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파, 세력 얻어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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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기 全人代 폐막…朱鎔基 鄒家華 등 부총리로 발탁

 지난 78년 권력을 장악한 鄧小平은 그해 12월 열린 제11기 3차 공산당 중앙위 전체회의(3중회의)에서 “오는 80년부터 2000년까지 1인당 국민총생산(80년 기준 2백50달러)을 4배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로 경제개방 12년째를 맞고 있는 중국은 마르크스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한 채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해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지난 9일 막을 내린 제7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회) 4차 전체회의에서 ‘중국적’ 사회주의 틀 안에서의 점진적 개혁노선이 재확인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번 전인대는 개방과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물로서 朱鎔基(62) 외교부장이 국무원 위원으로 승진된 것이 주목된다.

 지난달 25일부터 2주간의 회기로 열린 이번 전인대는 작년 12월말의 제13기 7차 당중앙위원회 전체회의(7중회의)의 합의사항을 통과시켰다. 7중전회는 91년부터 95년까지의 경제개발계획을 담은 ‘8차 5개년계획’(8·5계획)과 오는 2000년까지의 경제 청사진을 담은 ‘국민경제 사회발전 10개년 規劃’을 심의에 채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李鵬 총리를 정점으로 한 보수파와 등소평의 지지를 받는 개혁파 간에 두 계획안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으나 양측은 “오는 2000년까지 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큰 원칙에는 합의했다. 경제계획을 둘러싼 갈등은 등소평이 권력을 잡고 경제개방에 착수했던 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가지만 그것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은 趙紫陽 총서기가 급격한 경제개방에 따른 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89년 여름부터다. 그해 11월에 열린 5중전회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 이내로 잡고 △재정수지를 균형시키며 △앞으로 5~6%의 국민총생산 성장을 이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이른바 ‘治理整頓’(긴축정책)이 채택됐다. 개혁·개방정책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새 경제계획 앞길 순탄치 않아
 이번의 전인대는 7중전회에서 숙제로 넘겼던 문제를 △지난 88년부터 보수파의 주도로 시작된 긴축정책 기간을 예정대로 금년중 끝낼 것인지 △중앙정부의지방정부에 대한 경제 조정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계획경제적 요소와 시장경제적 요소의 배합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개혁파로 알려진 주용기 상해시장과 추가화 국가계획위원회 주임이 부총리로 기용됐다는 점이다. 실용주의적이며 탈이념적인 정책의 입안자로 알려진 이 두사람은 앞으로 이붕 총리, 江澤民 당총서기 이후의 ‘새 지도자’로 각광받고 있다. 등소평이 이 두 사람을 부총리로 발탁한 것은 이같은 후계 포석을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88년 4월에 인구 1천2백만명의 상해시의 시장으로 임명된 주용기는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외자를 도입해 浦東지역을 성공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중국의 고르바초프’라는 별명을 얻은 개혁파이다.

 국가계획위원회 주임인 추가화는 주용기시장보다는 좀더 신중한 개혁을 지향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북경주재 서방외교관들은 ‘8·5개혁’과 ‘10년 규획’의 실무총책이기도 한 추가화의 기용을 경제계획의 실천과 관련해 “주용기 시장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처”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파 인물이 기용됐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중국이 기존의 계획경제를 대폭 포기하지 않은 채 경제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약 29억달러에 이르렀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으로 지난해 세수 중 약 3분의 1을 30~35%의 적자를 보인 수천여 국영기업체에 대한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파탄지경의 재정난에 빠진 중국 정부는 5년 후면 9천5백만영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도시의 실업자(현재 2천만명)를 ‘살릴 길’이 없는 것이다. 더욱이 금세기말까지는 홍콩(영국령)과 마카오(포르투갈령)가 중국에 귀속되고 그에 따라 대만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등 숱한 정치 현안이 도사리고 있어 ‘8·5계획’과 ‘10년 규획’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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