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아직 양심수 많다‘
  • 정리.김 당 기자 ()
  • 승인 199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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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93년 인권보고서 지적…“보안법이 인권개선 주요 걸림돌”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최근 세계 각국 정부가 아직도 인권보다는 정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지난 6월 빈에서 열린 유엔세계인권회의는 현재의 인권 침해나 장래의 인권상황에 대처하기보다는 과거의 ‘인권 원칙’만을 되풀이 강조함으로써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앰네스티가 공개한 《93년 연례인권 보고서》 중에서 한국의 인권 상황에 관련한 부분과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한 제안을 다룬 부분(37쪽 상자 시사)을 각각 요약해 소개한다. 앰네스티는 6월 빈 인권회의에서 세계 20여 나라와 50여 민간 인권단체들이 한국의 국가보안법 철폐를 촉구하는 공동결의문을 채택하는 데도 영향력을 미쳤다. <편집자>

 약 2백명 이상의 정치범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 및 기소되거나 유죄를 선고받았다. 비슷한 이유로 과거 몇 년 동안 투옥된 또 다른 2백명쯤이 아직 풀려나지 않고 있다. 일부는 양심수이며 나머지는 불공정한 재판의 결과로 부여된 형을 살고 있다. 그 중 수십명은 경찰이나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지난해 9명이 사형 당했으며 약 50명이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인권보장 장치를 강화하는 몇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변호인 교통.접견권을 보장하고, 군사기밀보호법의 광범위한 개념과 그 적용을 엄격히 제한한 결정 등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양심수를 양산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주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남북합의서 발효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보안법의 개정이나 폐지를 거부해 왔다.

 지난 한 해 동안 수백명이 자신들의 정치적 활동 때문에 체포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양심수이다. 2백명 이상이 ‘반국가’ 활동과 ‘반국가 조직’과의 접촉을 금지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반국가단체 가입 혐의로 기소된 사회주의 노동자동맹(사노맹) 구성원 39명 가운데 상당수는 취조 과정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당했다. 사노맹 조직의 리더인 백태웅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무장봉기를 통한 사회주의 정부 수립’ 혐의 내용을 부인했으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90년 이래 체포된 사노맹 조직원 가운데 1백여명이 지난해 연말까지 수감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 지난해 8~9월 62명이 북한 당국이 지휘하는 간첩조직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기소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이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모든 수감자들은 22일간이 넘게 그들 가족과 접촉하는 것이 안기부 당국에 의해 거부당했으며, 그들의 정당한 권리인 변호인 교통.접견권이 명백히 침해되었다. 그들 가운데 장기표씨는 북한 기관원을 만났던 사실을 당국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체포돼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북한 기관원을 알고서 만났다거나 국가기밀을 누설했다고 생각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 그는 북한 기관원과 회합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무기형을 선고받은 김낙중씨와 함께 양심수이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이른바 자살방조혐의로 기소된 강기훈씨의 원심판결(3년형)을 확정했다. 강씨에 대한 범죄 증거는 오로지 그의 동료가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 필적에 대한 미심쩍은 감정으로 구성돼 있다. 앰네스티는 강씨가 불공정한 재판의 결과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그가 양심수임을 확신한다. 지난해 9월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은 윤석양 이병도 양심수임에 분명하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그와 비슷한 혐의로 수감중인 군인들은 약 40명에 이르는데 그들 가운데 일부는 양심수이다.

고문.가혹행위 사례 계속 보고돼
 수감자들, 특히 정치범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는 과거 정권 때보다는 줄었지만 그 사례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구성원들이 수감중에 경찰에 의해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받고 나중에 석방되었다. 배춘일.김상철 교사 등 5명은 전교조 집회 뒤에 서울 영등포.남부 경찰서 등으로 끌려가 협박과 구타를 당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 받은 9명이 처형되었다. 현재 약 50명이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앰네스티는 지난해에도 한국 정부에 모든 사형 선고에 대한 감형과 사형제도의 철폐를 호소했다.

 앰네스티는 정부 당국에 양심수 석방을 호소했고, 정치범을 억류하는 데 이용돼 온 국가보안법과 다른 법률을 표현과 결사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 인간의 권리와 관련된 국제기준과 완전하게 일치시키라고 촉구했다. 앰네스티는 명백하게 부당한 재판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정치범 사건의 재심을 요청하는 한편, 수감자들이 고문이나 가혹행위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촉구했고, 아울러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모든 사건에 대해 공정한 조사를 요청했다. 지난해 10월 앰네스티 대표단은 한국을 방문해 법무부 관리들과 인권에 대한 관심사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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