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조도 골리앗 농성
  • 김당 기자 ()
  • 승인 199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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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파문 등으로 주목 못받아 조기타협할 수도 땅에서는 도저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지난해 11월부터 회사측을 상대로 50차례나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협상을 벌여온 대우조선노동조합 조합원 중 50여명이 2월7일 저녁 골리앗크레인으로 올라가 지난해 현대중공업 파업투쟁 때처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백순환 노조위원장 겸 쟁의대책위원장, 강용길   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을 포함한 이들 ‘골리앗 전사’들은 적어도 한달, 많게는 두달분의 식량을 확보하고 단협 교섭에서 노사 양측의 잠정합의조항이 나올 때까지 고공투쟁을 계속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월8일 전면파업에 들어간 뒤로도 노사 양측은 계속해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있긴 하다. 8일에 이어 9일에도 박동규 대우조선 소장과 한기수 노조부위원장 등 노사 양측 협상대표 18명이 교섭에 참여,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문제 등 몇가지 쟁점사항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노조쪽에서 요구하는 현재의 기본급+6만원 기준의 상여금 4백%를 통상임금 기준 6백%로 인상, 근속·가족수당등 제수당 신설, 징계조항 및 노사합의에 의한 조합원 해고 명시, 단협 유효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일 것 등의 쟁점사항은 여전히 타협점을 못찾고 있다.

 특히 노조활동 및 신분보장 확보 문제는 올해 노동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역점사업 중의 하나로서 파업을 이끌고 있는 백순환 위원장이 지난해말 결성된 ‘연대를 위한 대기업노조회의’의 상임의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백순환 위원장은 파업이후 연일 열리고 있는 총파업전진대회 때마다 골리앗에서 내려와 대회사를 발표하는 등 양면공세를 취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로서는 올 들어 첫 파업이어서 많은 사업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데다가 파업까지 벌인 마당에 소득없이 끝난다면 모처럼 시작된 대기업노조의 연대에 금이 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파업지도부에서는 지구전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지상의 쟁의대책위에서도 설날 전에 타결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비치고 있어 양측의 획기적인 입장전환이 없는 한 장기파업과 공권력 개입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될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쪽의 입장이 워낙 강경한 데다 水西파문에 묻혀 주목받지 못하는 등 때가 좋지 않고 또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어 3월 이후 본격적인 임투에 대비, 일단 타협 후에 전열을 가다듬을 가능성도 크다. ‘전사’들이 의외로 싱겁게 지상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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