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생산용 젓소목장시대 온다
  • 편집국 ()
  • 승인 199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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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0여년간 유전공학 기술은 그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있다. 1982년 미국에서 유전공학적으로 생산된 사람 인슐린이 의약품으로 정식 인가된 이래 성장 호르몬ㆍ인터페론ㆍ간염백신ㆍTPA(혈전 용해제) 등 고가의 생리활성물질들이 시판되고 있으며, 그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현재 각종 인터페론·성장호르몬 등의 생리활성물질은 대부분이 대장균이나 효모를 숙주로 대량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미생물을 숙주로 이용하여 고등동물의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되었지만, 원래 동물세포에서 생산되는 단백질을 미생물과 같은 전혀 이질적인 생물체내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곤란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대장균으로부터 균체를 부수어 사람 인터페론을 추출ㆍ정제할 때는 99%이상의 순도가 요구된다. 또한 대장균에서는 당쇄의 부가 즉 그라이코실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생산된 물질을 투여하였을 때 체내 작용의 안정성이 결여되는 경우가 있다.

 대장균을 숙주로 하여 생리활성물질을 대량생산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물세포를 숙주로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생산된 물질의 순도 및 제품의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물세포는 배양 단가가 높고, 생산주를 안정하게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생리활성물질의 대량생산 및 원가 절감이 어렵다. 이들 생리활성물질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동물 바이오리액터에서 생산된 우유를 드십시오”

 1980년대 초, 발생학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어우러져 형질전환동물이라는 신종어를 탄생시켰다. 형질전환동물이라 함은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외래의 유전자를 동물의 염색체 내에 인위적으로 삽입시켜 이들 유전자가 특징적으로 발현되게끔 개발한 동물은 말한다. 이러한 형질전환동물의 대표적인 예에는 ‘슈퍼생쥐’가 있다. 이는 생쥐 염색체 내에 인위적으로 삽입시킨 유전자 (흰쥐 및 사람의 성장호르몬)가 발현되어 정상의 어미 생쥐보다 약 2배 더 크게 된 형질전환 생쥐이다. 최근 들어 형질전환동물 생산기술을 이용하여 생리활성물질을 동물의 젖샘에서 대량생산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 과정은 동물의 젖샘에서만 특이하게 발현하는 유전자의 조절 부위에 생산하고자 하는 생리활성물질 유전자를 연결하여 재조합 유전자를 만들어 동물의 수정란 핵내에 미세주입하는 것이다. 그 후 대리모에 이식함으로써 형질전환동물을 개발하여 이들의 유즙과 함께 생리활성물질을 대량생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산체제를 ‘동물 바이오리액터’라 하며, 1987년 미국의 고든 등이 유즙에서 TPA를 생산하는 생쥐를 개발한 것이 최초의 성공사례이다. 그 후 4년이 경과한 1991년에 괄목할 만한 3건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첫 번째로는 스코틀랜드에서 개발된 것으로 사람의 안티트립신을 유즙 1리터 당 35g정도 생산하는 형질전환 면양이고, 두 번째는 영국에서 사람의 TPA를 유즙 1리터당 3g정도 생산하는 형질전환 산양을 개발하였다. 마지막은 네덜란드의 한 회사에서 사람의 락토페린 유전자가 삽입된 형질전환 젖소를 개발하였다. 이와 같이 본 기술은 ‘의약품생산용 젖소 목장’(Molecular Pharming)이라는 제약업 및 축산업의 일대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신규산업 창출에 도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분야 기술이 앞으로 5~10년 이내에 산업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동물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의 장점은 첫 번째로 천연적인 것과 거의 동일한 고품질의 생리활성물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며, 둘째로 동물세포 배양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200㎎/L 수준의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하지만 형질전환동물에서는g/L의 수준이므로 대량생산이 가능하여 획기적인 원가절감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셋째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는 형질전환동물이 만들어지면 이들이 지니고 있는 외래의 유전자가 자손에게 그대로 유전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형질전환동물 생산기술을 이용하여 고가의 생리활성물질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음은 물론 특수 영양분이 강화된 양질의 맛좋은 우유의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한 예로 사람의 모유 중에는 설사 방지 효과와 향균ㆍ항생작용을 하여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길러주는 락토페린ㆍ라이소자임 등의 성분이 있는데, 이들 성분이 강화된 우유라든가 항암제나 심장병 치료제 등이 함유된 우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의사가 난치병 환자에게 “동물 바이오리액터에서 생산된 우유를 하루에 한 컵씩 드십시오”라는 말로 처방전을 대신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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