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연에 실려온 봄소식 ‘전후 特需’
  • 김재일 경제부차장 ()
  • 승인 199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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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비 2천억달러, 건설ㆍ수출업체 부산 …선진국 움직임 면밀히 파악해야

걸프전 이후의 건설 및 수출 특수를 노리고 업계가 뛰고 있다. 건설업체와 종합상사들이 부쩍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국적군의 지상전 돌입과 더불어 종전이 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 또한 관계부처 합동의 중동정세파악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전후 특수 참여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걸프전과 관련한 복구공사 규모를 쿠웨이트 6백억~8백억달러, 이라크 8백억~1천억달러 등 2천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복구사업과 관련한 대부분의 지분은 미국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국내 건설업체는 미국 등 선진국 업체와의 합작 또는 하청형식으로 복구공사에 참여하기 위해 뛰고 있다.

삼성종합건설은 미국의 백텔사 및 영국의 스테이트 컨스트럭션사와, 현대건설은 미국의 COD 및 죠지 프로어사와 하청방식의 참여를 협의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간부는 “대체로 미국 업체들이 복구계획 수립과 설계, 공사감독을 맡고 시공은 제3국에 하청을 줄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우리 업체는 쿠웨이트에서 1백30건(30억달러)을 시공한 경험이 있어 시공권을 따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쿠웨이트에서만 40억~50억달러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쿠웨이트 정부는 3천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도피시킨 것으로 알려져 복구공사 비용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라크가 문제다. 외채만도 8백억~9백억달러에 이르는 등 재정상태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시공업체가 금융을 조달하는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종전 후 미국 일본 독일 등 서방국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의 재정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체 외에 종합상사를 비롯한 섬유 전자 식품 타이어 관련업체도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후 중단되다시피한 중동지역으로의 수출이 종전과 더불어 활기를 찾으면 그동안의 수출 차질액 7억달러의 회복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종전 직후 중동지역 지사의 활동 재개와 아울러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 기존 거래선 관리와 전후복구물자 수주에 나서기로 했다.

“인간적 접근이 중요하다”
삼성물산은 철수시켰던 4명의 사우디 주재원을 현지로 다시 파견, 기존 거래선 점검과 신규수출상담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미국지사는 미국의 유력기업과 접촉, 전후복구사업 공동참여와 관련제품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쿠웨이트에 생필품을 공급하는 데 힘을 쏟는 한편 사우디ㆍ요르단에 군수품 수출과 생산공장 건설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의 한 관계자는 대중동 수출의 41%를 차지하는 섬유와 라면 등 식품, 건설자재 및 전자제품 등의 수요가 클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정부와 업체가 전후 특수를 겨냥, 중동국가에 접근하는 데는 몇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경희대 金相國(산업공학) 교수는 아랍인의 한가지 주요한 특징으로 “매우 감정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상대가 한번 마음에 들면 모든 것을 다 줄 정도로 잘해준다. 한가지 예로 그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컵으로 음료수를 대접한다. ‘나만이 쓰는 것을 나누어 쓴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인간적이고 정리적인’접근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쿠웨이트에 대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지원을 통해 망명정부 요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웬만한 것은 무상으로 지원하면 전후복구공사 수주와 수출 특수를 잡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이라크에는 정부가 아닌 민간차원의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후세인이 제거된 후에 누가 지도자로 부상할 것인가를 파악해서 유망한 사람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둘 필요가 있다. 이라크는 재정상태가 좋지 않으나 아직도 주요한 석유자원 보유국일 뿐 아니라 서방국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복구사업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후복구에 주도적 역할을 할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돈버는 데 익숙한 일본업체의 동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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