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영화 보는 맛 나네!
  • 윤석진(충남대 국문과 교수) ()
  • 승인 2006.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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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애시대>/기존 드라마와 다른 구성·편집으로 화제
 
최근 SBS의 월화 드라마 <연애시대>가 시청자들의 색다른 반응을 불러모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평가를 내리며 <연애시대>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일단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두 배우, 감우성과 손예진으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스타급 배우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현상은 일반화했지만, 작가와 연출뿐만 아니라 기술 분야까지 충무로 인력이 대거 참여한 드라마는 <연애시대>가 처음이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작가 박연선이 극본을 쓰고, 영화 <고스트맘마>로 유명한 감독 한지승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에 <연애시대>를 ‘영화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라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충무로와 여의도의 인적 교류 차원을 넘어 짚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연애시대>의 ‘영화 같은’ 표현 형식이다.

‘이혼하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연애 이야기를 낯설게 만든 <연애시대>의 설정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벗어난 듯한 등장 인물이나 에피소드 구성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관습적 표현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만약 이혼 후에 상대방에게 다른 남자와 여자를 소개해주면서 ‘쿨한’ 척하는 모습으로 등장 인물을 설정하거나 이혼 후에도 여전히 상대방을 만나게 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이 전부였다면, <연애시대>는 출생의 비밀이나 불치병을 소재적 차원에서 단순 재활용하는 다른 드라마와 크게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연애시대>가 ‘영화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로 평가받는 것은 바로 등장 인물이나 상황 설정이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영화 같기 때문이다. 보통 드라마의 경우 ‘연속극’의 형식을 띠기 때문에 시청자로 하여금 매회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연애시대>는 매회 완결되는 듯한 장면 구성으로 마치 영화 한 편이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배우·작가·연출자 모두 충무로 출신

또한 장면 구성과 편집 방식에서도 <연애시대>는 기존 텔레비전 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대사를 반복하거나 회상 장면을 통해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텔레비전 드라마의 일반적인 표현 방식이었다면, <연애시대>는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보다 ‘장면화’시켜 보여주는 영화의 표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혼한 부부 이동진(감우성)과 유은호(손예진)가 ‘내레이션’을 통해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사소한 일들로 대립하는 동진과 은호의 갈등 상황을 같은 장소에서 다른 인물로 표현하는 방식은 분명 이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 구성이다. 이렇게 ‘친절한 설명’을 거부한 상징적인 장면 구성과 빠른 편집 방식 때문에 <연애시대>는 예리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텔레비전 드라마로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텔레비전 드라마 형식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자칫 지루하고 단조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이동진과 유은호의 ‘이해’와 ‘오해’를 넘나드는 이혼 후의 연애 이야기, 그리고 이동진과 유은호의 연애 전선에서 협조자와 반대자 역할을 수행하는 공준표(공형진)와 유지호(이하나)의 또 다른 연애 이야기만으로 16부작을 완성하려 한다면, 2시간 내외의 영화를 16부작 텔레비전 드라마로 늘여놓은 것 같다는 비판을 받게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연애시대>의 시청률 추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도 <연애시대>의 새로운 영상 표현이 관습적 표현 방식에 길들여진 텔레비전 드라마를 변화시키면서 ‘충무로와 여의도의 연애’를 달콤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1990년대 초, 한국영화의 흐름을 바꾸었던 영화 <결혼 이야기>처럼 <연애시대>가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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