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당 朴燦鍾 대표최고위원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199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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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보다 조건 더 좋다"


 최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撲燦鍾 신정당 대표최고 위원.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는 차세대 지도자로서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 대표는“당선을 확신한다. 차차기를 겨냥하거나 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출마가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선거 막바지에 민자당 후보의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분위기가 압도적일 경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단일화 논의를 거부할 생각은 없다??고 말함으로써 야권 후보, 특히 金大中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 놓았다. 그는 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된 이래 14대까지 5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 하셨지요?

엄두가 안납니다. 대통령직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말이 아닙니다. 엄청나게 드는 돈을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대해 엄두가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부딪치면서 작고 깨끗한 돈을 마련하고 독자적인 캠페인 방법을 개발해나갈 것입니다. 선거운동을 하는 모든 과정에 돈 안드는 선거풍토를 강제하는 후보가 있어야 될 것입니다. 제 출마는 그런 의미도 있습니다.

 

 승리할 가능성이었나요, 아니면 당의 입지를 위한 것인가요?

76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미 카터씨가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지요. 그때는 워터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구정치인의 부도덕·무능과 정치에 대한 환멸이 국민정서 속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고 아무도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러나 지미 카터 본인은 당선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그의 마음과 쪽 같은데, 조건과 상황은 제가 훨씬 좋다고 봅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당선을 확신합니다. 차차기를 겨냥한 것도 아니고 당의 위상 제고를 위한 전술적 차원이 아니라는 정을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당선을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이번 대통령선거에는 지역분열 극복과 국민 대화합의 의미가 부여돼야 합니다. 저는 수도권 출신이기 때문에 국민정서 속에 남아 있는 지역감정의 앙금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 대선에는 세대교체적 의미가 주어져야 하고, 이번에는 허구적인 세의 논리를 극복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가지고 대통령선거를 해석한다면 제가 단순히‘훈련후보??나??예비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것입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상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선 대통령직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군왕적 의미의 통치자가 아니라 임기가 있는 국가 최고 경영관리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성실하고 도덕적인 국가 최고 경영관리자가 바로 우리 시대 대통령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그는 용기와 결단력을 가진 대통령이어야 하고, 정상적인 학력과 경력을 지니고 있어야할 뿐 아니라 전문성과 실천력을 갖출 우리의 이웃이어야 합니다. 나이 50세까지의 인구가 80% 가까이 되는데 그들 대부분이 보편적 교육환경 속에서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이제 카리스마적 인물이 아닌 보편적 이웃 가운데서 대통령이 나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에 박 대표가 가장 적격자라고 보십니까?

(웃음)대통령의 자질과 조건을 이렇게 설정했을 때 제가 만점은 아니라 하더라도 도전자 반열에 감히 서도 괜찮지 않겠느냐 하고 생각합니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표는 차세대 지도자로서 상위 순위에 올라 있습니다.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지난 대통령선거 이전에는 전두환 정권 아래 민추협과 신민당에서 두 김씨와 더불어 반 독재 투쟁의 선두에 싫었지요. 감옥은 안갔지만‥‥ 그런 작은 투쟁경력이 국민의 기억에 남아 있겠지요. 또 6·29선언 이후 두 김씨의 단일화를 위해 삭발로 항의했습니다. 처음 여섯 명의 동료가 삭발하기로 했던 것이 세 명으로 줄어들고 나중에는 저 혼자 삭발했지요. 그 이후 어느 편에도 휩쓸리지 않고 한 곳에 정지한 상태로 서 있었습니다. 이것을 어떤 결단, 일관성으로 해석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야권 단일화를 외치면서 삭발까지 했는데 이번 출마 선언은 사실상 야권을 분열시키는 것 아닌가요?

그 당시 야당은 정통 유일 야당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건국대사건을 계기로 김대중씨를 재수감할 듯이 협박했지요. 그때 유럽 여행 중이던 김영삼씨는 “김대중 동지가 사면복권 되면 나는 김동지의 대통령선거를 위해 헌신 하겠다??고 했습니다. 김대중씨는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다면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두 김씨의 말을) 훈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민주화될 때까지는 물론이고 또 그 이후에도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분열되고 말았지요. 그 이후에도 두 사람은 분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정통 야당, 국민적 수권 야당은 그때 이미 종적을 감춰버린 것입니다. 지금 그 질문에는 정통적 국민 수권 야당은 김대중씨가 있는 그 당이니까, 그 당이 지지도가 높고 국회의원이 많으니까, 그 중심으로 모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내용이 깔려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 (신민당과 민주당이) 통합할 때 따라갔어야죠. 피는 이 시대에 국민적 정권을 창출하는 데 어떤 모양의 사람이 대통령이어야 하느냐 하는 자격 조건의 당위성을 계속 홍보할 것입니다. 그리고 선거 막바지에 민자당후보만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거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일 경우, 범국민적 추대위 같은 데서 과학적인 검증 방법을 통해 한 사람을 추대한다든지 하는 그런 논의를 굳이 거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도식적인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는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해 용퇴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누구의 눈에도 검증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복수 여론조사 방법도 있을 것이고…. 나라의 제반 사정을 봐서, 아까 말한 이번 대통령선거의 의미를 감안해 포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비록 수치상으로는 지지도가 1등이더라도 나라의 장래를 봐서 2등에게 양보할 수 있다든지 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논의 구조의 틀이 형성되면 그 결정에 따를 수 있겠지요.

 

 박대표 쪽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렇게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요. 단일화 이야기만 나오면 으레 김대중 대표 쪽으로의 단일화를 말하는데 그런 식의 논의는 곤란하다는 겁니다. 87년 말의 단일화논의와 지금의 단일화 논의는 다릅니다.

 

 여하간 박 대표와 김대중 대표 사이의 단일화 가능성은 있는 거군요.

종전과 같은 대통령후보 단일화 논의 구조일 수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되겠지요.

 


 김대중 대표를 평해주시지요.

김 대표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분이어서 그 분과 이야기하면 편안합니다. 논리에 대한 반증을 제시하고 그 분 주장의 허점을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면 그 생각을 수정합니다. 저보고 머리 좋고 공부 많이 했다고 하지만 독서량이나 논설?연설문 작성 등에 있어 선배로서 김대중 선생을 도저히 못 따라 갑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그 분에 대한 인간적 외경과 친근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도자로서 어떠냐 하는 것과는 별개지요.

 

 박 대표의 출마와 관련해 항간에는 정보기관의 공작설도 있습니다.

공작설이 있나요? 제가 나오는 것이 민자당 후보에게 도움이 된다? (웃음)반대로 여당 후보의 표를 깎아 야당 후보의 당선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안기부에서 그것까지 공작해주겠습니까. ‘不巧施恩??이란 말이 있지요. 내 말이나 행위가 누구에게 이득을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로되, 그것으로 인해 이득을 본 경우를 일컫는 말이지요. 그런 말에 개의치 않습니다.

 

 자금동원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현행 정치 자금법은 국민을 기만하는 법입니다. 정치자금 조달 통로를 거의 폐쇄해놓고 여당은 변칙적으로 조달하고 있어요, 또 거대 야당과 정주영씨의 당은 술수적 방법으로 흑색 자금에 손을 대고 있는데, 우리는 현행 정치 자금법에 정면으로 도전해보려 합니다. 일인당 한도액을 정해 공개적으로 모금할 것입니다. 입건되면 당할 생각입니다.

 

 총선자금은 얼마나 썼나요?

중앙당이 쓴 것이 25억원 입니다. 다섯 사람의 당직자가 22억원 정도를 분담해서 냈고 나머지 3억원은 세분해 거둔 돈입니다.

 

 개혁정치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입니까?

해방 이후 약 2백개의 정당이 생성·소멸·존립을 거듭해왔습니다. 신정당을 포함해 4개 정당의 정강정책은 거의 같습니다. 다 금융실명제·토지공개념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 안하잖습니까. 정주영씨만 해도 즉각 실시하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정씨의 말을 못 믿을 것이, 토지공개념을 제대로 실시하면 본인과 그 일가의 재산관리 기반이 무너지는데 즉각 할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개혁정치가 가능한지 아닌지는 그것을 부르짖는 주체의 도덕·정직성이 먼저 검증돼야 합니다.

 

 신정당 간부 중에는 공천 탈락자 및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이 있습니다. 박 대표가 내건 개혁정치와 배치되지 않습니까?

공천 탈락의 배경이 문제가 되겠지요, 국민당의 경우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자금을 배경으로 현역 의원들을 입당시켰는데, 당시 제게 입당 의사를 밝힌 의원이 많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비리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계류중인 의원이 많았어요. 저 역시 많이 기울었으나 거부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선별한 겁니다. 제가 거부하니까 밤사이에 다 저쪽 (국민당)으로 가버렸어요. 우리 당 현역의원 네 분은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나름대로 의정활동을 성실하게 한 분들입니다.

 

 대단히 명석하지만 대세를 파악하는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벽성 때문이지요. 이기택씨의 경우 3당 합당이 되자 청와대에 들어가 밥까지 얻어먹고 되돌아와 우리 민주당 만들 때 첫마디가 “김대중씨는 정계를 은퇴하라??였거든요. 그것을 기억하는 제 눈으로 봐서는 이씨가 작년에 (김대중)선생님한테 가 전국구 배정 받고 합당한 것은 말도 안되지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합당하는 것이 대세지요, 선뜻 못 따라가는 제 성격이 강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으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혼자 그냥 서 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야당 통합에 반대한 것은 반민주 ·반역사적 형태라는 시각이 강합니다만.

대세론에서는 밀리는 논리인데 저는 거꾸로 이렇게 봅니다. 대통령선거에서 두 김씨의 분열로 군사 문화책 잔재를 승계하도록 한 엄청난 과오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과오를 시정하지도 않으려고 하는 지도자의지도력을 강화해줄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그것을 강화해줘서는 안된다는 논리 때문에 구민주당을 만든 것인데, 그 당을 해체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통합에 반대하면서 옥쇄하자고 했습니다. 김대중 총재의 당과 합당하는 것이 바른길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민주당 만든 후 2년 동안의 정치활동은 국민에 대한 행패가 아니겠습니까.

 

 과거 두 김씨 단일화 실패에만 초점을 맞춘 논리 전개인 것 같은 인상이 듭니다. 움직이는 정치를 지나치게 고정화된 시각으로 보는 것 아닌가요?

착오?과오?실수?무책임 등이 분명 살아 있는 현실이고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의미보다도 그 분들이 다시 대선에 나서는 것은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거부해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박 대표를 독불장군이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요.

개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상과대학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삭발도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철저히 독불장군 같으면 한 정당을 어떻게 만들었겠습니까. 질문의 취지는 알겠는데, 제도권 내 흐름의 대세를 안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맞겠지요.

 

 쇼맨심이 강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것은 삭발을 한번 했고,89년 12월15일 1노3김이 전두환씨를 국회 청문회에 끌어내 형식적으로 5공청산을 하려고 합의했을 때 엉터리라고 주장하며 보름 동안 단식한 적이 있지요. 특수한 행동이 두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삭발과 단식을 여러 번 한 걸로 인식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정적인 시기에 남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일을 두 차례 했고 그 후에 제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는 입장이 너무 강해 보이니까 그런 인상을 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잘 정돈되고 계산된 쇼맨은 아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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