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아 성인병도 잘 걸린다
  • 편집국 ()
  • 승인 199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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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무관심이 과식원인…바른 식사습관·운동 중요


 5월초 창립을 목표로 최근 ‘비만연구회 창립준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그에 대한 진단과 치료방법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단체이다. 비만연구가 중요한  것은 비만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동백경화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은 대개 중년층 이상에게 많은 성인병으로만 치부되어 왔지만 비만증 어린이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89년에 순천향병원 소아과에서 검진한 고도 비만아 3백24명 중 78.7%(2백55명)가 고지혈증(61.7%) 지방간(38.6%) 고혈압(7.4%) 당뇨병(0.3%) 같은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 비만은 큰 폭은 아니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 대학 소아과 이동환 교수팀이 서울시내 초중고교 학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84년에 9.0%이던 비만증 남자 어린이의 비율이 90년에는 13.4%로 늘었다. 비만도는 자기체중에서 신장별 표준체중을 뺀 값을 다시 표준체중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구하며, 20%이상일 때 비만으로 판정한다. 이는 다시 경도 비만 (20~30%), 중등도 비만 (30~50%), 고도 비만 (50% 이상)으로 나눈다. 위 조사에서 고도 비만에 해당하는 남자어린이의 비율은 0.2%였다. 어린이의 비만 원인은 과식과 운동부족이지만 유전적으로 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버이가 모두 비만증일 때 자식이 비만일 확률은 80%, 어머니가 비만이고 아버지가 정상일 때는 60%, 그 반대의 경우는 40%에 이른다.

 심리적인 이유로 비만아가 돼는 경우도 있다(심인성 비만). 어버이의 사랑이나 관심이 부족할 때 아이들은 긴장을 해소하고 외로움을 덜기 위해 과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심리치료를 통해 외로움 우울증 등 아이가 과식하게 되는 원인을 없애주어야 한다. 아이에게만 인내를 강요하지 말고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하는 일도 필요하다.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도 탄수화물과 지방은 제한하는 저열량ㆍ저당질ㆍ정상지질ㆍ고단백질의 식이요법이 어린이 비만 치료의 한 방법으로 권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아과 전문의들은 바람직한 식사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비만을 미리 막는 것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규칙적으로, 골고루,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평일에는 1시간, 주말에는 2~4시간씩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짜게 먹는 습관은 고혈압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있으니 라면이나 국수 국물은 전부 마시지 말고 남겨두는 게 좋다. 국물에 많이 들어 있는 염분이 고혈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충고했다.

 비만한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서 비만증이 될 확률이 높고 이에 따라 성인병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어린이 비만은 다만 어린 시절에만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어린이 비만 문제가 더 이상 심각해지기 전에 먼저 전국적인 비만 실태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연구를 본격화해야 한다. 해마다 봄에 시행하는 기생충과 단백뇨 검사 때 尿糖 혈압 콜레스테롤 검사를 함께 해서 ‘어린이 성인병’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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