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만2천명에 경찰은 5명뿐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1.04.2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번째 ‘화성사건’발생한 동탄面…112순찰차 한대 없어

 지난 4월3일 밤 9시즘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10번째 희생자인 權順相(69·여)씨가 살해된 곳은 자기집에서 70m쯤 떨어진 화성군 동탄면 금곡리 솔밭, 화성군 동탄지서에서 9백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사건이 발생한 시각, 동탄지서 경찰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동탄지서의 근무일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2명은 24시간 소내 대기근무. 1명은 검문소 근무. 비번을 제외한 나머지 1명은 야간순찰.”

 현재 동탄지서에 근무하는 경찰은 전부 6명. 그나마 1명은 교육연수로 자리를 비워 5명이 5일마다 교대로 1명을 쉬게 하면서 내리 4일을 근무해야 한다. 다라서 야간순찰은 언제나 1명뿐이다. 3일에도 평상시대로 사건이 난 시간대에 경찰 1명이 야간순찰을 돌고 있었다. 이날은 오산리 동탄중학교 주변, 중리 공장지대, 영천리 일대의 우범지역 순찰이었다. 결국 1명이 동분서주 뛰어다녀 봐야 현장에서 범인과 맞딱뜨리는 행운이 따르지 않는 한 살인사건을 막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 이들은 이렇게 뛰어다니고도 주민들로부터 ‘무능 경찰’이라는 비난을 들어야만 하는가.
 동탄면은 13개 리 27개 부락에 인구 1만2천2백4명이고 넓이는 50.99㎢이다. 경찰관 1명이 주민 2천4백명을 맡아야 하는 꼴이다.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수는 전국평균이5백88명(90년통계)인데 비하면 동탄지서 경찰들은 무려 4배 이상의 과다한 업무에 시달린다. 더구나 지역의 특성상 주민의 분포가 넓게 산재해 있어 방범초소를 다 돌아보기도 어렵다. “야간순찰에 겨우 1명만 할당해놓고 이렇게 넓은 지역을 감시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게 동탄지서 경찰들의 일치된 주장이다.

 대도시 지서에서는 이틀에 한번씩 쉬는 격일제를 실시하지만 지방에서는 ‘그림의 떡’이다.“상부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수행하랴, 기본업무 수행하랴, 주민들 신고받고 출동하랴, 격무에 시달려 코피를 쏟기 일쑤”라는 것이다.

 장비는 또 어떤한가. 연쇄살인 사건으로 모든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화성군내 지서이지만 형편은 말이 아니다. 범인의 현장검거와 범죄예방활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112순찰차는 예 없고 순찰 오토바이 2대가 전부이다. 그나마 오토바이 1대는 너무 낡아 거의 사용을 못하고 있다. 동탄면민들이 지난해 돈을 갹출해서 마련해준 방범차량 1대로 겨우 구색을 갖추었을 뿐이다. 경찰관수에 비해 관할구역이 엄청나게 넓은 동탄지서의 경우 무전기도 설치돼 있지 않은 방범차 1대로는 지역을 한번 휘 둘러보는 것도 벅찬 일이다.

 그러나 동탄지서에 ‘현대적 장비’없는 것은 아니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기본적인 치안장비는 거의 전무하지만 제때에 상부의 지시를 받아볼 수 있도록 팩시밀리는 설치돼 있다. “인력은 없고 할 일은 많은” 지방경찰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타면 ‘중앙식당’ 주인은 “살인사건이 보도된 이후 손님이 절반이나 줄었다”면서 주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좀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치안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동안 경찰은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모면하기에 바빴다. 9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당시 南澤善 화성경찰서장은 강원도 양구경찰서로 ‘좌천’됐다 .‘특진’과 ‘좌천’의 갈림길에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도 뒤따라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인권유린이라는 비난이 꼬리를 물기도 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경찰은 10번째 사건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 동탄지서에 수사본부를 차려놓고 철저한 초동수사와 감식을 했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서울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면 범인을 아직도 못 잡았겠는가.” 연쇄살인 사건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화성군민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다. 그러나 화성군의 경찰력으로는 주민의 불안을 도저히 풀어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