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건강 악화되자 당중앙 수영 만류 결의
  • 한종호 기자 ()
  • 승인 1993.08.1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구촌의 오늘

■중국
등소평 건강 악화되자 당중앙 수영 만류 결의

사망 임박설이 나돌고 있는 중국 최고 지도자 등소평은 한 비밀 휴양지에서 휴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등소평이 있는 곳은(당 간부들의 하계 휴양지인) 북대하가 아니다. 사망이 임박했다는 미국 신문 보도는 추측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홍콩의 대만계 신문 <성도일보>도 7월23일자에서 등소평은 북대하 회의에 불참하여 당 간부회의를 주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아흔살을 한 해 앞두고 있는 등소평의 건강을 두고 최근 들어 부쩍 소문이 무성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대만 증권시장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금년 들어 등소평이 두 번이나 죽었다가 살아나는 괴변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병설은 훨씬 구체적이고 끈질기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7월9일 인민해방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북경발 기사에서 등소평이 고환암 수술을 받고 현재 치료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 논평을 통해 이 보도가 ‘전혀 근거없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두주일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등소평이 죽어가고 있어 중국 지도부가 사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같은 날 <뉴욕 타임스>도 등소평 건강 악화설을 상세히 보도했다. 주로 서방 언론을 통해 소문이 꼬리를 물자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7월26일 ‘등소평이 최근 상해에 새로 건설되는 교량 銘文을 起筆했다’고 보도했다.

 등소평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바깥 세상에서 알기란 쉽지 않다. 등소평이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중국 정부가 어떤 형태의 공식 발표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을 미루어 그의 상태를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앞의 소식통은 “등소평은 휴양지에서 한시간 이상의 면담이나 1시간 30분 이상의 일을 하지 않도록 만류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실제로 고환암 수술을 받았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정상적으로 업무 보고를 받기 힘든 상태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중국 문제 전문지 《쟁명》8월호는 ‘政治局阻鄧海泳’ 이라는 제목을 단 머리 기사에서 중국 공산당 정치국이 등소평의 건강을 고려해 바다 수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지난 6월26일 회의에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잡지는 등소평이 왼손을 떨며 때때로 불면증을 겪는다고 보도했다.

 

■라이베리아
내전 3파 총선 합의
대학살 뒤 살얼음 평화

 지난 6월 3백여 명이 희생된 대학살 사건으로 세계를 경악케 했던 라이베리아 내전이 불안한 평화를 맞았다. 찰스 테일러의 민족애국해방전선, 아모스 소이어 대통령이 이끄는 임시정부, 군부 중심의 연합해방운동(ULIMO) 등 내전에 끼여든 3대 파벌은 7월25일 가까스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이들은 7월31일부로 휴전에 들어간 뒤 각 정파가 참여하는 과도 정부를 수립하여 내년 2월까지 다당제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유엔은 이 평화체제를 감시할 임시 감사단을 파견키로 했다. 그러나 분쟁 당사자 가운데 어느쪽도 이 체제가 오래 유지되리라고 믿지 않는 것 같다. 지난 3년 동안 희생자 15만명을 낸 내전을 ‘일단 정지’시킨 힘은 유엔과 아프리카연합기구(OAU)의 강력한 압력이었다. 또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평화유지군의 폭격으로 학살 주범 테일러의 민족애국해방전선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테일러가 무력으로 라이베리아를 장악하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으며, 잠시 시간을 벌기 위해 휴전에 합의했을 뿐이라고 본다. 그는 91년 10월에 체결된 평화협정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내전을 재개했던 ‘전과자’이다.

■벨기에
보두앵 국왕 서거로 분리 운동 거셀 듯

 보두앵 국왕(62)이 스페인의 한 휴양지에서 7월31일 심장마비로 사망함으로써 벨기에에 심각한 내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졌다. 그는 1830년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벨기에의 제5대 국왕으로 51년에 즉위해 43년 동안 벨기에를 통치해 온 유럽 최장수 군주였다. 현지 분석가들은 그동안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부 왈로니아 지방과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로 양분되어 있는 벨기에의 통합 구심점이 되어온 보두앵 국왕이 사망함으로써 분리주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왕위를 계승할 동생 알버트는 전국민으로부터 뜨거운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보두앵만큼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 왕실 권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벨기에 의회는 지난 3월 국왕으로부터 의회 해산권을 박탈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또 지난 달부터 왈로니아와 플랑드르에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벨기에 국가 체제를 연방국가로 바꾸는 정치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보두앵 국왕의 죽음은 벨기에의 운명을 바꿔 놓을 것 같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