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으나 기술 모자란다”
  • 도쿄.채명석 통신원 ()
  • 승인 199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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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일본 군사전문가 스카모토 가쓰이치의 진단

 위성사진에 잡힌 북한 영변 약산 일대에 건설중인 원자력발전소가 실은 원자폭탄 제조용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라는 북한의 주장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일본의 군사문제전문가 쓰카모토 가쓰이치(塚本勝一?평화안전보장연구소 사무국장)에게 북한의 핵개발 진상을 들어보았다.

● 북한의 핵개발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왔다고 보는가.
 작년말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일본을 방문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최종단계에 들어섰다”고 일본 외무성에 통보했다. 미국의 정찰위성 ‘KH-11’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약산 일대의 원발기지에 건설중인 5만~20만kW급 대형 원자로와 핵연료 재처리 공장이 거의 완성단계라는 것이 판명되었다는 것이다.

● 金日成 주석은 작년 9월 가네마루에게 “핵개발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핵개발에 대한 집념을 갖기 시작한 것은 한국동란 직후부터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미 56년에 소련의 도프나 핵연구소에 연구원을 파견했다. 56년이라면 아직 김일성 1인독재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지 않았을 때인데, 치열한 권력투쟁이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핵연구원을 양성하고 있었던 것을 보더라도 북한의 핵에 대한 집념을 알 수 있다.

● 북한의 핵무기 개발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원 면에서 볼 때 그 능력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우선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소련 유학경험을 갖고 있는 원자력학자만 해도 적어도 1백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핵기술에 관한 정보도 조총련 조직을 통해 일본에서 수집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핵원료의 조달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북한은 이미 61년에 추정매장량 4백만t 정도의 우라늄광산을 발견했다. 또 최근에는 판문점 근방의 평산에서 새로운 광산을 발견했다.

● 제조기술상의 능력은 어떤가.
 사실 핵폭발을 일으키는 기술 그 자체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무기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라늄을 농축하는 기술, 원하는 시간에 정확히 핵을 폭발시키는 기술,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 실험시설?보관시설 등이 필요한데 북한의 현재 기술수준으로 볼 때 핵을 무기화하는 데는 난관이 한둘이 아니라고 본다. 일본의 현재 기술로도 핵폭탄의 기폭장치인 크라이트론을 제조하는 데 4~5년은 걸린다고 한다. 이 기폭장치를 중국과 소련이 제공할 리도 없고…. 나의 결론은 ‘북한은 자원면에서는 독자적인 핵개발이 가능하나 그것을 무기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라는 것이다.

● 그렇다면 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관(IAEA)의 핵사찰을 거부하면서까지 국제적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핵무기는 정치적인 병기이다. 북한이 노리고 있는 것은 이 핵개발을 대일?대미 수교교섭의 정치적인 흥정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것을 미끼로 주한미군의 핵무기를 철수시키겠다는 속셈도 있다.

● 북한은 주한미군이 1천여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75년 미국의 정보센터소장 라로크가 “주한미군이 9백70여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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