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실 밝히겠다”
  • 정기수 기자 ()
  • 승인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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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수서 진상조사 착수…백서도 발간 계획

어디까지 파헤칠 수 있을 것인가, ‘아직 끝나지 않은 수서’의 진상규명에 나선 대한변호사협의회(변협)에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많은 의혹을 그대로 둔 채 검찰의 수가가 일단 마무리되고, 언론도 지자제 기초의회 선거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진실을 밝히겠다”는 법률 전문가 11명의 다짐에 기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조사단장은 변협 인권위원장이며 지난해까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표변호사였다 趙潗熙씨. 조사단 실무 총책임자는 金植泰씨 고문사건 특별검사를 맡았던 金昌國 변호사이고 朴元淳 朴仁濟 洪性字 柳鉉錫 李節烈 成正鎬 金聖南 千正培 朴燦運씨 등 주로 민변 변호사들이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통령ㆍ여야대표 등에 공개질의서 보내
조사단은 지난 5일 진상조사 착수에 즈음한 성명에서 “수서사건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는 도덕적 파산선고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진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의 활동은 크게 네가지인데 일부는 이미 끝마친 상태이다.

그동안의 신문보도와 검찰의 수가결과 발표 및 관계법규 등을 종합검토하여 전반적 의문점과 수사미진사항을 분류, 정리한 뒤 이를 토대로 해당관서와 담당자에게 공개질의서를 지난주 초 보냈다. 조사단이 법률가적 시각에서 의문사항을 조목조목 물은 공개질의서의 수신처는 대통령, 홍성철 전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비서실장, 검찰총장, 반세직 전 서울시장, 건설부장관, 민자당 대표최고위원, 평민당 총재, 14개 언론사 대표 등 22곳이다.

조사단은 앞으로 정태수 한보 회장을 비롯한 구속자 접견과 사건 관계인 면담을 벌이고 검찰 수사기록을 열람 검토할 계획이다. 이같은 작업 결과를 바탕으로 투기의 온상이 돼온 주택조합제도의 개선책, 정치자금법개정 등을 통한 정치풍토 쇄신책,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장 및 특별검사제 도입 등 제도적 법률적 보완책을 제시한다는 것이 조사단 활동의 목적이다.

이 가운데 국민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진상규명이지만, 수사권이 없는 입장이어서 조사단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공개질의서를 받은 수신자들, 특히 ‘외압’고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 쪽으로부터의 회신은 시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조사단원들의 예상이다. 구속자 접견도 본인이 거부하거나 구치소에서 주선을 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중립 위한 보완책 제시에 의욕
진상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수사기록의 열람 또한 당장 실현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협조를 요구하기 위해 검찰총장 면담을 신청해놓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다른 방법을 강구중이다. 그것은 구속자들의 변호사를 통해 수사기록의 사본을 입수하는 것인데, 검찰이 재판이 열릴 때까지는 가능한 한 기록을 쥐고 있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조사단은 재판이 열리기 전에라도 기록을 넘겨받을 수 있는 방법, 즉 선임변호사들의 보석청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임변호사들이 의뢰인의 이익과 충돌할 경우에는 기록공개를 주저할 수도 있어 이것 역시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조사단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수단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묻혀 있는 사실을 새로이 밝혀내는 일은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 가지고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법률적으로 명확히 하자는 것이 진상규명의 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창국 변호사는 백서 발간과 법적ㆍ제도적 개선책 제시에 이번 조사의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능력이 미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활동을 벌인 다음 의문이 남으면 남는 대로 사건의 경위와 문제점, 법과 제도의 보완점 등을 정리할 것이다. 발생에서 해결책까지 역사적인 사건의 기록을 누군가는 마무리해야 할텐데 법률 전문가 단체가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조사단은 주택종합 개선책, 정치풍토 쇄신책,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및 특별검사제 도입 등 법 제도 보완책 제시를 위해 외국의 입법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특히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말만 나왔다 없어질 뿐 아직 구체적인 입법추진안 조차 마련이 안된 특별검사제를 철저히 연구, 이번 기회에 ‘모범답안’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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