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다 ‘비지떡’아니다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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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하이패션계에 도전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모임이 있다. 지난해 6월 60명이 모여 결성한 ‘황금바늘클럽’(오른쪽 사진)이 그것이다. 모이는 장소는 서울 남대문시장 안에 있는 삼익패션타운 10층. “우리가 만드는 옷은 작품이 아니라 상품입니다. 오늘날 패션이 사치스런 탈을 쓰고 대중과 거리가 생기게 된 것은 실용성을 무시한 채 예술편에 섰기 때문이 아닐까요.” 회장 金明漢(38?왼쪽 사진)씨는 회원 중에는 해외유학파가 10여명 된다면서 최고 수준의 기술이지만 중저가 시장을 겨냥, 한벌에 10만원을 넘는 옷은 없다고 한다.

 이들이 옷을 만들 때 특히 유념하는 것은 ‘모방의 추방’이다. “1백% 모방은 피하자는 겁니다. 디자인을 팔아야 합니다. 상표를 파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일반인에게 박혀 있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이들은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놓고 있다. 한달에 4벌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질이 떨어지면 자체 ‘상품위원회’에 의해 벌점이 매겨진다. 10점이 넘으면 탈퇴해야 한다. 柳漢星(32)씨는 “나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 이곳에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이들이 만든 옷에는 ‘니들’이라는 상표가 붙고, 그 아래 각 디자이너의 개인상표가 조그맣게 덧붙여진다. 싸고 좋은 옷을 만들겠다는 이들의 열의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김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소문좀 내 주십시오. 옷이 팔려야 모처럼 시작한 젊은이들의 기운이 꺾이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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