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가 매춘을 두려워하랴
  • 김성원 기자 ()
  • 승인 199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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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상점’ 성업ㆍ‘인터걸’ 활개 … 여학생들 “고급 창부 ‘푸타나’가 부럽다”

시파프레스(SIPA PRESS)의 나딘 리베르-퓌스소 기자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성행하고 있는 향락ㆍ매춘산업의 현장을 취재했다. 그 기사를 요약해 옮긴다.

 

 모스크바에 ‘섹스상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3월2일. ‘인티미트주식회사’라는 명칭의 이 상점에서는 3천7백~7천루블짜리 섹스기구들이 판매된다. 이는 러시아인의 평균 월급인 3백50루블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것이다. 러시아의 온갖 연령층 남녀가 매일 가게 밖에 줄을 서서 개점을 기다린다. 입장료 10루블을 내고 전시실에 들어가면 ‘인티미트’종업원들이 기구 사용방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가게는 러시아에 민주주의 바람이 분 이후 모스크바에 밀려드는 퇴폐ㆍ향락 물결의 한 본보기이다. 풋내기 민주주의와 함께 자본주의가 들어섬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돈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덤벼들어 모스크바에 이런 가게마저 생기게 되었다.

 

하룻밤에 중소기업 한달 수입만큼 벌어

 모스크바의 매춘부는 크게 세종류로 나뉜다. 푸타나, 프로스티투키 그리고 데보치키. 푸타나는 최상급 ‘엘리트 매춘부’로 특급호텔에서만 ‘일’하며 외국돈만 받는다. 프로스티투키는 관광지 근처에서 일하며 외국돈과 루블을 받는다. 데보치키는 가장 낮은 수준의 매춘부로 결손ㆍ폭력가정에서 도망나와 오로지 살기 위한 수단으로 매춘행위를 하는 계층이다.

 모스크바에 있는 코스모스호텔에는 3천2백54개의 침실과 6개의 레스토랑,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바, 사우나와 수영장이 갖춰져 있는데 외국돈을 가진 손님만이 이용할 수 있다. 푸타나들은 이 호텔에서만 일한다. 이들은 하룻밤에 중소기업의 한달 수입만큼 번다. 손님당 약 2백달러 받는다. 여학생들 사이에 이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그다지 놀랍지 만은 않다.

 23세의 푸타나인 마샤는 “사회가 나를 창녀로 만들었다”면서 사회의 모순과 잘못된 제도 때문에 의사가 되고 싶었던 원래의 꿈을 18세의 나이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일본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순으로 손님을 선호한다.

 러시아 인형 같은 얼굴을 지닌 27세의 베라는 8년 전 결혼한 프로스티투키이다. 매일 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남편이 경호를 맡아준다. 그는 “내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친구들을 모두 사랑하며,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살면 나도 행복하다”고 했다.

 미성년자를 위한 재활원에는 알코올중독 도박 매춘 등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14세짜리 리사는 30세 가량의 남자한테 50루블을 받고 넘어가 잘못된 길로 빠졌다고 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인들은 고르바초프가 가져다준 자유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 그 부작용으로 절도 강간 마약 매춘 등의 범죄가 난무하게 되었다. 70년간의 억압과 거짓 속에서 러시아인들은 그것을 역사의 진실이라 믿고 따르다가 어느날 아침 갑자기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었던, 아니 최소한 사상에 모욕당하고 조롱당했다. 그 공허함을 못 이긴 채, 소멸돼가는 이념의 빈자리를 대신해 옛날에는 금기시되었던 것들이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神ㆍ돈ㆍ섹스가 그것이다. 약간은 애매한 통계이지만 니콜라이 2세 시대 때 모스크바에는 여자 12명 중 1명이 매춘부였다고 한다. 지금 모스크바는 그 당시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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