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 대중화 ‘쏜살’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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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 간단, 초보자 쉽게 배워…실내 석궁장 전국 80곳

영화 <람보>를 부면 근육질 배우 실버스타 스텔론이 화살에 수류탄을 장착한 석궁을 들고 적을 쳐부수는 장면이 나온다. 서양의 전설 속에서 윌리엄 텔이 아들의 머리 위에 있는 사과를 화살로 명중시킬 때 등장하는 것도 석궁이다. 활과 총의 중간 형태인 이 석궁이 최근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전후해 봄을 이루는 선진형 스포츠로 알려져 있는 석궁은 총알과는 달리 날아가는 화살의 궤적을 눈으로 확인한 수 있으며, 과녁에 적중했을 때 짜릿한 통쾌함을 느낄 수 있어서 현대 산업사회가 주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궁은 과녁에 맞는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마치 돌로 꿩을 잡는 것과 같은 원시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무게 중심이 안 잡히면 화살이 제대로 발사되지 않으며, <람보>에서처럼 화살 끝에 수류탄을 달아도 날아가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운동시간 10~15분 적당
석궁은 초보자라도 5분이면 기본 자세와 겨갈 요령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3~4개월 이상 충분히 연습해야만 활을 쏠 수 있는 양궁이 대중화에 실패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사격할 때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만큼 운동시간은 10~15분 정도가 적당하며, 그 이상 계속하면 과녁판이 빙빙도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1천원에 7발을 주는 실내 사격장에서는 3천원어치쯤 화살을 날리면 적당하다.

석궁은 잘못 다루면 살상 위험이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안전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 △화살의 장착 여부에 상관 없이 사격 목표 이외에는 겨냥하지 않는다. △화살은 반드시 사격 직전에 장착하여야 한다 △화살은 총알과 달라서 수직으로 낙하할 때도 강력한 위력이 있으므로 공중사격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음주 및 불안정한 정신상태에서는 절대로 석궁을 잡아서는 안된다 등이다.

석궁은 92년 대한 사격연맹에서 사격보조도구로 활용하려고 처음 국내에 도입했다. 85년 창설된 대한석궁연맹이 석궁의 개발과 보급에 주력했으나 별 성과가 없다가 90년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었다. 석궁둥우회 박상연 사무국장은 88년 올림픽대회 이후 ‘보는 스포츠에서 즐기는 스포츠 시대’로 바뀐 점, 국민소득이 상승함에 따라 40만~1백50만원인 고가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점을 그 이유로 든다. 91년초~92년말 개인 장비가 널리 보급되면서 회원이 불어나 현재 회원 수는 전국적으로 2만여명에 이른다. 석궁 대중화에 박차를 가한 것은 최근 부쩍 늘어난 실내 석궁장이다. 석궁은 최소 사거리가 필요한 특성 때문에 석궁장은 한쪽 길이가 30m~50m 정도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나, 실내 석궁장의 경우 한쪽이 최소한 10m이상인 40평 정도의 공간을 갖추면 개설할 수 있다. 박상윤 사무국장은 “석궁 본연의 스포츠 정신에서 보면 사거리가 짧은 실내 석궁장은 편법이지만, 석궁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거쳐야 할 단계”라고 말한다. 그는 석궁의 저변 확대가 곧 석궁의 오락화로 변질될까 봐 한편으로 걱정을 하면서도, 현랂ㄴ 전자오락이 판치는 세상에 ‘단조롭지만 원시적 활력이 살아 있는’ 석궁이 스포츠로서의 생명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석궁이 진정한 스포츠가 될지, 아니면 ‘내기 점수’나 거는 오락으로 간주돌 것인지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실내 석궁장은 현재 전국에 80여 곳이 성업중이며 서울에도 건대 옆, 대학로, 영등포 시장, 강남역 등 20여곳이 있다. 그전에는 태릉 푸른동산, 양재동 시민의 숲, 벽제 고수부지에 야외 석궁장이 있었으나, 외곽지역인 만큼 이용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李成男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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