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족’ 날뛰는 러시아
  • 모스크바· 김종일 통신원 ()
  • 승인 1993.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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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값이 춤을 추고 있다. 모스크바 지역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주간 부동산 잡지 《이즈 루크 부르크》에 따르면 5백5달러쯤 하던 일반 주택 지역의 35평형 아파트 월세가 7월11일 현재 1천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또 부동산업자들의 수수료도 2배나 올랐다고 보도하고 이러한 수준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영 오스탄끼노 텔레비전은 최근 보도를 통해 모스크바 지역의 주택·사무실 임대료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으로 1년 정도 상승세 지속될 전망

 《프쇼 들랴 바스(all for you)》라는 주간생활정보지는 천장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 1년 정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러시아에서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부동산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속해서 이 잡지는 주요 지역별 부동산 값을 소개하면서 모스크바 시내 순환도로인 ‘시도바에 깔쪼’ 주변의 업무용 건물 임대 가격은 층수 구별 없이 월 평균 1㎡당 1백~5백달러여서 뜻있는 사업가들로 하여금 중심가를 벗어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다차(주말농장 겸 별장) 값은 천문학적인 값으로 매매되고 있으나 그나마 매물이 없어 공급이 달린다는 것이다. 모스크바를 통틀어 도로 사정이 가장 좋기로 소문나 있으며, 러시아 고위층 인사들의 별장촌으로 가는 길목인 루블렙스꼬에 톨게이트 주변에는 최근 옐친 대통령의 새로운 거처까지 들어서게 되어 있어 이 일대에서는 부동산 매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대행업소 직원 콘스탄친씨(27)의 설명이다.

 부동산 열풍이 불기는 지방 중소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업자인 세르게이 비치씨(31)는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50분 거리에 있는 펜자시가 모스크바에서 원정간 투기꾼들과 현지 업자들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 30여명이 검은 가방에 돈을 가득 넣어 와서는 집과 땅을 마구잡이로 사들인 지 한 달도 못돼서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돈을 벌어갔다. 애꿎은 주민들만 부동산 값 상승으로 고통받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인구 4백50만명인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오래전에 경제특구로 지정된 까닭에 건물 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라고 미하일 안드레이비치씨(53·배터리 공장 총지배인)는 밝혔다. 그는 이곳이 관광지인 관계로 호텔이 많아 부동산 값이 폭등한 적은 없으나 호텔 투숙비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심가인 넵스키 프로스펙트 거리의 상업용 건물은 수천만 달러를 호가하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업계는 밝혔다.

흑해 주변 휴양지, 1천~2만%까지 폭등

 군사 도시인 옴스크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군사 도시인 관계로 무기거래상들이 들끓어 건물 값이 폭등하고 있다는 게 나탈리야 미하일로브나씨(24·부동산 회사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무기 부품을 수출하는 사람들이 일시에 벌어들안 거금을 해외로 빼돌리기 어렵자 가장 안전한 투자 방법인 부동산 구매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건물 매매에 관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러 모스크바에 왔다”면서 자기도 회사를 차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현재 성수기를 맞아 폭발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는 흑해 주변 휴양지에는 외국 자본까지 유입되어 부동산 열기가 뜨겁다. 모스크바에 지사를 둔 니콜라이 니콜라이비치씨(41·시바스도폴 거주·상업)는 흑해 전역이 종전 가격보다 적게는 1천%에서 많게는 2만%까지 폭등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같은 부동산 값 폭등 현상은 급격한 인플레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과 현금보관료를 징수하는 러시아 은행 운영방식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게 일반론이다.

 이에 따라 직장을 거부하고 부동산 투기에 몰두하는 신세대인 ‘부동산족’이 등장했으며, 폭력계와 손잡고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미운 오리새끼들이 속속 얼굴을 내밀고 있으나 러시아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예를 들어 모스크바 대학 본관 636호에 있는 ‘아르그멘트’ 부동산 회사는 일일 평균 거래액이 4천달러에 달하고 있다. 7월11일 밤 러시아 제4채널 텔레비전 마감뉴스에서 이 방송사의 미국 특파원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우리 러시아를 배반한 사기꾼들이 비버리힐스에 3백만달러짜리 저택을 현금으로 손쉽게 사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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