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청포묵무침 요리해볼 만”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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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쓴맛, 가을은 매운맛, 겨울은 단맛, 그리고봄은 초맛. “김치 같은 신맛 말고 나물 같은 산뜻한 초맛이 봄맛이여.” 궁중음식 기능보유 무형문화재 38호 黃性(71)씨가 말하는 봄맛이다. 궁중음식 제1인자인 황씨는 궁중음식 기능을 貞孝 尹씨(宗)의 수라상을 차리던 韓상궁(한희순씨) 으로부터 전수받았다.

황씨는 인스턴트음식시대 개막을 시대적 조류로 받아들이지만 “5가지 고명색깔에도 나타나듯 음양오행설에 기초를 둔 한국전통음식은 계절의 미각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다”고 한다. 황씨는 15일경 그를 대물림한 세 딸(기능보유자 후보 韓福麗, 이수자 福善, 전수자 福眞)과 함께 국립극장 식당(구 그릴) ‘지화자’를 개관할 예정이다. 아직 차림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철 재표를 가지고 계절의미각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두면서 ‘같은 조리법이나 재료는 한 상에 오르지 않는 우리 음식이 전통’을 재현시킨 주안상 잔칫상 죽상 국수상 등을 선보이겠다고 한다.

황씨는 젊은 주부들이 “영양가와 칼로리만 따질 줄 알지 음식사랑을 모른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봄요리로 청포묵무침 ‘탕평채’를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조선왕조 영조 때 탕평책을 노하는 자리의 음식상에 처음 올려졌다 해서 탕평채라 불립니다. 연두빛 유리조각처럼 투명한 청포묵이 햇미나리와 어울려 봄맛을 느끼는 데에는 그만이지요.“ 녹두를 믹서에 곱게 갈아 자루에 넣고 말간 물이 나올 대까지 거르듯이 짠다. 그 물을 넓은 자배기나 질그릇에 담아 녹말을 가라 앉힌다(자루에 남아 있는 녹두비지는 찌개에 넣으면 맛있다). 웃물을 따라내고 가라앉은 것을 한지에 펴서 꼬들꼬들하게 말린 뒤 이것을 다시 물에 풀어 냄비에 담아 풀을 쑤듯이 끓인다. 그릇에 부어 굳히는데, 물은 가루의 10배 정도가 알맞다. 묵을 0.7㎝넓이로 굵게 채썬다. 쇠고기는 가늘게 채썰어 양념하여 바싹 볶아 식히고, 숙주 미나리 황백진단 실고추 김부스러기를 고명감으로 준비한다. 초장을 만들어 묵 채소 고기를 한데 버무린 뒤 고명으로 장식하는데 봄에 나오는 물쑥을 더하면 한층 봄기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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