夕刊, 독자와 함께 사라져간다
  • 도쿄. 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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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판매부수 격감ㆍ광고 불황ㆍ구인난 겹쳐…주요 신문도 ‘폐지’ 움직임

조간과 석간을 함께 발행해오던 일본 신문사들이 석간 발행을 폐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가사키 현의 유일한 지방지인 <나가사키 신문>은 지난 5월말 34년간 유지해 오던 조ㆍ석간 발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신문은 그 이유를 조ㆍ석간을 함께 구독하는 독자층이 80년에는 36%에 달했으나 최근 15% 이하로 격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에히메 현의 <에히메 신문>도 작년 3월 비슷한 이유로 석간발행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지는 물론 중앙 일간지도 석간 폐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멀지 않아 일본에서 석간 신문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일본의 신문사들이 조ㆍ석간 동시 발행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은 2차대전 때이다. 대본영이 발표하는 전파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석간 발행이 장려된 때문이었다. 전후에도 이러한 조ㆍ석간 발행 체제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널리 정착해 왔는데, 최근 텔레비전 등 영상매체의 활황으로 ‘석간이탈’ 현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문 발행 부수를 公査하는 일본 ABC협회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과거 10년간 석간 발행 부수가 늘어난 신문은 <일본경제신문>뿐이고 <요미우리 신문><아사히 신문>등 주요 일간지의 석간부수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 신문>의 석간 발행 부수는 조간의 약 절반 수준인 4백만부인데 수년간 매년 1%씩 판매 부수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 신문> 등 주요 일간지들은 석간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차례 석간 지면을 대폭 쇄신했다. <아사히 신문>은 조간에 게재해 온 문화면을 석간으로 옮긴 것을 시작으로 작년 4월부터 텔레비전 프로를 손쉽게 예약할 수 있는 G코드를 석간에 독점게재해 왔다. 또 올해 4월부터는 석간의 일기예보란을 컬러화하기도 했다.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 신문> 역시 조간에만 게재해 온 스포츠 뉴스를 석간에서도 취급하는 등 지면 쇄신에 여념이 없다.

주요 일간지의 이같은 지면 쇄신 전력에도 불구하고 석간의 퇴조 경향은 구조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텔레비전과 뉴미디어(케이블 텔레비전과 문자 방송 등)의 발달로 활자 매체의 제왕격인 신문의 중요도가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본 우정성이 조사한 바로는, 일본인들은 아직 정보 입수처로 신문을 가장 높게 평가(58%)하고 있으나 장래에는 26%로 떨어지리라고 내다본다.

한국의 <동아일보>가 석간에서 조간으로 전환하면서 든 이유처럼 오늘날은 생활습관 변화로 정보와 뉴스를 대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주 2일 휴가제’가 정착한 일본의 경우 토요일의 석간 발행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외국인 배달원 채용도 쉽지 않아
신문사 내부 사정도 석간 방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본의 신문은 약 1%정도 가두에서 팔리고 99%는 배달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구인난으로 배달제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일본의 신문은 60년대만 해도 ‘신문 소년’이라 부르는 중ㆍ고등학생이 배달했다. 그러나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그 비율은 25%로 뚝 떨어지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가정주부나 외국인이 메우고 있다. 주로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사람을 연수 명목으로 불러들여 부족한 인원을 충당해 왔다 하지만 이들도 신문 배달에 종사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하다. 이러한 구인난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배달해야 하는 신문판매 방식을 크게 위협해, 구인난 시대의 가정배달제를 존속시키기 위해서도 석간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 언론계를 강타한 최근의 광고 불황도 석간 폐지를 거론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텐쓰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광고비 총액은 연간 약 5조7천억엔 (약 40조원)에 이른다. 그중 ㅇㄱ 30%가 텔레비전 몫이고 신문은 24%밖에 안 된다.

신문과 텔레비전의 광고비 비율이 역전된 것은 79년의 일이라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일본신문협회 연구소가 펴낸 《2000년의 신문》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75년부터 85년까지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214.1% 늘어났다. 그 사이 광고비 총액은 241% 늘어났는데,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순으로 광고비 성장률이 높았다. 신문은 이 기간에 208.9%에 그쳐 전체 매스컴 분야에서 유일하게 국내총생산 신장률를 밑돌았다.

이 가운데 엎친 데 덮친 식으로 91년부터 광고 불황이 신문업체를 강타하고 있다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91년 신문업계의 전체 광고 수입이 26년 만에 감소했다. 불황으로 구인ㆍ부동산ㆍ주택 광고가 격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문업계만 이러한 광고 불황을 겪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텔레비전업계도 불황으로 스파트 광고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5대 민간 방송국의 결산을 보면, 10여 년간 시청률 1위를 지킨 후지텔레비전만 매출액이 약간 늘었을 뿐 다른 회사들은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모두 줄었다. 특히 민간 방송국 제1호인 TBS의 경영이 크게 악화되었는데, 경상이익이 무려 60% 이상 감소되었다. TBS측은 자동차ㆍ가전ㆍ부동산 회사들의 광고가 격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잡지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일본 주간지 중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주간 문춘》(약 80만부)의 경우 최근 3년간 광고 수입 신장률리 두자리 숫자로 늘어났으나 올해들어 신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또 여성지의 선두주자 《안안》의 경우도 최근 전년의 광고 수입을 크게 밑돌고 있는데, 이는 창간 이래 처음 겪는 일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한때 우후죽순처럼 창간되던 월ㆍ주간지의 휴ㆍ폐간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출판협회 조사에 따르면 92년 한 해 동안 창간된 잡지는 총 1백40개로 91년에 비해 3개 늘었다. 반면 휴ㆍ폐간 잡지는 총 1백22개로 전년 대비 31개나 늘어 광고 불황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광고 불황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의 복합 불황이 장기화할 전망이며, 설령 경기가 회복되어도 이전의 거품경제 때와 같은 광고 호황이 또다시 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지는 물론 주요 일간지가 석간 폐지문제를 본격 검토하는 이유도 바로 광고불황의 장기화 때문이다. 일본 신문사들의 수입은 약 90%이상이 신문 부문에서 나오는데, 그중 구독료와 광고료 수입이 절반씩 차지한다.

예를 들어 <아사히 신문>의 연간 전체 매출액은 약 4천억엔(약 2조8천억원)인데 그중 출판업과 같은 비신문 부문이 약 7~8%를 차지하고 나머지 92~93%는 구독료와 광고료에서 생기는 수입이다.

<아사히 신문> “석간 폐간 안한다”
이 때문에 석간 판매 부수 감소와 광고 불황은 신문사의 경영 상태를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쇠퇴하는 석간을 아예 폐지하고 그 인력과 재원을 조간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경영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사히 신문>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석간을 폐간할 의사가 없다고 천명했다. 아직은 지면을 쇄신하는 방법으로 석간 외면 현상에 대처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금년중에 석간을 폐지하는 중앙 일간지가 나타날 것이라며 ㅅㆍㄷ 신문을 점찍는다. 특히 석간 전면 폐지에 앞서 올 여름 토요일자 석간을 우선 휴간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일본 신문업계가 안고 있는 과제는 석간문제만은 아니다. 금세기 말이면 일본은 1백 채널 시대를 맞는다. 치열한 전과 경쟁에 맞서 활자매체의 장기적인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아사히 신문>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21세기에는 종합정보산업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신문의 수입을 현재의 7~8%에서 20%까지 늘리고 뉴미이더 사업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것이다.
도쿄ㆍ蔡明錫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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