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 경쟁 ‘시동’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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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국민차에 기아 ·현대 저가전략 맞서

2백만 원대 국민차’가 개발된다 하여 일반인의 관심을 모았던 대우조선의 경승용차 ‘티코’는 3백만 원대 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5월14일부터 시판될 이 경승용차의 가격이 예상보다 높아지자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는 자사소형승용차의 가격을 내려 저가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티코의 가격이 예상보다 올라간 것은 대우 조선 측이 경승용차의 도입모델 변경 과정에서 최대한 기존 소형차에 가까운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사양을 고급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기량을 8백cc 이하로 끌어내려 특별소비세가 면제되고 지하철공채액도 상대적으로 적다. 대우그룹으로서는 그동안 미국 제너럴 모터스사와 합작했던 대우자동차가 자동차 산업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터라 ‘티코’ 생산을 계기로 자동차시장의 영역을 넓히면서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작은 차 고객은 미래의 큰차 고객
경승용차 개발에 선수를 빼앗긴 기아와 현대는 각각 ‘ P-차’와 ‘엑셀 레귤러’로 저가 전략을 펼친다. 기아가 5월 중순에 내놓을 예정으로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 P-차’는 그동안 국내공급을 중단하고 수출만 해오던 배기량 1천1백cc 의 프라이드 1.1을 보완한 것이다. 그동안 경승용차의 배출가스 규제도 강화되었고 연료도 유연휘발유에서 무연휘발유로 바뀌어 개조에 따르는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아직 가격이 정해지진 않았다.

현대 측은 다소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이다. 현대 측은 얼마 전부터 국내의 차중 가장 싼 프라이드 CD 보다 1천원이 싼 ‘엑셀 레귤러’를 4백15만원에 시판, 저가시장을 넘겨다보았다. 현대는 엑셀의 사양을 더욱 단순화하여 3백80만 원대까지 끌어내릴 계획도 검토하면서 고객관리 차원에서 경승용차 시장 참여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차를 일단 구입하면 별 이상이 없는 한 같은 회사제품의 윗 단계로 넘어가는 게 소비자의 일반적인 관습이기 때문에 내일의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티코와 일차 예선에서 경주를 벌일 경쟁자는 ‘ P-차’이다. 수동4단, 5단과 3단 자동변속(10월 시판 예정)등 3가지 종류로 선보일 것으로 알려진 티코는 기아의 P-차에 비해 길이 25cm, 폭 20cm, 높이 6cm 정도씩 작다. 대우 측의 시험결과로는 60km 정속 주행 시 휘발유 1ℓ로 30km를 달려 기존 1천5백cc 급 승용차의 60~70% 수준의 기름값으로 유지가 가능하다고한다. 경자동차여서 구매 시 세금도 덜 낸다. 반면 최대출력은 티코 41마력, P-차 62마력이며 최고속도도 티코는 1백50㎞로 P-차의 1백55km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대우 기획조정실 金在鍵 부장은 인구 1천 명당 승용차 보유 국민이 1백 명이 될 때까지는 차 인구가 급증한다는 통계를 근거로 90년 말 현재 1천 명당 승용차 보유자가 34명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경승용차 시장은 승산이 확실하다고 내다본다. 대우 조선 측의 예상판매비율은 대도시 65%, 중소도시 35%.

대우 국민차 직판담당 裵東浚 차장은 자영업자나 오토바이 인구로 흡수하게 될 것 이므로 “출고 초반기에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그러나 기아 경제연구소 朴源莊 연구위원은 교통사고 위험률이 높은 대도시보다는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 도시 쪽을 목표로 삼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안전도 면에서는 프라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기아 자동차 朴得洙 대리는 주장한다.

“중형화시대 접어들어 시장 불투명”
일본의 경우 지난 60년대 이래 각종 세금 통행료 주차료의 차등적용 등 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펌으로써 90년 말 현재 전국에 6백60cc 이하 경차가 1천5백만 대나 보급될 정도로 대중화했다. 또 승용차가 생활필수품인 유럽에서는 경차의 비율이 더욱 높아 이탈리아에서는 50%, 프랑스에서는 36%가 1천cc 이하의 경차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승용차가 큰차 위주로 발전해와 이미 중형화 시대에 접어들었고, 유럽과는 문화적 차이가 있어 경차시장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여튼 ‘티코’의 시장 반응을 보아 기아는 일본 마쓰다의 기술지원 아래 내년 상반기에 8백cc 경자동차를 내놓고, 현대도 일본 미쓰비시 모델의 경승용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때까지 “작지만 탄탄하고 편리한 친구”의 영어 첫 글자를 딴 ‘티코’와 안전성에 ‘자존심’을 건 ‘ P-차’의 야무진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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