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 - 14대 총선 팸플릿 ‘베스트 11’
  • 편집국 ()
  • 승인 199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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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위광고에 속아 산 비누라면 써서 없애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장래를 결정할 정치인은 한번 잘못 선택하면 그 임기 동안 어쩔 수가 없다.” 광고업계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D 오길비(미국)의 말이다. 정치광고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미 소비자들(유권자들)은 상품(후보자)을 선택했다. 그들은 양질의 상품을 제대로 골랐는가. 허위·과장광고에 속아 불량상품을 고른 것은 아닐까.

  이번 총선에서도 각 후보자들이 뿌린 홍보물은 “홍보물 공해”라는 말을 낳을 만큼 넘쳐  흘렀다. 그 많은 홍보물 가운데 공정하고 솔직한 내용을 담은 것은 얼마나 될까. 선거에서 더없이 중요한 정보매체인 홍보물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지난 6일 한국소비자연맹(회장 鄭光謨)이 선정해 발표한 ‘선거팸플릿 베스트11’은 미흡하나마 이러한 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소비자연맹은 지난 총선기간 서울지역에 출마한 후보자 2백명의 팸플릿 중 6백점(1인당 3점)을 모아 자체 위촉한 심사위원 5명의 심사와 이 단체를 찾은 1백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심사위원들은 조세형 의원(민주)의 팸플릿을, 유권자들은 이종찬 의원(민자)의 것을 각각 1위로 뽑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종찬 의원의 홍보물은 심사위원들의 ‘베스트11’에는 아예 들지도 못했으며, 조세형 의원의 홍보물은 유권자들의 평가에서는 8위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심사위원들이 뽑은 상위의 4명 중 당선자는 1명뿐인 데 견주어 유권자들이 뽑은 상위5명은 모두 당선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조세형 의원의 팸플릿은 “전체적으로 깨끗한 인상을 주었으며 인물사진이 진지함과 겸손함을 느끼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김희완(민주) 김동길(국민) 박찬종(신정)씨 등이 양쪽 모두에서 잘 만든 팸플릿으로 뽑혔다.

  호돌이를 심벌마크로 이용해 유권자로 하여금 친근감을 갖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국민당의 팸플릿과 “엄마는 4년 동안 참았습니다”라는 문구로 어려워진 장바구니 경제를 잘 부각시킨 민주당의 팸플릿도 순위 안에 들었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선거팸플릿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좋아졌고, 선거법 위반 사례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팸플릿 내용의 진실성이나 공약에 대한 실천 가능성 여부 등은 더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거 기간 갤럽조사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데 팸플릿과 벽보가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28%로 언론의 보도(15.2% )나 유세(15.1% )를 꼽은 사람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각 후보자의 정치광고가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허위·과장광고와 진실된 광고를 구별해낼 수 있는 소비자(유권자)의 안목이 긴요함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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