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개방 우리가 더 필요"
  • 장영희 기자 (view@sisapress.com)
  • 승인 1993.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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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在馨 재무부장관

7월10일 한국을 방문하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금융시장 개방을 강도 높게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신경제 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금융개혁안과 개방계획안을 막 성안했다. 洪在馨 재무부장관을 만나 금융시장 개방 압력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금융개혁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들어보았다. 홍장관은 금융자율화나 개방은 우리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고, 미국측의 요구는 중요한 고려사항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통화.금리.환율 등 금융지표가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는데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통화 수준이 목표 수위에 차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다소 긴축정책으로 가니까 시중 실세금리도 뛰고 있습니다. 금리만 보면 통화를 좀 넉넉히 풀어야 하고 물가를 생각하면 돈을 거둬들여야 합니다. 이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정책 당국자로서 고민입니다. 그러나 올 2/4분기 경제성장률이 잘돼야 4% 남짓이고 보면 통화 수위가 물가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환율 역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수출에 도움을 주고 있어 나쁜 상태는 아닙니다. 주의깊게 보고 있지만 과격한 조처를 할 단계는 아닙니다.

신경제 1백일 계획이 끝나가는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십니까?
경제는 마라톤 경주와 같으므로 처음부터 1백일 후에 뭐가 크게 달라지리라고 상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분위기를 바꾸자는 것이었지요. 지나 1/4분기에 경기가 바닥점을 통과했고, 느리긴 하지만 경기 회복 징후는 감지됩니다. 그러나 아직 피부로 느낄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강도 높게 금융시장 개방 요구를 헤올 경우 한국 정부의 대응 협상은 은 무엇입니까?
미국은 제일 큰 수출시장이고 경제 동반자로서 그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개방의 필요성은 우리에게 더 큽니다. 금융산업도 반도체 자동차 철강 산업처럼 세계시장에서 싸워 이겨야 합니다. 그러려면 경쟁 여건을 조성해야 하고, 규제 완화 등 금융자율화와 개방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최근 미국 로렌스 서머스 재무차관은 한국이 금리통제 철폐 등 6개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루과이 라운드 내 금융서비스 협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요.
미국은 금융산업이 강합니다. 경쟁력이 높은 거지요. 그런데 한국이 규제를 많이 하고 있으니 장사를 제대로 못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서머스 차관의 발언은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요망 사항을 알린 간접적 신호이지만, 협상 탁자에서 밀고 당기는 그야말로 협상이 있겠지요. 미국이 아무리 요구해도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주택금융, 농어촌 금융지원 등 한국의 특수한 사정은 양보할 수 없지요. 이해를 시키고 설득해야 합니다.

6월말에 나온 최종안은 5월말의 정부안보다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의 압력을 의식한 조처입니까?
당초 금융시장 개방에 신경을 썼지만 자본 및 외환시장 개방에 눈을 돌려 재검토해 보니까 조금 앞당겨도 좋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미국의 주문 사항이 자본 및 외환시장 개방에 쏠려 있긴 하지만 우리 기업인들도 좀더 자유로운 자본 거래를 원하고 있어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개방 폭을 넓히고 시기도 앞당긴 것이지요.

자본 및 외환 자유화의 주요 골자는 무엇입니까?
환율 변동폭을 조금 넓혔고, 해외에서 돈이 쉽게 들어오고 국내에서도 해외로 돈이 좀더 자유럽게 나가도록 규제를 풀었습니다. 그러나 자본시장 개방은 외국인이 펀드를 사서 채권시장에 참여케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중소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 등 부작용이 적은 것은 올해 직접투자도 허용할 계획입니다.

개방화.자유로화가 진전될수록 정부의 정책수단도 무력해질 텐데요.
옛날처럼 직접 규제로는 안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직접 규제라는 수단은 효과가 빠르고 쉬웠죠. 이제는 통화량․금리․환율이 통합돼 영향을 미치므로 과거처럼 한가지 지표만 들여다볼 수도 없습니다. 또 경제 규모가 커져 시장의 흐름과 동떨어진 정책을 펴게 되면 시장의 왜곡만 심해집니다. 규제를 회피하려는 민간의 아이디어가 백출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자율화가 됐다고 해서 방문을 잠그고 열쇠를 창 밖에 던지는 격은 아닙니다. 열쇠는 여전히 정부가 쥐고 있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도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부자 클럽'인 이 기구에 들어가면 다자간 기구를 통해 협상할 수 있어 쌍무 협상보다 국익을 많이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미 국제화가 진척된 이들의 경험도 배울 수 있죠. 그러나 가입에 대한 대가가 크다면 재고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현안으로 돌려보지요. 금융실명제는 여전히󰡐임기중 반드시 실시한다󰡑에서 한 발짝도 떼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관계 부처 장관끼리 말을 맞춘 인상입니다.
너무 차이가 나면 화합이 안됐다고 그러고….

금융개혁안이 개혁의 이름에 걸맞다고 보십니까? 개선 정도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정치에는 혁명이 있지만 경제에는 혁명이 없습니다. 금융개혁안은 금융 전반의 문제를 총망라해 검토했고 실천 가능하게 대안을 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앞으로 5년 간은 지난 15년보다 더 넓고 빠른 속도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금리자유화 전에 한차례 더 공금리 인하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들을 합니다.
시장실세금리가 더 떨어져 공금리 수준에 근접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추가 인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반기에 설비투자가 활성화되면, 금리가 오르면 오르지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설비투자 진작책은 지금도 충분한 수준입니다. 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들이 수출 전망이 불투명하고 내수가 좋지 않아 망설여 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정 한파로 인한 불안 심리도 한몫 했지요(홍장관은 그러나 미래의 일을 단언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금융개혁은 우선 금리부터 자유화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2단계 금리자유화는 언제 합니까?
올해를 넘기지 않겠습니다.

3/4분기 보다 4/4분기에 실시할 공산이 큽니까?
그때 상황을 봐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올해 안에 하겠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

금융개혁안에 중앙 은행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중앙 은행 독립은 통화 정책을 중립적으로 운용해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뜻입니다. 현대 국가에서 물가 안정은 행정부에게도 최대 관심사입니다. 목표가 중앙 은행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2금융권에도 주식소유 한도를 둡니까?
금유의 사금고화 방지라는 차원에서 경제기획원이 현재 안을 좀더 강화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을 냈습니다. 재무부도 현재의 사금고화 방지안이 미흡하게 되면 한도를 설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찬반 양론이 있겠지만 제1금융건인 은행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제2금융권 규제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이미 주인이 있는 제2금융권에 한도가 주어진다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 축소는 어떻게 돼 갑니까?
무작정 줄이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정책금융은 재정에서 연도별로 맡도록 기획원과 협의가 끝났습니다.

경제력 집중 완화와 소유 분산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정공법으로 해야 합니다. 강제적으로 급격히 줄이면 좋지 않습니다. 독과점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므로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고 상속 증여에 무거운 세금을 메기는 등 금융․세제 수단을 통해 조화롭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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