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값 ‘바닥세’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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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면 지금이 적기…당사자 직거래해야 부가세 면제

불황의 늪에서 잠자던 중고차 시장이 봄바람에 깨어나고 있다. 특히 차가격은 걸프전 여파로 현재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바닥세여서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에게는 지금이 적기인 셈이다. 2월말 현재 서울지역 7개 시장의 하루거래량은 약 3백대로 지난해 연평균 2백60대에 비해 약 15%나 늘었는데 소형차는 품귀현상마저 빚고 있다. 한국중고자동차매매협회 徐弘植실장은 “새차를 구입한 후 다시 새차를 구입할 때까지의 평균 소요기간이 점차 짧아져 최근에는 3~3.5년으로 선진국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중고차도 잘만 사면 훌륭한 ‘애마’가 된다고 설명한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시장은 전국 중고차거래의 40%가 이뤄지는 중고차의 메카이다. ‘상품’이라고 쓰인 빨간 판이 번호판 대신 붙어 있는 차들이 팔려갈 준비가 된 차들이다. 이 차들은 앞 유리창에 차량번호와 年式(자동차제조년) 그리고 오토매틱, 파워핸들, 특A급 등 차마다의 특징을 적은 명찰이 붙어 있어 구매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각 자동차중개업소가 임의로 검사를 하여 붙인 표시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격표는 붙어 있지 않다.

지난달 23일 서대문에서 ‘삼화카이테리어’를 경영하는 張種柱(35)씨는 ‘9인승 봉고 베스타’를 사러 이곳에 왔다. 그가 도착한 시각은 아침 9시였지만 정작 차를 구입한 것은 오후 3시로 장안평시장을 6바퀴나 돌고 나서였다. 카인테리어 사장으로서 전문가의 눈썰미를 지닌 그가 괜찮은 엔진을 고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반나절 이상 헤맨 것은 가격 때문이었다. “너무 가격차이가 납디다. 중고차 시세표에는 2백20만~2백60만원까지라고 나와 있는데 실제 부르는 가격은 3백70만원에서 2백60만원까지 더군요. 그래서 차 시트커버값을 차주인과 반씩 부담하기로하고 2백40만원에 샀습니다.”

중고차가격은 중고차매매상사 대표 18명으로 구성된 한국중고자동차 매매업협회 가격조사위원회에서 산정한다. “엔진상태도 점검하지만 외관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엔진상태의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외관으로 미루어 엔진상태를 간접적이나마 진단하는 것이지요. 큰 충돌사고를 겪은 차라면 분명 도색을 했을 테고, 이런차는 아무래도 엔진상태가 떨어진다고 보아야지요.” 서울시지부 김종만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엔진성능에 덧붙여 중고차에 내장된 품목에 따라 파워핸들은 약 60만원(소형차 경우), 오토매틱과 에어컨은 약 20만원정도로 계산해 기준가격을 매긴다. 상ㆍ중ㆍ하로 가격이 나뉘는데 차가 소형일수록 가격차가 적고 중대형일수록 상품과 하품의 차이는 벌어진다. 그러나 이 중고차 가격표는 기준치일 뿐 차마다의 특성에 따른 실제가격은 매매시장에서 실거래자끼리 합의에 따라 산정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프라이드’(88년식 DM, 에어컨 장착)를 구입한 朴英熙(40)씨는 “2년정도 쓰던 것을 2백70만원에 구입했는데 앞으로도 3년은 거뜬히 사용할 것”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군대에서 차량관리계통에 복무해서 차에 대해서는 환하다는 그는 중고차를 구입할 때엔 전문가와 같이 가라고 한다. 차에 대해서 알면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시세표보다 5~10%는 싸게 살수 있다는 것이다.

중고차 매매상사들이 단지를 형성한 중고차 대단위시장은 서울에만 7곳이 있다. 장안평 강남 강서 영등포 동서울 구로동 동대문시장이 그곳이다. 각 시장은 저마다 특색이 있어 장안평은 각종차량을 함께 다루며 매매업소뿐만 아니라 보험대리점ㆍ타이어 취급소 등 자동차와 관련된 부대업소가 모두 모여 있다. 구로동은 연식이 오래된 차로 유명하며 동서울시장에선 크레인 포크레인 등 조로 특수차량이 거래된다.

주위 여건상 승용차의 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은 강남1단지. 이곳의 운영을 맡고 있는 세민자동차상사 張技相 대표이사는 사업자거래일 경우 “반드시 관허업소에서 ‘종사원증’이 있는 사람에게 구입해야 만일의 경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시운전은 언덕이나 비포장도로에서
그러나 차를 사고 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믿을 만한 사람과 당사자거래를 하라고 권한다. “사실 돈이 모자라서 중고차를 사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중고차시장에서 사면 세금이 엄청난 반면 직접 당사자에게 사면 부가가치세는 내지 않거든요.” 지난해 회사동료로부터 포니를 산 金英圭(28)씨의 설명이다.

세법상 사업자거래일 경우에는 거래액의 10%에 해당되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나 당사자거래에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아 심할 경우 2배가 넘게 세금 차이가 난다(표참조). 기아경제연구소 朴源莊 연구위원은 “새차에 부과한 부가가치세를 중고차거래때 또다시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지적한다. 중고차매매업자들도 무허가매매업체가 난립하는 것은 세금을 적게 내려는 일반인의 요구를 무허가업자들이 당사자거래로 위장하여 충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교통부에 부가가치세 감면을 건의하고 있으나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

세금이 비싸도 아는 사람이 없으면 중고매매시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데 이럴때에는 서너군데를 돌아다녀 가격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 유명한 곳보다는 그다지 소문나지 않은 곳에서 오히려 좋은 차를 만날 확률이 높은데 매매가 한산해 외관에 별로 치중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차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매매시장에서 살 경우에는 4㎞ 정도 시운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지에서 달려봐야 소용이 없고, 언덕이나 비포장도로를 달려보십시오. 그래야 엔진에서 들려오는 잡소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또 비오는 날은 빗소리 때문에 엔진소리를 들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도색여부도 정확히 알아낼 수 없으므로 맑은 날 오후 1~2시쯤 중고차시장을 찾으라는 충고다. 또 2~3m 떨어져 차를 옆에서 살펴보아 차선이 매끄럽게 연결된 것, 리프트로 들어올려보아 차밑의 용접 흔적이 적은 것으로 결정하면 더욱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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