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사찰일정 제시
  • 도쿄·채명석 편집의원 ()
  • 승인 199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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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벌기’전략


재처리시설 제외 … 미ㆍ일과 관계개선 ‘먼길’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잔치를 전후해 북한이 핵사찰수용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함으로써 오는 6월쯤이면 북·미 관계개선 및 북ㆍ일 관계개선, 나아가 남북대화의 중대한 국면전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협정을 비준한 데 이어 14일 오는 5월 말까지 사찰대상명세서를 국제원자력기구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북한은 중앙 텔레비전을 통해 영변의 원자로시설을 처음 공개했다. 북한은 이달 말에는 미국 카네기재단 연구자들에게 영변지구 시찰을 허용할 예정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도 지난 15일 “북한은 핵사찰을 받을 준비가 거의 끝난 것 같다”고 지적하고, 발표된 것보다 더 빠른 시기에 사찰대상 명세서가 국제원자력기구에 제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다. 이 신문은 또 이런 약속이 지켜진다면 북한에 대한 핵사찰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지정한 6월15일 이전에 실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이러한 일정은 핵사찰 수용 시한이 임박해옴에 따라 미국의 강경한 대응을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에서 제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는 김주석이 최근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아사히신문> <워싱턴 타임스>를 통해 대미 관계개선 의사를 적극 표명해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주석은 미국이 제시한 북ㆍ미 관계개선 조건 중 하나인 미군 유해의 송환문제에 대해 “계속 유골을 발굴해 추가로 인도하겠다”고 <워싱턴 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밝혔다.

 또 북한 외교부는 지난 3월26일 “국가테러를 포함한 어떤 형태의 테러에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테러리즘 포기선언’을 요구하는 미국에 유화 자세를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국제전략연구센터 윌리엄 테일러 부소장이 지난 2월 북한을 방문해 미국정부가 제시한 핵사찰 조기수용 요구와 테러포기 조건을 전달하자 북한 외교부가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측통들은 이에 따라 핵사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북ㆍ미 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될 수도 있으며 현재 북경 대표부 참사관급 사이에 이루어지는 접촉이 차관보급으로 격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다수 관측통들은 지난 14일 북한 원자력공업성 최정순 의사국장이 밝힌 사찰대상에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핵연료 재처리시설이 빠져 있어 이 문제의 해결없이 북ㆍ미 관계개선이 크게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국무부 터트 와일러 대변인도 “일정 제시만으로 북한의 정책이 변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핵사찰 전면수용·핵무기 개발계획의 포기가 관계개선의 전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상노 대일 수교회담 북한측 대표는 지난 17일 일본기자단과 만나“조ㆍ일 수교교섭의 전제였던 핵사찰수용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수교교섭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순 서기도 사회당 다나베 위원장이 제시한 ‘선 국교정상화 선언, 후 조약체결’방식에 적극 찬동하고 오는 6월 그동안 설립을 미뤘던 ‘일ㆍ조우호친선협회’가 발족될 때에 맞춰 방일할 뜻을 비쳤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핵사찰의 핵심인 재처리시설을 제외하고 북한이 일정을 제시한 것은 핵사찰수용 시한이 다가오자 시간을 벌기 위해 우회작전을 하는 것으로 보고 그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이다.

 또 와타나베 마치오 외상은 중국과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전에 일ㆍ중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실질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중국이 배상을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후보상까지 요구하는 북한과는 ‘선 국교정상화’방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한ㆍ일 국교정상화와 마찬가지로 청구권의 상호포기ㆍ경제협력 등을 전제해서 임하겠다고 말했다.

 북ㆍ일 수교교섭의 최대 후원자인 가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는 “일ㆍ조 관계개선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이 전제”라고 밝히고 오는 5월 말 미국을 방문하면 “북ㆍ미 관계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전개에 따라 북한이 또다시 시간벌기용 우회수단으로 국제원자력기구에 핵사찰대상 명세서를 제출할 것인지, 아니면 좀더 전진적인 자세를 보일 것인지는 늦어도 5월 말이면 판명이 난다.

 그에 비추어 6월 이후 어떤 중대한 국면의 전환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일본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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