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꿈마당 '만화잔치'
  • 송 준 기자 ()
  • 승인 199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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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CA, 재미교양학습요소 지닌 43종 전시


가정의 달을 맞아 여러 가지 '어린이 잔치'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 YWCA에서 벌이는 '좋은 만화 캠페인'은 다른 일과성 구색갖추기 행사들과는 달리 어린이문화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YWCA가 한국만화가협회와 종로서적의 후원을 받아 주회한 이 캠페인의 정식이름은 '소년소녀가장돕기 만화잔치'이다. 만화잔치는 지난 4월25일부터 5월5일까지 종로서적 3층 매장에서 열렸다. 서울 YWCA가 추천한 43종의 우량만화를 전시판매하면서 김수정 김형배 이향원 이희재씨 등 인기만화가 7명의 서명회를 함께 펼쳤다.

이 자리에 나온 우량만화는 오락교양학습만화로 대별된다.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는 말괄량이 소녀 추매의 천진난만한 일상을 그린 《오추매의 0점일기》(이진주) 인디언 추장의 아들이 겁쟁이에서 용사로 자라는 고장을 소재로 한 《꼬마 인디언 레미요》(김수정) 《별똥 탐험대》(박수동) 등의 건전 오락만화는 '더불어 살아가기'의 덕목을 담고 있다.

옛이야기를 모은 《생각이 꽃피는 나무》(박기준 프로덕션) 구체적 사례를 들며 공해의 심각성을 밝힌 환경만화 《하나뿐인 지구》(신영식) 성장만화 《무인도》(박흥용) 등은 어린이에게 진지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만든 교양만화들이다. 또 《한국의 역사》(이희재)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고학상식만화》(최홍재) 등은 지식을 알시 쉽고 재미있게 전해주려고 꾸민 학습만화들이다. 이 세 부류의 우량만화들은 이제까지 어린이만화가 드러내온 결함을 극복하고 있다.

서울 YWCA에서는 87년 8월18일 어머니 7명과 고사 5명으로 만화 모니터 모임을 처음 열었다. 지금은 20명의 모니터 요원이 활동하는데 그동안 '불량만화 고발' '스포츠신문 만화 해독 분석' '청소년의 스포츠신문 만화 구독 실태조사' '일본만화 불법 번역물 해독 분석' 등의 작업을 전개해오면서 매번 보고서를 작성, 배포해왔다.

 

저질만화 '융단폭격' 어린이 무방비 상태

우리나라 만화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저질 만화의 해악 앞에 어린이가 얼마나 무방비상태로 누출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스포츠신문과 일부 주간지 등 '황색매체'의 연재만화 ?만화전문 주간지(《주간만화》《매주만화》)등의 성인만화 ?《르네상스》《하이센스》《댕기》《요요》《나나》등의 잡지에 실리는 청소년만화 ?아동잡지에 게재되는 연재물 ?만화전문 주간지(《보물섬》《만화왕국》《아이큐점프》《소년 챔프》) ?문방구에서 파는 일본만화 복제판 등이 대본소 문구점 서점 등 어디에서나 어린이들에게손짓하는 실정이다.

성인만화 작가나 아동만화를 이 잡지, 저 잡지에 닥치는 대로 그려대는 무절제도 문제이다. 대개의 만화가는 연재를 끝낸 다음 단행본으로 묶어 대본소에 유통시킬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다. 그러므로 성인 청소년 어린이가 섞여 드나드는 대본소 서가에 꽂혀 있는 일부 만화들이 어린이에게 해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만화평론가 李元馥 교수(덕성여대 시각디자인46)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행본만화 시장이 소장가치를 지닌 출판물로 형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만화작가가 자기 독자층을 파악해 독자가 원하는 만화를 그려낼 것이고, 이 과정에서 만화작가와 독자의 건전한 관계가 뿌리를 내리리라는 것이다.

서울 YWCA가 추천한 만화들은 물론 나름대로 소장가치를 지닌 단행본들이다. 대본소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이런 책들은 서점에 진열되고 있다. 만화출판 시장의 개척자들인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도제제도를 기초로한 '만화공장' 따위 전근대적 생산방식과 일본만화 복제 등의 문제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제거하는 작업은 여전히 시민운동의 몫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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