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 승주 재정자립 꼴찌 “멍에를 벗고 싶다”
  • 승주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1.02.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 단체와 연합, 세법보완 추진
오랜 세월을 두고 지역적 불이익과 소외감을 ‘아픔’으로 경험해온 전라남도. 이곳에는 지자제 실시를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오는 봄에 있을 선거결과는 이변이 없는 한 ‘상대가 없는 선거전’ ‘황색옷(평민당의 상징색깔)만 입고 나오면 당선되는 선거’로 예상되고 있다. 평민당의 공천이 지방의회 내용과 질을 규정짓게 된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그러나 차기 대권구도의 전초전인 지자제선거에서 서울 · 경기지역에 최대한 진출해야 하는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이 지역에서 ‘공천장사’를 해서라도 정치자금을 마련해 다른 지역에 쓰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가 식자층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전남지역은 평민당의 아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집권여당으로부터는 ‘따돌림’을 당하고 평민당으로부터는 ‘전략지역’으로 활용되는 이중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전남도의 재정자립도는 31.1%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6공화국 출범 이래 ‘서해안 시대의 개막’ ‘동서 지역격차의 해소’라는 요란스런 구호 아래 대불임해공단 · 하남공단 · 율촌공단 등 대규모 공단을 조성한다는 화려한 공약이 속출했다. 그러나 이들 공단이 조기에 조성돼도 앞으로 수년간 막대한 투자수요만 있을 뿐, 재정자립에 전혀 도움이 안될 형편이다. 인구 절반의 생계가 달려 있는 농업의 경우 우루과이라운드 등으로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최근 전남지역에서 잇따라 일어난 통일벼 추가수매 요구 시위가 이런 사정을 반영해준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재정확보 방안을 아무리 궁리해봐도 향후 5년까지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밝히고 “국세 중 지방세 성격을 띤 酒稅 토지초과이득세 등을 전액 양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安洪渟 조사홍보부장은 “사회간접자본의 투자부터 영남지방과 엄청나게 차이나는 현상황에서 지방자립을 강조하면 오히려 불균형만 심화되고, 못먹고 못사는 지역에서 담세율만 높아질 것” 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당분간은 중앙정부가 지역균형의 차원에서 전남지역에 집중투자를 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한다. 이름을 밝히기를 사양한 한 출마희망자는 “필요하다면 재정자립이 취약한 전남 · 강원 등의 도의회와 연합해 지방 양여세법과 교부세법의 보완을 추진해볼 생각” 이라고 밝혀 도의회 구성 후 중앙정부의 로비가 전국적으로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지리산 자락의 산촌 승주군은 빈약한 군재정으로는 새로이 의회건물을 지을 수 없어서 지난 89년 일찌감치 보건소 건물을 개조해 의원 11명이 구수회의를 할 군의회를 할 군의회 청사를 꾸며놓았다. 인구의 78%, 근 8할이 농사꾼인 이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11%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농공단지를 유치하고 송광사 선암사 등 문화유적과 사찰이 많은 이 지역의 ‘잠재 관광자원’을 살려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지만 문제는 돈이다.

 그나마 주된 소득원인 농업마저 인근 4개면에 걸쳐 주암 다목적댐이 건설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이 지역농민회 黃仁奎씨(47 · 승주군 승주읍)는 “댐에 저수가 시작된 이후 안개현상이 심해져 복숭아 배등 과일농사는 완전히 망쳐버렸고, 댐 유역 대부분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가축 농사마저 못하게 돼버렸다”고 하소연한다. 인근 광주 순천 여수 고흥 등지에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를 대주기 위해 생활 터전과 선영까지 희생당하고 급기야 생태계의 변화로 간접피해까지 입은 것이다.

 그러나 지자제가 실시되고 지방의회가 제 목소리를 내게 되면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충청 · 강원도등 댐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연합전선을 펴 댐세를 지방세로 신설하거나, 최소한 수자원공사가 거둬들일 수세 중 일부를 할애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승주군청 金宇烈 지방행정사무관은 “대만의 경우에는 30~40%의 물세를 할애한다”고 전제하고 “수자원공사가 주암댐 용수공급으로 거둬들이게 될 물세 3백억원 중 일부만 넘겨주면 재정자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