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있는 행정관리출신이 적격”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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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서울시장 누가 될 것인가 - 《시사저널》 · 한국리서치 공동 여론조사

 서울, 거대한 공룡도시. 날마다 쌀 4만4천여 가마와 소 9백여 마리를 먹어치우는 인구 1천50만명의 비대한 도시.

 GNP의 30%, 은행예금고의 58%, 직접세의 60%를 점하고 있으나 총생산액 중 유흥소비성 3차산업의 비율이 그중 높아 61.5%나 되는 왜곡된 산업구조에다가, 주택보급률이 60%에도 못미치지만 자동차는 1백만대가 넘어 매일 교통지옥을 만들어내는 아수라장의 인간단지. 하루에도 4백50여명이 태어나고 1백여명이 죽으며 2백쌍이 넘는 남녀가 결혼, 인구밀도가 전국 평균의 40배를 넘는 세계 5위의 과포화도시.

 서울시장은 괴롭다. 할일은 많은데 땅은 좁고 시간은 없다. 아니 시장 자리는 외로운 자리이다.

 강도 · 폭행 ·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사건이 하루에 8백여건씩이나 발생, 골치를 썩이는 것 말고도 주택 · 인구 · 교통 · 교육 · 쓰레기 처리 등 수많은 문제들이 매일 매일 서울시장의 책상에 쌓인다. 시장으로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임무들이다.

 그래도 시장 자리는 즐겁다. 아니 높은 자리, 폭이 넓은 자리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특별시’인 만큼 시장도 ‘특별’하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4분의 1을 다스리는 서울시장의 권한이나 지위는 옛 ‘한성부윤’에 비길바 아니고, 오늘의 여타 도백이나 시장들과 견줄 일이 아니다. 62년 1월 ‘서울특별시 행정조치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제정으로 서울시가 다른 광역자치단체와는 달리 특수한 법적 지위를 누리고, 중앙부처의 감독권 제한 등 광범위한 특례를 인정받아 왔듯이 서울시장도 그에 걸맞는 막강한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지자제가 활성화될 경우 ‘小대통령’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결코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는 서울시민이 이런 서울시장을 직접 뽑게 됐다. 비록 60년에 초대 서울시 민선시장으로 金相敦씨(당시 민주당)를 선출했던 바 있지만 곧이은 5 · 16쿠데타로 민선시장에 의한  시 행정의 운영은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따라서 91년 상반기에 지자제 선거에 의해 뽑히는 서울시장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민선시장시대의 신기원이라 부를 만하다.

 서울시장의 선출은 이제 코앞에 닥친 문제이다. 비록 일년여의 기간이 남아 있지만 선거의 중요성에 비추어본다면 제도정비며 수행해야할 과제 등 시간이 촉박하다.

 대망의 서울시장은 과연 누가 될까. 서울시민들은 어떤 사람이 서울시장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시사저널》에서는 <한국 리서치>와 공동으로 서울시내 전역 20세 이상 60세 미만의 서울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 정도, 서울시장의 당면 과제, 서울시장에 적합한 경력이나 인품, 시장 출마예상자에 대한 지지도 등을 알아보았다.

 서울시장 직접선거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묻는 질문에 “관심이 매우 많다”는 응답자가 17.3%, “관심이 많은 편이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42.9%를 나타내 총 60.2%가 시장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밖에 28.6%가 “관심이 적은 편이다”, 11.1%가 “전혀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민선시장이 제일 먼저 손을 대야 할 문제는 어느 것인가.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서울시의 당면과제는 교통문제(54.2%)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범죄대책(39.2%), 주택난(36.7%), 도시 빈민(16.4%), 공해(15.2%)의 순서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육문제(11.2%)와 퇴폐향락문제(10.9%)도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여준 항목이다. 이는 다음 시장으로 누가 선출되든지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라 여겨진다.

 교통문제는 대졸 이상으로 월1백10만원 이상의 소득자, 사무 전문행정직에 종사하는 20대와 50대의 남자들이 특히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소속 정당보다는 인물을 중시
 서울시장으로서는 이런 문제들을 당연히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에게는 인격과 품위이외에 문제를 해결할 추진력과 수완이 요구되기도 한다. 서울시장에 알맞은 사람은 과연 어느 분야의 사람이어야 할까.

 응답자(복수응답) 중 많은 사람은 행정관리 출신(56.9%)을 시장 적격자로 지목했다. 다음으로는 언론인 출신(44.8%), 학계 · 교육계 출신(44.6%), 경제인 출신(40.7%)의 순서를 보여준다. 언론인과 학자가 시장 적격자로 상위그룹에 나타난 것은 매우 주목되는 현상이다.
 이 항목은 또한 어떤 사람이 시장으로 부적격한가도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 군 출신(81.8%), 재야운동권 출신(62.9%), 성직자(56.4%), 문화 · 예술계 출신(54.3%), 정치인(47.1%)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시장에게 기대하는 인품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96.8%)을 제일로 꼽았고 그 다음으로 “시 발전에 기여할 사람”(95.2%), “청렴결백한 사람”(91.2%), “행정능력이 뛰어난 사람”(89.4%), “약자 편에서 일할 사람”(89.1%)을 생각하고 있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나 정치적인 수완이 있는 사람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대를 보였다.

 그동안 서울시 행정이 복마전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았던 점을 상기하면, 믿을 수 있고 청렴결백한 인품이 시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의 4당구조하에서는 어느 당의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뽑히느냐에 따라 그 당의 입지가 확연히 결정되고 나아가서는 92년의 국회의원선거, 93년의 대통령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각 당마다 총력을 기울일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91년 서울시장 선거는 黨運을 결정할 한판 승부처로서 4당에 대한 중간평가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민선 서울시장에 뽑히는 일은 그만큼 대통령이 되는 길에 한 발짝 먼저 나간 것이기도 하다.

 서울시장 선거의 후보로서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아직 없다. 그동안 지방자치를 두고 말만 무성했지 실제 법이 통과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각 정당이나 정계에서도 구체적으로 인물을 거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80년대의 마지막 국회에서 여야 합의하에 지방자치제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이제는 각 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서울시장을 향한 행보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각 당에서 중진급 이상의 의원들은 저마다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공개적으로 벌일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 자천 혹은 타천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은 민정당의 경우 高建 현 서울시장, 南載凞 중앙위 의장이 거론되고 있고 평민당에서는 盧承煥 국회부의장, 趙世衡의원 등이 물망에 오른다. 또한 민주당에서는 金東圭 정책위의장, 黃秉泰 총재특보 등이, 공화당에서는 具滋春 전 서울시장(16대) 이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밖에 무소속에서는 洪思德씨가 꼽히고 있다.

 高建시장은 호남 출신(전북 옥구)이고 현 서울시장이라는 점 이외에도 내무부 사무관으로 출발, 전남지사, 교통부장관, 농수산부장관, 내무부장관 등 행정 각부를 두루 거쳤으며 12대 의원(민정)까지 지낸 경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본인도 민선시장을 겨냥, 나름대로 의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南載凞의원은 제헌국회 이후 유일한 서울지역 4선 여당의원이라는 기록에다 민정당 서울시위원장을 6년째 맡고 있다는 점, 서울신문 주필까지 지낸 당내 일급의 논객이라는 사실 등으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시장후보감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지역연고(충북 청주)가 불리하다는 등의 현실적 이유를 들어 불출마의사를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만 17석의 의석을 보유, 어느 당보다도 서울에서 자신이 있는 평민당은 그만큼 시장후보들이 많기도 하다. 먼저 盧承煥의원의 경우 마포 · 용산 지역에서만 5선을 한 서울 토박이이고 현역정치인 중 지방자치의 경험을 가장 많이 쌓았다는 사실이 최대 강점이다. 盧의원은 1953년 지방자치하의 민선동장을 거쳐 서울시의회 1,2대 의원을 지낸 서울지역 지방자치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본인 자신부터가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서울시장 자격요건 1번”이라고 말하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평민당 서울시지부장을 걸고 趙尹衡의원과 경선을 벌였던 趙世衡의원은 경선 결과, 趙尹衡의원에게 졌음에도 불구하고 호남 출신(전북 김제)에다 한국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경력, 평민당 국제위원장으로 야당외교의 창구역을 맡고 있다는 사실 등을 내세워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金東圭의원은 비록 2선에 불과하지만 2 · 12총선에서 전국최다득표(강동 갑)로 의정생활을 시작한 데다가 재무부, 상공부, (株)대우 사장을 거치는 등 야당에서는 보기드문 관 · 재계 경력으로 시장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黃秉泰의원은 金泳三총재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브레인으로 경제기획원 차관보와 외국어대 총장을 지낸 경력과 신정치 1번지인 강남 갑구에서 당선된 중산층 선호형이라는 점이 무기가 되고 있다.

 공화당의 具滋春의원은 제주 · 경북지사, 서울시장, 내무부 장관 등을 지낸 경력이 유리하게 평가되고 있다.

 洪思德 전 의원은 현재 유일하게 시장출마를 공언하고 있다. 洪씨는 “현재의 지역정당 구조가 뿌리를 내릴 경우 대한민국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면서 “서울시장 선거도 역시 지역색에 의한 ‘고향찾기 캠페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그런 현상을 깨기 위해서라도 시장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민들은 위에 거론된 인물들을 포함, 과연 누구를 서울시장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1천명의 응답자들은 洪思德, 趙世衡, 高建, 具滋春, 盧承煥, 金東圭, 南載凞, 黃秉泰씨의 순위로 지지도를 나타냈다. 언급된 8명 이외에 李鍾贊, 朴燦鍾, 盧武鉉, 奉斗玩씨 등이 소수의견으로 거론되었다.

 이를 지지하는 그룹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洪思德씨의 경우는 여자, 30대 이하, 경상 · 경기 · 충청도 · 출신, 대졸 이상, 월소득 90만원 이상자, 학생과 주부, 11년에서 20년가량 서울에서 거주한 사람 등이다. 趙世衡의원의 경우에는 20대와 40대, 대졸, 생산노무직, 50만원 미만 소득자, 전라도 출신, 서울거주 11년부터 20년 사이, 강북 거주자 등에서 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高建시장은 50대, 국졸, 서비스업, 50만원 미만자, 경기 · 강원출신 서울거주자 20년부터 30년사이, 강북거주자들이 보다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다.

 지지자 선정에 있어서 인물과 정당 중 어느 요소가 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6.0%가 인물을 더 중요한 선정요인으로 생각했고 이런 현상은 남자, 대졸자, 고소득자들에게서 보다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정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지지자를 선택한 사람들의 경우, 洪思德씨를 지지한 이유는 솔직, 신뢰, 정의롭기 때문의 순. 洪씨가 이번조사에서 1위의 지지도가 나타난 이유는 최근까지 계속된 MBC 라디오프로인 ‘시사칼럼’을 통해 지명도를 높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趙世衡의원은 신뢰, 솔직, 정의가 지식과 경험이라는 항목과 동일하게 나왔고, 高建시장은 지식, 경험이 다른 항목보다 높게 평가됐다.

 인물보다는 정당을 보고 지지자를 선택한 경우, 趙世衡의원이 가장 많은데 그 이유는 서민을 대변해줄 것으로 믿는 기대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당의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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