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벼락’ 정전기
  • 김현숙 기자 ()
  • 승인 199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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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낮아 겨울철에 빈발…피부병환자·심장질환자 특히 ‘요주의’
 운전기사인 李治範(33)씨는 요즘 자동차 문을 여닫을 때마다 노이로제증상마저 보인다. 손끝에서 ‘찌릿’하고 올라오는 정전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꿈치나 구두발을 사용해보기도 하나 구두에서도 ‘번쩍’하고 파란 스파크가 일어나 질겁을 한다.

보통 4천볼트 정도의 전압 발생
 겨울철이면 이 같은 불쾌감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옷을 벗을 때 ‘빠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따끔따끔한 통증이 오거나, 여성의 경우 스타킹에 치마가 달라붙어 애를 먹기도 한다. 심지어 악수를 하다가도 깜짝 놀라 손을 때는 일도 생긴다. 겨울철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습도가 낮기 때문이다.

  정전기란 말 그대로 ‘정지된 상태의 전기’를 말한다. 플라스틱이나 섬유와 같이 전기가 흐르지 않는 물체에 帶電된 전기로서 마찰전기의 일종이다.

  화학섬유가 대량 공급된 현대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정전기를 짊어지고 다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운전을 하느라 의자에 몸을 마찰시키는 일이 많은 사람이나 카페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정전기를 느낀다. 연세대 의생활학과 金銀愛 교수는 “1백볼트짜리 전구 때문에 감전사하기도 하는데 앞에 예로 든 경우에는 보통 4천볼트 정도의 정전기가 발생한다”며 합성타일·모노륨 등이 생활화되어감에 따라 앞으로는 일상생활중 일어나는 정전기도 무심히 넘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천 볼트나 되는 정전기에도 사람이 감전사하지 않는 것은 인체에 직접 축적되는 용량은 적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치명적 결과 초래할 수도
 그러나 정전기의 달라붙는 성질로 인해 생사를 가름하는 위험한 일도 일어난다. 낙하산이 퍼지지 않거나 간호사의 나일론제복에서 발생하는 정전기 때문에 수술실에서 마취제로 쓰는 에텔사이크로프로판이 인화 폭발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던 풍선이 터지는 일은 흔하다. 특히 컴퓨터회사나 병원 등에서는 미량의 정전기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선진국에서는 정전기방지복인 無塵服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다고 한다.  연세대 李雄求 박사(내과)는 하루에도 7~8명의 환자에게 심장에 직접 꽂는 가느다란 대롱인 ‘카테타’를 사용하고 있는데 극히 미량의 정전기라도 치명적이 될 수가 있어 항상 조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밖에 정전기가 피부병이나 내과질환의 요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일본의 가와무라 박사는 겨울철에 약 3시간 합성섬유를 입고 움직일 경우 혈액중의 칼슘이 15%, 비타민C가 9% 감소하고 尿중의 칼슘이 9%, 혈액중 혈당치가 14% 상승하며 피부에 염증이 발생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주의대의 李成洛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와 같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확인할 수 없으나 “정전기 쇼크가 뇌파나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노약자나 심장질환자의 경우 주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정전기와 피부조직의 관계를 동물 실험한 바 있는 이화여대의 明基範 교수(피부과)는 “한꺼번에 큰 용량의 정전기를 피부에 접촉시켰을 때 염증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정전기 스파크로 인한 작열감은 아토피피부염환자 등의 가려움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정전기로 인해 공기중의 먼지가 피부에 흡착되므로 이것이 반복될 경우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김은애 교수는 일상생활중 일어나는 정전기의 피해를 줄이려면 첫째 가습기 등을 이용해 대기중의 습도를 높여주고, 둘째 옷이나 자동차 커버는 1백% 폴리에스텔이나 아크릴섬유보다는 되도록 면이나 모와의 혼방률이 높은 것을 택하며, 셋째 로숀 등을 피부에 자주 발라 일 정한 수분을 유지하도록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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