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퐁텐느 칼럼
  • 앙드레 퐁텐느 (<르몽드> 고문) ()
  • 승인 199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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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은 발라뒤르?

“프랑화의 환율이 표류한다 해도 어디까지나 수영장 안에서 표류할 따름이지 결코 미시시피 강에서 떠다니는 것은 아니다.” 프랑수와 미테랑 대통령은 유럽공동체(EC) 12개 회원국 경제장관 간에 유럽통화체제(EMS) 환율변동률의 폭을 넓히기로 합의한 브뤼셀 회담이 있은 지 48시간이 지난 8월4일 각의에서 이같이 논평했다. 이같은 발언으로부터 두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첫째, 대외적으로 유럽공동체 회원국 사이를 중재한 타협 정신을 잘 요약하고 있다. 둘째, 프랑스 국내로 볼 때 ‘사회주의자 대통령’과 ‘드골파 총리’간의 공고한 연대의식을 드러내 앞으로 정치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선 타협 정신 면을 보자. 유럽통화체제는 71년 3월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텡과 서독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제창해 생겨났다. 취지는 유럽 화폐 간의 환율을 안정시키고, 뒷날 단일 시장을 쉽게 발족케 한다는 것이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주축 시세’가 고정 되어 있어서, 각 회원국의 화폐는 주축 시세를 기준으로 2.25% 안팎에서 ‘시장 시세’를 반영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실제 운영에 들어가자 곧 부강한 독일의 마르크화가 유럽공통체제의 주춧돌 구실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거의 모든 유럽 화폐가 독일 마르크화에 비해 평가절하 되었으며, 뒤늦게 가입한 영국은 얼마 전부터 유럽통화체제를 떠난 상태이다.

“프랑스, 외환보유고 바닥 났다”
 유럽통화체제 탄생 이후 6년 동안 다섯 번이나 평가절하를 단행해야 했던 프랑스는, 단호한 금융정책 덕분에 독일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플레를 잡게 되자, 87년부터는 위험지대에서 벗어났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투기자들은 프랑스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멀지 않아 긴축 재정을 포기하리라고 예상하기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발라뒤르 총리는, 선거공약과는 반대되게, 이미 과도한 수준에 달한 국채를 더욱 많이 발행해야만 했다.
 한편 집권당 내부에서는 보호무역을 실시하는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33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한 정책과 유사한 경기부양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드골파의 총사령관이며 차기 대통령후보로 지목되는 자크 시락 또한 이러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비난하지는 않는다. 총리 편에서는 이제 프랑화가 또다시 약세에 몰리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고 속단했기 때문에 이자율을 낮추는 우를 범했다. 기업들로 하여금 대출을 얻기 쉽도록 해서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중앙 은행은 거듭된 프랑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극히 미미한 폭에서 이자율을 조정했다. 왜냐하면 통일에 따른 막대한 경비가 23년의 파산 이후 독일 국민 모두가 두려워하는 엄청난 폭의 인플레를 유발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동자본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서독의 금융 수도 프랑크푸르트로 계속 유입되었다.

 이렇게 되자 지난 7월부터 프랑스 프랑과 벨기에 프랑, 덴마크 쿠론에 대한 투기자들의 집중 공격이 시작되었다. 라인강을 사이에 둔 프랑스와 독일의 중앙 은행은 이 공격을 제지하기 위해 수백억달러를 지출한 나머지 8월5일 현재 프랑스 은행의 외환보유고는 거의 바닥이 날 정도였다. 발라뒤르 총리는 평가절하를 하려면 그보다 먼저 총리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잘 버텨냈다. 그런데도 7월31일 뉴욕 시장에서 프랑화는 유럽통화체제가 정해놓은 하한선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환율 파동과 미테랑의 정치적 계산
 이번 환율 파동을 겪으면서 미테랑 대통령이 발라뒤르 총리를 전폭 지지했다면, 이는 미테랑이 오래전부터 고수해오던 자기 노선, 즉 통일유럽 건설과 독일과의 선린관계를 정책 최우선으로 삼고자 하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미테랑의 이번 반응에 정치적 계산은 들어 있지 않았을까.

 이같은 의문에 몇가지 해답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이미 지난해에 있었던 마스트리히트 조약 비준을 위한 국민투표 때에도 밝혀졌듯이, 프랑스 정치권은 유럽통합 문제에 관한 한 좌·우파 모두 분열되어 있음이 점차로 명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 시점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면 발라뒤르가 가장 유력하리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알려져 있는 마당에, 미테랑이라고 다음 선거에 발라뒤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치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미테랑의 관점에서 발라뒤르야말로 유럽 문제에 관한 한 자기와 비전을 함께하는 인물일 터이다. 다분히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자크 시락이나 미셸 로카르보다는 냉정함·분별력·능숙함을 고루 갖춘 발라뒤르를 훨씬 선호할 테니 말이다. 이제껏 시락을 충실히 지지해왔던 발라뒤르가 시락과의 관계를 끊고 혼자 힘으로 설 의사가 있는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앙드레 퐁텐느 (<르몽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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