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5백여명 간 곳이 없다.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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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센터’ 신고 1천7백37건 중 1천2백11명만 찾아



전체 미아 발생건수 6년간 6천여건절차 몰라 못찾기도


대구직할시 달서구 이곡동에는 낮이나 밤이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사는 집들이 있다. 지난해 3월26일 도룡뇽알을 찾으러간다며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긴 수성국민학교 다섯 어린이의 집이다. 부모들은 종종 열린 대문을 통해 아이들이 조잘거리며 들어오는 듯한 착각에 빠져 소스라치기도 하는데 그런 날이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밤새도록 소주잔을 기울인다고 한다.

‘개구리 소년'의 부모들은 그동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생업을 모두 팽개치고 전국을 이잡듯이 뒤졌으며 그동안 뿌린 전단만도 수십만장에 달한다. 하다 못해 점쟁이 심령술사 차력사들에게까지 매달려 보았다. 하지만 해를 넘기도록 아이들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자 이제는 그저 아직 아이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만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인천에 사는 최복규씨(37북구 서운1동 17번지)는 5년전인 87년 1월28일 맏아들인 재명군(당시 7세)을 잃어버렸다. 평소에 혼자서 잘 다녔기 때문에 그날도 최군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에서 5백m쯤 떨어진 집으로 심부름을 보냈는데 그 길로 생이별을 하고 말았다. 최씨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를 찾아나섰다. 평소에는 우리나라가 좁은 줄로만 알았는데 아이를 잃고 나니 그렇게 넓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전국의 고아원 등을 뒤지는 데만 4개월은 족히 걸렸다. 당시는 부산에 있는 형제복지원이 한창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던 때였는데 최씨는 형제복지원에 혼자 쳐들어가보기도 했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여러차례 "비슷한 아이를 봤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가보기도 했지만 매번 그저 비슷한 아이일 뿐이었다. 아이를 잃어버리자 부부간의 관계도 소원해져 하마터면 가정이 깨질 뻔한 위기를 겪기까지 했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 아이를 만나도 알아 볼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는 최씨는 "재명이가 어디서 살든 배불리 먹고 학교나 잘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울 논현동에 사는 박복순씨(48여)는 88년 4월23일 막내인 김태희군(당시 15세다니엘특수학교 5학년 1반)을 잃어버렸다. 태어날 때 뇌를 다쳐 미숙아인 김군은 그날 박씨가 시어머니와 함께 치과에 간 사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됐다. 아들을 잃고 난 뒤 4년 동안 박씨는 그야말고 안다녀본 곳이 없다. 아는 사람으로부터 "서울역에서 새벽이면 아이들 인신매매가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있다"는 귀띔을 받고 새벽에 몇날 며칠을 서울역 근처를 헤매고 다녔는지 모른다. 또 부산 인천 안양 부천 성남 등 전국 각지 부랑아들이 모여 산다는 곳은 다 가보았으며 그곳 '오야지'들을 붙잡고 "우리 아이를 찾아달라"고 하소연도 했었다.

태희가 실종된 뒤 6개월쯤 뒤에는 눈이 번쩍 뜨이는 제보도 있었다 군표에 산다는 한 사람이 연락을 주었는데 2개월쯤 전에 태희와 비슷하나 아이를 거리에서 만나 방범대원들에게 인계했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에게 아이가 얘기해주었다는 가정형편이 박씨 집안 사정과 너무나 흡사해 한걸음데 군포로 달려갔다. 하지만 방범대원들은 아이를 읍사무소에 인계했다 하고 읍사무소에서는 그런 아이를 인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기가 막히는 노릇이었지만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근처의 고아원을 다 뒤졌지만 태희 비슷한 아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아이를 찾기 전에는 저는 하루도 발을 뻗고 잘 수 없을 것입니다. 성한 아이 같으면 어딜 가든 제 앞가림은 할테니까 이렇게까지 걱정스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애가 지금 처해 있을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박복순씨는 장애아인 태희가 가정에서 양육되고 있을리는 만무하므로 나쁜 사람을 만나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울먹였다.

해마다 어린이날이 들어 있는 5월이면 텔레비전에서는 어김없이 미아 찾아주기 특집 생방송을 한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주는 일이 연례 행사처럼 돼버린 것이다. 아버지의 자작극으로 밝혀져 우습게 끝나기도 했으나 지난번 최에스더양 사건 때도 온 나라가 어린이 실종문제로 떠들썩했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1년에 1천명 정도의 어린이가 실종되고 있으며 5백명 정도의 어린이는 끝내 부모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었다.

그러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는 어째서 매년 수많은 어린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있는 것일까. 또 매년 5백명정도의 어린이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은 과연 사실이며,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 올바른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지난 86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어린이찾아주기사업 행정체계(29쪽 도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행정체계에 따르면 일단 미아나 棄兒는 1차로 지파출소나 일선 행정기관에서 보호하게 된다.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24시간 동안 보호한 뒤 이들을 각 시군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동보호시설에 인계한다. 아동보호시설에서는 이들을 다시 각 시도 아동상담소로 보내며 이들은 그곳에서 분류돼 고아원이나 영아원으로 보내진다. 아동을 인수한 보호시설에서는 인수 즉시 반드시 아동의 신상을 경찰청과 각 시도 지방경찰청 182센터에 보고해야 하며, 1주일 이내에 아동의 신상기록카드를 작성해 한국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전화 02-777-0182, 9187)에 보내야 한다. 이 체계대로라면 거리에서 발생한 모든 기미아의 신상기록카드는 8일 이내에 어린이찾아주기 종합센터에 집결하게 되는 것이다.

 

종합센터 "부모들이 절차몰라 포기하는 것 같다."

보건사회부가 최근에 내놓은 통계자료를 보자.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기미아는 모두 1만9천1백32명으로 그 중에서 1만4천37명이 귀가했고 1천4백65명이 미아로, 3천6백30명이 각각 기아로 분류됐다. 또 90년에는 1천5백8명, 89년에는 1천49명의 미아가 발생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결국 매년 1천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지난 86년부터 6년간 부모가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달라고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에 직접 신고한 건수는 모두 1천7백37건이었다. 종합센터는 이 중에서 1천2백11명의 아동을 찾아 부모의 품에 안겨주었으며 아직 5백26명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보사부의 통계자료와 비교해보면 커다란 의문이 생긴다. 보사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 86년부터 적어도 6천명 이상의 마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부모가 아이를 찾아달라고 종합센터에 신고한 수는 1천7백37건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종합센터의 권혁선 부장은 "종합센터에는 각 어린이보호기관에서 올라온 기미아 신상기록카드가 4만7천장 가량 쌓여 있다. 따라서 아이를 잃어버리고 1주일 이상 찾지 못하면 우선 이곳에 달려와 각 기관에서 올라온 신상기록카드를 뒤져야 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아이를 찾아달라며 찾아와 신상기록카드를 검토한 사람은 1천7백37명에 불과한 것을 보면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 같다. 또 그렇게 텔레비전과 언론기관을 통해 홍보했는데도 아직도 어린이를 찾는 절차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많은 어린이들이실종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버림을 받았거나 부모의 무지로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이다(30쪽 기사 참조). 또 정말로 실종됐다고 볼 수 있는 어린이는 부모들이 종합센터에 수차례 찾아와 기록을 검토 했어도 찾지 못한 '개구리 소년'등 5백62명임을 알 수 있다. 이는 6년간 누적된 수치이기 때문에 1년에 5백명 가량의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실종된 어린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여곡절 끝에 부모품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무인가 보호시설 방치돼 행정체계에도 구멍

지난 6년간 종합센터에서 찾아낸 1천2백11명의 아동 중 가장 많은 숫자인 7백57명(62%)이 아동보호시설에 수용되어 있었다. 따라서 부모들이 상담기록을 면밀히 검토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도 보호시설에 수용돼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종합센터측에서는 현행 행정체계상으로는 보호시설에서 7일 이내에 모든 신입 아동들의 기록카드를 종합센터에 보내도록 돼있지만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애기하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소홀히하는 경우도 있지만 워낙 살림살이들이 빠듯해 경비를 아끼느라 필름 한통 분량의 아이들이 들어와야 현상해 신상기록카드를 만들기 때문에 카드의 도착이 한달 이상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수시로 종합센터에 찾아와 상담기록카드를 검토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가정에서 양육되고 있던 아동이 82명(약 7%)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 경우 자신이 아이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신고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찾아낸 대부분의 아동은 텔레비전이나 포스터를 본 주변 사람들의 신고에 의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따라서 실종된 아이 가운데 많은 수가 현재 다른 가정에서 양육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정에서 아이를 기르고 있던 사람들은 거리에서 직접, 혹은 아는 사람을 통해 아이를 데려다가 하루이틀 기르다보니 정이 들어 신고를 안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중에는 아이를 도둑질하지 않았나 의심이 가는 사람도 있다고 종합센터측에서는 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문제로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에 법정소송이 벌어진 일도 있는데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만 유죄로 인정돼 양부모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한다. 그 외에는 아이를 데려다 기른 사람 중 법적인 제재를 받은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보사부 아동복지과의 안창영 사무관은 "어린이 행정체계에서 이탈해 있는 무인가 아동보호시설이 시급히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가를 받은 고아원이나 영아원 등은 모두 2백79개소인데 여기에는 모두 2만2천여명이 수용돼 이다. 하지만 개인이나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무인가 단체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또 거기에 수용돼 있는 아이들은 누구인지 전혀 파악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같은 무인가 시설에도 상당한 수의 실종 어린이들이 수용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종 뒤 해외입양 5명범죄조직 개입 가능성은 희박

이밖에 주목할 만한 사실은 해외로 입양된 것이 확인된 경우가 5건이나 된다는 것이다. 해외입양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87년 이후에는 그런 사례가 발견되고 있지 않으나 그 이전에 실종된 어린이 가운데는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58년부터 작년까지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수출'된 어린이는 모두 12만5천5백80명에 달한다. 국제법상 해외로 입양된 경우 양부모의 허락이 없으면 친부모라 해도 다시 데려올수가 없어 실종된 뒤 해외로 입양된 5명의 어린이 중 4명은 부모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아이들이 범죄조직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전문센터에서 찾은 어린이 가운데서 범죄조직에 붙잡혀 있었던 아이는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구기소년' 실종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전국의 우범지역을 샅샅이 뒤진 바 있는데 그 때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구 어린이 실종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한 수사관은 "전국 6대 도시의 앵벌이 조직을 무두 수사해봤는데 거기에 속해 있는 아이들은 모두 부모가 없거나 가출한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아이들이 범죄조직에 잡혀 있을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저희들끼리 몰려다니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도시 유흥가를 전전하며 초콜릿이나 껌을 파는 아이들을 조사해봤더니 대부분 같은 또래끼리 3~4명씩 몰려다니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들은 놀랍게도 하루벌이가 3만~4만원이나 돼 '여유있게'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3년간이나 길에서 먹고 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수사관은 "멀쩡히 부모가 있는 아이들도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재미에, 오락실 등에서 돈을 쓰며 노는 재미에 거리를 헤매고 다닐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했다.

이상을 보면 어떻게 하면 더이상 이런 비극을 줄일 수 있을까는 자명해진다. 우선 남의 자식을 신고도 없이 데려다 기르는 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신고하지 않는 것을 유괴행위와 마찬가지로 범죄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인가 시설이 방치돼 있어 구멍이 나 있는 행정체계의 정비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개구리소년 중의 한명인 김종식군 아버지 말처럼 "지금까지 아이들을 불법적으로 데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대사면조처를 위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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