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에 너도나도 ‘핵발전’
  •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3.08.1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남아
전력난에 너도나도 ‘핵발전’

동남아 국가들이 핵발전소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산업 생산에 필요한 전력이 크게 모자라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정부는 핵발전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공식으로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말레이시아 정부도 현재 핵발전 건설을 비공식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6년 핵발전 건설을 시작했다가 중단했던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에서만 하루 10시간이 넘는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피델라모스 대통령은 11월까지 핵발전소 가동 계획을 완료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핵발전소 건설에 관심을 보이자, 미국 프랑스 독일의 핵발전 설비 업체들은 저마다 시장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앞으로 10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핵 시장’이 될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사는 최근 아·태 지역 핵발전 설비 시장 규모가 15년 안에 1천6백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핵 사고 위험이 커지고 환경 의식이 높아지면서,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도 높다. 환경 단체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지진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총 24억달러를 들여 1천2백MW 규모의 핵발전소를 자바 섬에 건설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는데,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는 자바 섬이 지진대에 놓여 있다고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태국은 6천MW용량의 핵발전소 6기를 건설하려고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료들은 국민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재래식 발전 설비를 확충하는 데만 주력해 왔다. 그러나 재래식 발전 설비로는 연간 15%씩 증가하고 있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환경주의자들은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면 3천MW는 족히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무역수지 적자로…경기과열 탓, 고삐 못잡아

수출 전선에서 승승장구해 온 중국의 무역 수지가 갑자기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은 올 상반기 35억4천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중국의 수입은 4백6억9천만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23.2%가 증가한 데 반해 수출은 3백71억5천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동기에 비해 4.4%가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연초에 수출과 수입 증가율을 각각 12% 상승에 맞춘다는 계획을 수립했었다. 지난 4년간 중국은 흑자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 왔으나 최근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수입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재 수입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을 대부분 수입한 제품의 가공이나 조립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경제의 과열 현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중국 정부는 수입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중국 정부는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올 하반기 수출 목표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수입을 줄여 무역적자를 줄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미 자동차나 이동 전화와 같은 고급 수입제품에 대해 정부 구매를 전면 백지화했다.

■일본
잘 나가던 자동차 회사, 미국서 줄줄이 ‘후진’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국내외적으로 급격한 수익 감소에 시달려 온 도요타 자동차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미국 현지 사원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앞으로 2년간 조기퇴직제 등을 활용해 미국 현지 고용 사원의 5%에 해당하는 약 1백5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휩쓸어온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이 경영 감축을 선언하자, 미국 언론들은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일본 회사들이 종신 고용에 대한 ‘전통 파기’를 미국 노동자에게 먼저 적용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축소 경영에 나서고 있는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공식 발표보다 더 큰 폭으로 사원 감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의 자동차 수출은 올 상반기 2백79만대에 그쳐 지난 7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자동차 공업협회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부진으로 올 상반기 수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3.5%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