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IA'는 단 3명뿐?
  • 편집국 ()
  • 승인 199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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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실종자는3천여명…“의도적으로줄였다”주장도



 미국의 시사주간지를 들추다보면 대개 ‘MIA’라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를 한번쯤은 보게된다.

Missing in Action(작전중 실종자)의 머릿글자를 따온 것인데 흔히 ‘미아’라고 읽는다. 전쟁이 끝난 지 20년 가까이 된 지금도 미국을 괴롭히는 유령이기도 하다. 아직도 찾지 못한 베트남 ‘미아’는 3천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한국군 ‘미아’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한ㆍ미 양쪽의 베트남전 전사ㆍ사상자 통계를 비교해 보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하나를 만나게 된다.

 우선 국방부 발표대로라면 한국군 전사자는 4천6백87명인 데 견주어 미군 전사자(Killed in Action : 작전중 사망)는 그보다 10배쯤 많은 4만7천2백44명이다. 이같은 한ㆍ미 양국군의 전사자 수효는 참전 연인원(한국군 30만여명/미군 3백만여명), 최고 주둔 병력(한국군 5만여명/미군 50만여명) 등과 대비했을때 대개 거의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 예를 들어 주둔병력 대비 전사자는 양쪽이 10%선에서 일치를 보이고 참전 연인원과 대비했을 때도 양쪽 다 60명에 1명꼴로 전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초점이 실종쪽으로 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미군의 경우 작전중 실종이 3천6백32명인 데 견주어 한국군은 놀랍게도 단 3명뿐이다. 미군이 1천명에 1명꼴로 실종됐는 데 비해 한국군은 무려 10만명에 1명꼴로 실종됐다. 한국군의 실종률은 연인원을 기준했을 때 1백배, 전사자를 기준했을 때 1백30배쯤 더 낮다.

 물론 양쪽의 전투력이나 작전유형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미군 실종자가 많은 것은 공군 조종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도표에서 보듯 실종에서 공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30% 수준이다. 이에 대해 홍규덕 박사(민족통일연구원)는 전투병력 비율에서 한국군이 미군보다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실종 3명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수요라고 지적한다.

 작전 및 전술유형으로 비교하더라도 의견이 상반된다. 미군이 주로 월맹군과 정규전을 펼친 데 견주어 한국군은 베트콩과 비정규전을 치렀다. 또 한국군은 미군에 비해 소규모단위(소대ㆍ분대 중심)로 전투를 펼쳤다. 베트남전 관련 미국의 외교이념 연구로 학위를 받은 이삼성박사(민족통일연구원) 또한 “미군은 주로 통제지역을 확보하는 진지전을 펼쳤으나 작전유형과 실종률과의 인과관계가 분명히 입증될 만큼 구분지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양쪽 통계 중 어느 하나는 착오나 누락으로 잘못되었거나 고의로 조작된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문제는 어느쪽 통계가 더 정확하냐인데 미군의 경우 통계 하나만큼은 딱 부러지게 하는 군대로 정평이 나 있고, 게다가 정보자유법이 베트남전 시기에 입법된 점을 고려할 때 조작이나 은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한편 한국군의 경우 전사자 통계 자체가 최근에야 공개되었고, 그나마 부상이나 사망 유형에 관한 구체적 구분이 없는 반쪽짜리 통계인 점에 비추어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은 최근 참전자들이 20여년 만에 풀어놓은 비밀의 보따리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김영시 교사(서울 성동고ㆍ당시 백마부대 중위)의 증언과 자료들이다.

 

일본 <아사히신문>“3천명 行不”주장

 정보작전협조센터에 근무하면서 첩보수집과 대민사건 등을 주로 담당했던 김교사는 당시 수집했던 심리전 전단들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북한에서 직접 제작했거나 월남에 있는 북한 사람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특히 전단 내용 중에는 국방부가 최근 밝힌 실종자 3명 말고도 더 많은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민족해방전선 중부위원회 이름으로 된 전단에는 “민족해방전선으로 의거하여 공화국의 품안에 안긴 전 비둘기부대 하사 안학수와 전 맹호부대 병장 박승열(박성렬의 오기로 보임) 동무”라는 표현과 함께 그밖에 손아무개 대위(3사단 16연대) 등 한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장병 4명을 거론하고 있다.

 또 ‘재인도지나 조선인련합회’ 명의로 된 전단에는 “청춘의 리상을 꽃피우려거든 해방군편으로 넘어가라! 해방군은 당신들을 북조선으로 안내해줄 것이다”라는 표현과 함께 북한에 있다는 장교 1명을 포함, 장병 3명의 이름과 소속이 적혀 있다.

 한편 김씨는 “이름은 잊었지만 ROTC 출신 장교(맹호부대) 한 사람이 북한에 있다는 내용의 사진과 전단을 본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종자가 많을 경우 이를 어떤 형태로건 북한에서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실종자 수를 줄였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이 하노이발로 보도한 ‘파월 한국군 3천명 행불’ 기사는 또다른 시각에서 실종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신문은 한국군은 군기가 엄했으나 전투가 치열해 수많은 사상자와 노이로제 환자, 항명으로 처형된 병사들이 속출, 행불자가 거의 3천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에서는 “터무니없는 추측 보도”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김씨는 “결국 더 많은 실종자가 북한이나 월남 또는 제3국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실종자로 분류했어야 할 통계를 고의로 사망 처리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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