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韓․漢 전통의학
  • 문정우 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199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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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대․북경중의학원 교류 협정…“학술․임상 등 괄목할 성과 기대”

 韓의학과 漢의학이 손을 맞잡았다. 경원대 李 寬 총장과 중국 북경중의학원 룽 쯔 시엔(龍致賢․67) 원장은 지난 5월31일 학교교류 협정을 맺고 양국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
 양교는 이에 따라 경원대 부속 서울한방병원에 한의학 공동 연구소를 설치하고 교수 의사 연구원 및 학생을 상호 파견해 공통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교는 또 의학 관련 정기간행물과 학술 자료를 교환 할 예정이며, 권위있는 심사 기구를 만들어 전통의학 발전에 공이 큰 사람이나 단체를 표창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서울한방병원의 최익선 원장은 “앞으로 본교 출신의 신규 교수 및 인턴․레지던트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북경중의학원에서의 연수를 의무 과정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원장은 중국 전통의학이 우리보다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한 것이라며, 양국 전통의학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면 학술이나 임상 등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원대와의 학술교류협정 체결과 공동 한의학 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룽 쯔 시엔 원장도 양교의 협력에 대해 큰 기대를 보였다.

“한국 전통의학도 상당한 수준”
 경원대 한의대 학생들이 성남시 일원에서 벌이고 있는 의료봉사 활동도 참관한 바 있는 룽 쯔 시엔 원장은 “잠깐 동안이지만 서울한방병원과 한방 제약업계를 돌아본 결과 한국 전통의학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양국 의료계가 무릎을 맞대고 머리를 모으면 한국과 중국 국민의 의료 보건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경중의학원은 56년 중국 최초로 설립된 한의과 대학으로서 그동안 전문인력을 7천여명 배출해 중의학과 약학의 보존 발전에 중추적인 구실을 해왔다. 60년 북경의 32개 한의과 대학 중 유일하게 국립 대학으로 승격한 북경중의학원에는 현자 1천여 교수 밑에서 2천6백여 학생이 한의사가 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북경중의학원은 진료․임상실습․연구를 위한 부속병원과 국내외에 시판되는 한약 제품을 생산하는 제약 공장도 갖추고 있다. 이 의학원이 가장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임상의학 분야는 혈관과 면역계 질환이다. 특히 중풍환자 치료와 간염 등 난치병 치료에도 개가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북경중의학원은 중국 기공의학 연구의 본산이기도 하다. 룽 쯔 시엔 원장은 “기공의학이 질병 예방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치료에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신경쇠약, 소화기 장애 등 기능성 질환 치료에는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은데 그밖의 세균성 질환 치료에도 보탬이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경중의학원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전통의학 간호사를 양성하고 있다. 중의학 간호사 수료과정은 3년인데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졸업생을 배출했다. 북경중의학원에서 교육받은 간호사들은 양의학 과정을 수료한 일반 간호사보다 중국 각지의 병원에서 훨씬 우대받고 있다고 한다.

 북경중의학원의 경험은 현재 한약 조제 판매권을 놓고 양의학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국내 한의학계에 좋은 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룽 쯔 시엔 원장은 “전통의학과 양의학은 서로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하느냐이다”라고 말한다. 그게 “중국에서는 전통의학과 양의학이 서로의 잘난 점과 못난 점을 인정하고 협조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사라졌다”고 얘기한다.
文正宇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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