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들아 ‘농사체험’ 가자스라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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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6개 지역에 ‘주말 텃밭’ 개설 ․ ․ ․ 가족끼리 ‘흙’에 다가서며 농촌 수입에도 도움

농협이 경기도 각지에 설치한 ‘농사 체험장’이 전원으로 향하는 도시인의 꿈을 유혹하고 있다. 도시를 탈출하는 마지막 비상구에 견줄 수 있는 농사 체험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의 남양주 ․ 양주 ․ 파주 ․ 용인 ․ 여주 군의 6개 지역으로 분산되어 있다(도표 참보). 6개 농사 체험장의 총 면적은 9천50평. 각각 2백명씩 회원을 모집하며, 지금까지 8백55명이 가입했다. 한 가족당 가입비 2만~4만원을 내면 1년 동안 ‘다섯 평짜리 농장주’가 될 수 있는데, 남양주군 수동면 지역은 이미 마감됐다. 회원의 연령층은 국교생 자녀를 두고 있거나 부모를 모시고 있는 40대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직업별로 보면, 교수 ․ 의사 ․ 약사 ․ 공무원 ․ 언론인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영업자도 많다.

 주관 부서인 농협중앙회 농촌개발부 유상철 부녀복지과장은 ‘주말 텃밭’ 개념으로 도입한 농사 체험장이 세가지 관점에서 도시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농약 오염으로 인해 우리 농산물에 대해 극심한 불신감을 갖고 있는 도시인들로 하여금 자기 손으로 ‘안전한’ 가족용 채소를 재배해 먹을 수 있게 한다. 둘째, 아스팔트 문화에 젖어 사는 도시 어린이에게 농사 과정을 직접 체험케 하는 교육장 구실을 해 준다는 것이다. “열무 씨를 아이 이름 형태로 뿌렸다”는 한 부모의 말은 이같은 교육열을 반영하고 있다. 셋째, 농촌의 자연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반든다는 것이다.

회원 ․ 농민 ․ 농협 3박자 화음 이뤄야
 이 때문에 농사 체험장들은 주변의 수려한 자연 경관이나 역사 유적지와의 연계성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총면적 3천평으로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 남양주군 수동농협 농사 체험장의 경우, 정해진 수보다 더 많은 회원이 가입했다. 이는 근처에 축령산자연 휴양림과 비금계곡 등 수려한 자연 경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손이 모자라 유휴 농지가 널려 잇는 농촌에서도 농사 체험장 운영으로 얻게 될 반사적 이익에 은근한 기대를 걸고 있다. 한가족당 4만원씩 내는 연회비에 그치지 않고, 농촌을 방문한 도시인이 토종닭 ․ 버섯 ․ 산채 ․ 과일 ․ 채소 등 현지 특산품을 사갈 경우 적지 않은 판매 수익을 올리게 되어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리라는 것이다.

 주말 텃밭 운영은 농가가 할 일과 회원이 할 일이 구분되어 있다. 농가에서는 밭갈이, 밑거름 주기, 두렁 만들기, 종자 및 모종 관리, 병해충 방제, 소요자재 확보 등 영농에 필수적인 ‘뒷일’을 지원한다. 반면 영농 기술이 거의 없는 도시 회원은 씨 뿌리기, 모종 심기, 김매기, 묶어 주기, 지주 세우기, 수확 등 비교적 단순한 일을 한다. 농부가 일구어 논 땅에 도시인이 씨를 뿌리고 거두는 셈이다. 이간은 업무 이원화는 농사 기술이 없는 도시인이 쉽게 흙에 다가서게 하는 흡인제 구실을 한다.

 지역 농협 또한 농사 체험장이 튼실한 뿌리를 내리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수동농협 지현주 부녀부장은 “2백40여 회원에게 개별적으로 영농 기술을 지도하지는 못하지만, 이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농작물을 심고 가꿀 수 있도록 텃밭 입구에 안내판을 마련해 놓고 매주 ‘이 주일에 할 일’을 적어 놓는다”라고 말한다.

 모처럼 도 ․ 농이 의기투합하여 첫삽을 뜬 농사 체험장이 본래 취지대로 풍성한 열매를 거두려면, 무엇보다도 회원 ․ 농민 ․ 농협이 어울려 빚는 3박자가 처음과 같은 화음을 이루며 지속돼야 한다.
李成男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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