양보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회담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측의 단호한 태도에 비해 북한측은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측은 6월6일자 비행기표 예약을 취소하며 양자 간의 실무 협상을 계속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북측 대료인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은 북귀 시한인 6월12일 이전에 또 한차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허 종 유엔 주재 북한 부대사도 <연합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3차 혹은 4차 회담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누차 강조해 온 핵확산금지정책의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든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일정한 성과를 얻어낸 북한은 좀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6월10일 3차 회담설’에 대한 양측의 엇갈린 태도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미국의 아시아 문제 전문가 스칼라피노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핵금조약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핵 문제에 진전이 있을 때까지 미국은 다른 의제에 관한 대화를 될 수 있는 대로 피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6월12일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분명치 않지만 뉴욕 회담에서는 ‘쫒는 자’와 ‘쫒기는 자’가 뒤바뀐 듯한 인상을 준다.

■소말리아
사상 최악 유혈로 얼룩진 PKO

 지난 5일 발생한 유엔 평화유지군 30년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평화가 감돌던 소말리아의 앞날이 어둡다. 소말리아 최대 군벌 모하메드 아이디드의 무장 세력이 자기네 무기고를 사찰하려던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파키스탄 사병들을 공격해 22명을 죽였다. 이 바람에 미군 병사 3명을 포함한 1백여 명이 부상했다. 이번 참사는 지난 61년 콩고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병사 44명이 피살된 후 최악이다. 유엔안보리는 긴급 회의를 소집해 사태에 관련된 소말리아인을 처벌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나라들에게 탱크와 공격용 헬기 등 중화기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조처는 유엔 평화유지군의 임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를 보인다. 다시 말해 평화유지군의 임무가 ‘전투 임무’로 확대될 수 있는 길을 터준 조처인 것이다. 지난 4월 미국이 유엔으로 작전권을 넘긴 뒤 소말리아에서는 평화유지군과 소말리아 무장세력 간에 교전이 끊이지 않았다. 소말리아에는 1만6천7백명의 다국적군이 주둔하고 있다.

■스페인
곤잘레스, 힘겨운 총선 승리…정국 불안 예고

 스페인의 펠리페 곤잘레스 총리(사진)가 이끄는 집권사회노동당(PSOE)이 6일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했다. 지난 82년 10월 집권한 곤잘레스 총리는 22%에 이르는 실업률에다 관리들의 부패로 인기가 떨어지자 6개월 앞당겨 총선을 실시했다. 선거 결과 사회노동당은 하원 3백50석 가운데 1백59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의석은 절대과반수선언 1백75석에는 못미치기 때문에 사회노동당은 앞으로 군소 정당과 제휴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곤잘레스의 인기가 최하로 떨어진 가운데 실시된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그가 이끄는 집권 사회노동당이 승리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우익 독재자 프랑코의 악몽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이 우익인 국민당을 외면한 것으로 본다. 제1야당인 국민당은 종전 1백6석이었던 의석을 1백41석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따라서 스페인은 집권당과 제1야당이라는 양당 중심의 민주주의 체제로 탈바꿈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집권당과 군소 정당 간의 약체 연정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불안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는 유권자 3천만명 가운데 75%가 투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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