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북한·日 관계정상화
  • 도쿄.채명석 통신원 ()
  • 승인 199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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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측 자세 유연… ‘하나의 조선’ 고집않을 듯
 지난 30일과 31일 평양에서 개최된 북한·일 국교정상화에 관한 첫 본회담은 “개회식 성격을 갖는 의식에 불과하다”는 당초 예상대로 양측의 기본입장이 표명되었을 뿐, 본격적인 토의는 3월중순경 도쿄에서 열리는 2차회담 이후로 미루어졌다.

 일본측 수석대표 나카히라 노보루 전 말레이시아 대사는 이번 수교교섭에 임하는 일본측 기본 자세로서 △日朝관계정상화는 한일관계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 △식민지통치에 관해서는 청구권교섭 형태를 취할 것이며 보상·배상형태에는 응하지 않는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관(IAEA)의 핵사찰의무를 수용해야한다 △日朝수교교섭이 남북 대화의 장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4개원칙을 제시했다.

 또 “관계국의 이해와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日朝관계정상화는 양국에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수교교섭을 두나라 사이의 문제로 국한하려는 북한측을 견제했다.

 이에 대해 북한측 수석대표 田仁撤 외교부 부부장(아시아 담당)은 일본측 제안과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과 같은 정반대의 기본방침을 표명했다. 즉 △식민지통치에 관해서는 교전국간에 적용되는 ‘배상’과 ‘재산청구권’이라는 두가지 형태로 배상할 것 △전후 45년간에 대해서도 일본이 한반도 분단에 ‘일정한 책임’이 있으므로 보상할 것 △핵사찰 수용문제는 미국이 법칙 구속력이 있는 핵불사용안전보장조처를 취할 것이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과거사에 대한 사죄에 관해서는 외교관계를 수립할 때 이를 공식 서류에 명기할 것, 일본은 한일합방 등의 조약·협정이 불법·무효였다는 것을 선언할 것 등도 아울러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의 현지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이러한 양측의 현격한 기본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對日관계정상화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본회담에서 북한은 ‘하나의 조선정책’을 일본측에 강요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의하면 일본측 나카히라 대표가 “한국과 국교를 유지하면서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발언하자 북한측 전인철 대표는 “북한이 유일한 정권이다”라고만 주장하고 “그 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변화는 도쿄에서 유포되고 있는 金正日서기의 ‘대일수교지침’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조총련의 한 소식통에 의하면 최근 김서기가 “수교문제를 어떠한 일이 있어도 11월까지 매듭지으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조기 국교수립을 위해 ‘하나의 조선정책’은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관측통들은 대부분 북한이 빈사상태에 빠진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수교교섭의 조기 타결을 서두른다 해도 “日朝수교교섭의 타결은 빨라야 2년”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감안하면 북한·일 관계정상화 교섭에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격언이 걸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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