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풀제 ‘내우외환’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3.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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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인 풀제(우수 교수인력 초빙제)가 실시 1년 만에 내우외환으로 흔들리고 있다. 올 2학기에 각 대학에 배치될 13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탈락된 일부 지원자들 사이에서 최근 ‘원칙이 무시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같은 시기에 정부에서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내년도에는 신규 인력 선발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우수 교수인력 초빙제란, 정부가 우수한 교수인력을 선발해 지방 사립대에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이들의 인건비를 부담해 주면서 계약기간 3년이 지나면 해당 대학에 전임교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권유하는 제도로서, 국내외 소장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재정 상태가 허약한 지방 사학재단측으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아왔다.

 브레인 풀제는 교육부가 사업 일체를 학술진흥재단(이하 재단)에 위탁해 재단측이 모집, 선발, 계약, 배치, 인건비 관리 등 전과정을 주관하고 있다. 사업 목적을 들여다보면, 이 제도가 왜 젊은 학자층과 대학에 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지를 이내 알 수 있다. △국내 대학의 과학·기술 분야와, 예외적으로 특히 필요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수인력 수요를 충족시키고 △국내외의 우수 교수인력을 확보하며 △대학이 우수인력을 채용하는 대 합리성과 객관성을 중시하는 풍토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경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한 강사는 “외국에서 학위를 받지 못한 이른바 국내파에게 브레인 풀제는 유일한 출구였다”라고 말했다. 재단은 지난해 1차로 29명을 선발해 동국대 수학과, 전북대 물리학과 등에 배치했고, 이 가운데 경북대 물리학과의 김동희씨와 성균관대 생물학과 이우성씨는 벌써 교수로 임용되는 등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퇴임 관료들의 ‘요구’로 1차 물의 빚어

 지난해에는 홍보가 덜 돼 1백87명이 지원했지만, 올해는 신청자가 2백53면으로 부쩍 늘어났다. 재단은 이들은 심사해 각 대학에 회람시켜 대학으로부터 1백34명을 요청 받았고, 대학 교수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13명을 최종 선발했다.

 그 목적이나 효과에 있어서 부정적인 요소가 거의 없어 보이는 브레인 풀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경제기획원들이 전직 경제관료 두 사람(문희갑 최동규)을 우수 교수인력 대상자에 포함시키라고 입김을 불어 넣으면서부터였다. 문씨와 최씨는 각각 행정학 석사(서울대) 경영학 석사(미 남가주대) 학위 소지자로 박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재단측에 따르면, 위 두 전직 관료를 지원자 명단에 포함해 회람시켰으나 이들을 신청한 대학은 없었다.

 브레인 풀제가 맞은 두 번째 ‘태풍’은 당국으 예산 삭감 조처였다. 당초 약 18억원으로 계획된 금년 예산이 8억4천만원으로 줄어, 선발하는 교수인력 수가 30명에서 13명으로 대폭 축소되고 만 것이다. 여기에다 ‘예산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내년도 신규 선발은 어려울 것’이라는 교육부 관계자의 소식을 보태면, 이 제도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이같은 외환에다 내우까지 겹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선발 과정에 대한 일부의 의혹이다. 선발 과정에서 제외된 일부 신청자들은 ‘심사자와 선발자, 재단 담당자가 같은 대학 같은 과 출신인 데다가 지방 사립대에 우선한다는 배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재단 국제교류부 홍사명 부장은 “원칙에 합당한 선정이었다. 선발에서 제외된 자들의 불만일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브레인 풀제의 내우외환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은 착잡해 보인다. 한림대는 지난해 우수 교수인력을 지원받았고, 올해에도 3명을 신청해 놓고 있다. 이 대학 교무처장 전신재 교수(국문학)는 “의과대학에 신형철씨가 배치됐는데 연구 능력이나 업적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사립대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우수한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대 매우 유리한 제도였다”라고 평가했다.

 재단측에 따르면, 외국에 유학중인 젊은 연구자들이 수시로 브레인 풀제에 관해 문의해오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 강사들에게도 브레인 풀제의 좌초는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수 인력을 불러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적인 손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브레인 풀제는 ‘연구 인력을 연간 2백명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김영삼 대통력의 대선 공약에 들어 있던 사업이다.
李文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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