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된 동해안 쪽빛 바다 넘실
  • 강릉 남항진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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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곳 철조망 철거…지역따라 자정까지 개방

해진 후에는 해변 출입을 못했던 동해안 풍속도가 올해에는 바뀐다. 7월10일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동해안 철조망 중 일부가 철거된 데가 통제도 많이 풀려 휴가를 앞둔 직장인의 마음은 벌써부터 동쪽으로 내닫는다.

 6월 26일 경포대 남쪽에 있는 남항진항. 바닷바람을 맞으며 군인들이 녹슨 철조망의 너트를 풀고, 절단기로 철조망을 걷어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모래밭 깊숙이 박혀 있는 지주를 삽으로 파헤치고 굴삭기로 들어내고 있었다. 일대에 둘러친 철조망 6백50m를 걷어내는 이 작업에 하루 40~50명의 병력이 투입되었다. 강릉 비행장과 인접해 있는 남항진항은 교통이 편리한 데다, 깨끗한 바다와 흰 백사장 등 해수욕장의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다. 그러나 그동안'간이 해수욕장'으로 묶여 해뜨기 전이나 해진 후에는 출입이 통제됐다. 강릉시 견서동의 곽병철 통장은"이번 조처를 계기로 정식 해수욕장 인가가 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럴 경우 예년보다 훨씬 많은 피서객들이 몰려와 이 지역 주민소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철조망 제거 작업은 동해안 일대의 다른 해수욕장이나 항 . 포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 작업은 해안 지역 주민의 생활 편익을 위해 해안 철조망을 철거한다는 국방부방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육군은 지역별로 철조망 제거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후 강원도 일대의 동해안 철조망 중 79.9㎞를 철거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6월 말까지 북쪽의 고성군 화진포에서 남쪽의 삼척군 고포리 사이에 있는 해수욕장, 항 . 포구 등 주민생활과 직결된 46개소 해안 철조망 32.6㎞를 우선 철거했다. 철조망 제거 구간은 화진포~외웅치 2.3㎞(3곳)와 설악해수욕장~남애 7.7㎞(10곳), 그리고 주문진~고포 22.6㎞(33곳)이다. 이 구역에는 동해안의 비경으로 손꼽히는 화진포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한여름 휴양지로 각광받는 낙산 . 주문진 . 망상 . 옥계 . 연곡 . 순포 . 추암 . 임원 등 유명 해수욕장이 포함된다.

 해수욕장은 지역 특성에 따라 시범 해수욕장(가급) . 일반 해수욕장(나급) . 간이 해수욕장(다급)으로 분류되며, 등급별로 개방 시간 및 안전 수칙이 다르다. 예컨대 강릉 일대의 시범 해수욕장에는 주문진 . 연곡 . 경포 . 경명 . 옥계가 있다. 오전 6시~저녁 12시 개방되는 시범 해수욕장은 △사전 군부대의 협조로 숙박 및 편의 시설과 필요한 연구 시설물의 설치가 가능하고 △개장 기간에는 그물망을 제거했다가 폐장후 복구한다.

일반 해수욕장은 방갈로 설치 가능
 일반 해수욕장은 사근진 . 강문 . 송정 . 안인 등으로, 개방 시간은 시범 해수욕장과 같다. 이곳에서는 △기존 민박지와 지정된 지역에는 방갈로를 설치할 수 있고(폐장 때 철거) △철책이 이미 설치된 지역은 출입문만 개방하며, 추가 개방을 요구할 때는 작전검토후 조처한다(폐장후 완전 복구).

 개장 시간이 오전 6시~저녁 10시로 두시간 짧은 간이 해수욕장의 경우, 안전수칙이 좀더 엄격하다. △기존 민박지 외에는 침식 . 기거가 불가능하며 △숙박시설 허가가 나지 않고(방갈로 등 관광객의 개인용 텐트를 설치하는 것도 안된다) △철책은 출입문만 연다. 남항진 . 소돌 . 영진 . 사천 . 안목 . 순개울 . 염전 . 고성목 . 정동 . 도직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동해안 철조망은 지난 69년 울진 . 삼척지구에 공비가 침투한 사건 이후, 87년까지 총 2백 31.4㎞가 설치되었으며, 이중 경포대 등 일부 지역의 3.2㎞는 91년에 철거되었다. 또한 이번 철거 대상지역 중 나머지 47.3㎞는 경계등과 경계장비 등 대책을 보완한 후 94년부터 연차적으로 철거된다. 그러나 민통선 북방 . 적 상륙 예상지역 . 과거 적 침투지역 . 군사 중요시설지역의 철조망 1백48.3㎞는 계속 유지된다.

 육군 당국은 철조망 제거 구간 및 해수욕장 등급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군사기밀에 해당되는 사항이므로 밝히기 어렵다면서, 피서객들이 각 해수욕장마다 설치된 안내판을 보고 그 지역에서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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