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주변 문학'아니다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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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설 편애하면 다원사회 포착 못해"권성우씨 비판



 문학적 감동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장르가 독후감의 부피를 규정하는 조건일 수는 없다는 이 명제는, 그러나 최근 평단의 풍향계를 살펴볼 때‘죽은 말??이다. 현장비평은, 문학은 시?소설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학적 감동 또한 두 장르에서만 가능하다는 묵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학의 권좌는 시와 소설이 차지하고 있고, 문학비평 역시 시?소설에만 초점을 맞춘다. 비평의 편애인 것이다.

 젊은 평론가 권성우씨가 계간《문예중앙》 여름호에 기고한 평론〈憧憬과 분석, 그리고 유토피아〉는 위와 같은 그릇된 문학풍토를 바로 잡으려는 진지한 문제제기이다. 문학은 시?소설 뿐만이 아니라 에세이를 비롯, 일기 자서전 수기 편지 기행문 과학소설은 물론 만화까지를 아우른다는 그의 지적은 매우 원론적이고 상식적인데, 그래서 오히려 신선해 보인다.

 전통적인 문학의 죽음, 소설의 위기, 일상의 생태학, 포스트모던한 문화의 징후 등 비평가들이‘제목??으로 삼는 비평적 담론들이??지극히 전략적??인 것은 아니었는가라고 반문하는 그는, 빠른 속도로 다원화해가는 우리 사회를 전통적인 장르(시?소설?희곡)만으로는??그 세밀하고 다채로운 지형도를 포착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동경과 분석…〉은 어떤 훌륭한 시?소설 못지않게 문학적 감동을 전해주는 에세이를 제시하고(도표참조), 이 중 예술기행 세권을 분석하면서 변두리 양식인 에세이가“보수적인 문학적 권력과 고루한 편집을 해체?전복시키면서 새로운 중심 장르로 떠오르고 있음??을 드러낸다. 권씨가 선택한 텍스트는 김화영씨의《행복의 충격》 故김현씨의《김현 예술 기행》그리고 김윤식씨의《환각을 찾아서》등인데, 이번호에서는 김화영 김현, 가을호에서는 김윤식을 조명할 예정이다.

 ‘자외선과 같은 섬세한 부분??이며??비범한 정신??이고 동시에??알몸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영혼??인 에세이 중 특히 예술기행은 세계적인 거장(작품)들과 에세이스트가 만나면서 지펴지는??정신의 불꽃??이다. 권씨는《행복의 충격》의 주제어를 낭만적인 동경으로,《김현 예술 기행》의 핵심을 분석적인 지성으로 파악한다. 김화영의 에세이는??이상…박인환…전혜린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지성사의 예술사적 계보와 연결??된다고 그는 평가하면서, 이때의 동경은 삶에 대한 근원적 태도에서 출발한다고 풀이한다.

 《행복의 충격》이 南佛 프로방스의 문화와 풍경을 유려한 문체로 접근한 60년대 낭만적 지식인의 존재론적 동경이라면,《김현 예술 기행》은 北佛 스트라스부르에서 프랑스의 사상과 문화 예술 풍물을 분석적 시각으로 탐색한다. 이 책은 예리한 분석력으로 서구의 기능적 지식이 지닌 반인간성과 후진국 지식인의 운명, 그리고 무엇보다“사물과 사유의 뿌리와 숨은 구조??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권씨는《김현 예술 기행》에서??문학적 초월주의자가 아니라 분석적 해체주의자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그의 글쓰기 자세가 명료하게 드러난다??고 밝히고 있다.

 〈동경과 분석…〉은 에세이를 여류의 餘技쯤으로 인식하는 작가?출판편집자들의 매너리즘과, 비평계의 시?소설 편애현상에 대한‘에세이의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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