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수술로 재운다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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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 일부 잘라내는 간단한 입안 터널공사

 코골이는 ‘고약한 습관’일 뿐일까. 아니면 어떤 병인가.
 서울대학병원 이비인후과 閔陽基 박사는 “코골이는 81년 미국에서 ‘수면무호흡증’이란 용어로 정의되면서 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수면에 관한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코골이는‘폐쇄성 호흡장애의 초기단계’로 심한 경우 자다가 돌연 심장마비로 죽는 원인으로도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코를 골지 않는 사람보다 상습적으로 고는 사람에게 고혈압이 두배나 많다고 민박사는 전한다. 코골이가 심하면 수면중 호흡량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호흡이 중단되는 경우 혈압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상승한다.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혈압이 높아진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고혈압이 된다는 것이다.

 코고는 소리는 목구멍 주위에 있는 목젖이나 연구개(입천장의 일부로 말랑말랑하며 연구개  뒤 끝 중앙에 목젖이 있다)가 호흡시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듯 떨리는 소리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 숨쉬는 것이 곤란해지거나 목구멍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한다. 어린이 코골이의 95%는 편도제거수술을 하면 완치된다. 성인의 경우 코를 고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코가 막히거나(30%) 혀와 턱에 문제가 있는 경우(20%), 그리고 목안에 문제가 있는 경우(50%)로 나뉜다. 코골이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후자의 경우 연구개가 크고 쳐졌기 때문에 일어난다. 사람이 등을 땅에 대고 누우면 자연히 이 연구개가 내려앉아 기도를 좁히기 때문이다. 코고는 사람은 연구개의 길이가 1~2㎝ 정도 길어 6~7㎝나 된다. 다라서 코골이수술은 기도를 넓히는 일종의 목안 터널공사로 목젖 뿌리에서부터 연구개를 1~2㎝ 잘라내는 간단한 수술이다.

대부분 다른 병 때문에 병원왔다 치료
 코골이수술을 하는 경우는 ‘코’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의 20% 정도이다. 코골이때문인 경우는 별로 없고, 대부분 다른 병 때문에 왔다가 치료한다. 열차를 운행하는 高在俊(30·철도청 청량리 기관차사무소)씨가 대표적인 경우이다.“중앙선과 경춘선 야간열차를 운행해야 하므로 자연히 합숙해서 자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 때문에 여러 사람이 잠을 못자는 거예요.” 숙면이 안전운행의 필수요건인지라 그가 겪는 심리적 부담감은 컸다. 5년 전부터는 두통이 점점 심해지더니 습관적으로 졸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증상이 좀 나아질까 하여, 흰코뼈를 펴는 ‘비중격 만곡증’수술을 받으면서 담당의사의 권유로 코골이수술마저 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 코골이수술은 서울대학병원과 고려병원에서 주로 한다. 84년부터 시작, 1백50여회 수술을 했다는 고려병원 이비인후과 朴載勛 과장에 따르면 수술여부는 일단 환자를 입원시켜 입원당일 밤에 수면검사, 뇌파검사, 심전도, 산소포화도 측정검사를 실시한 뒤에 판정한다고 한다. 수면중 10초 이상 호흡을 멈추는 횟수가 1시간에 5회 이상, 혹은 7시간 동안에 30회 이상 나타나면 수술한다. 도 혈중산소농도가 80% 이하여도 혈액 및 조직중에 산소결핍증상이 일어나 여러 가지 건강상의 장애를 수반하므로 수술을 권한다. 옆집에 들릴 정도로 코를 고는 사람 역시 수술대상이다. 수술희망자는 검사를 위해서 반드시 입원해야 하며 퇴원까지는 약7~10일이 걸린다. 수술비용보다 입원비용이 많이 드는데 일종의 구강성형수술이므로 의료보험처리는 되지 않는다. 수술 후 4주일이 경과한 다음 다시 하루 입원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으면 완치된 것으로 본다.

 일반인 주에도 코골이가 심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자각증상이 있다면 일단 위험신호라고 보아야 한다고 박과장은 덧붙인다. 낮에도 머리를 붙이면 10초 이내로 금방 잠든가든가, 운전중 신호를 기다린다가 존다든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잔다든가 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들은 코골이로 인해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잠을 설쳐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일어난다.

 코고는 증상은 일반적으로 목이 짧거나 뚱뚱한 사람의 경우 정상인보다 3배나 많다. 가슴과 목에 살이 많아 숨쉬는 공간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또 남자가 여자보다 더 코를 골지만 여자도 40세 이상이면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져 코를 곤다. 증상이 가벼운 사람은 잠자는 위치를 교정해주는 것으로 코골이를 완화시킬 수 있다. 침대 머리쪽을 높게 하되 베개는 낮은 것으로 사용한다거나 파자마 뒷주머니에 정구공을 넣고 꿰매어 잘 때 똑바로 눕지 않고 옆으로 누워 자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알코올이나 콧물감기약,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악화되니 수면 3시간 전에는 이를 피하는 것도 유의해둘 만하다. 최근에는 코에 끼우고 자는 마스크(CPAP)도 수입되고 있다. 또한 몇몇 제약회사에서 ‘코골이 억제제’를 수입, 판매하고 있으나 일부 의사들은 근육의 이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보다는 체중조절 및 근육긴장을 위해서 자주 운동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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