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관광’ 환경에 무해한가
  • 장 미셀 쿠스토 (쿠스토협회 수석부회장) ()
  • 승인 199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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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나는 한 여행안내서를 훑어보다가 ‘생태 관광(ecotourism)’이라는 복합어가 두 개념을 나누는 붙임표(하이픈)도 없이 한 낱말이 되어 이탤릭체로 쓰인 것을 보고 놀랐다. 최근 발명된, 장사꾼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낱말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나는 언짢은 마음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이 조합은 잘됐다고 해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동반자를 모아둔 꼴이며, 심지어는 정반대 개념을 연결해 놓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낱말 사이에 넣는 붙임표는 작은 기호지만 많은 뜻을 담는다. eco와 tourism 사이에 -가 들어간다면, 그것은 이 복합어가 얼마나 빈약한 결합인가를 되새기게 하고, 아직 두 개념 사이의 문제가 다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우리로 하여금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일깨울 수 있다.

 새로운 여행 행태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육체적 휴식뿐만 아니라 문화적 자극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여행을 바라는 관광객이 점차 는다. 그들은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 낮선 지역의 생태계를 탐험하는 특이한 경험을 원한다. 과연 우리는 ‘환경에 무해한 관광’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는가. 지금은 그 붙임표를 떼어버려도 좋을 때인가.

 관광업은 지구상에서 엄청나게 규모가 큰 사업 중의 하나이다. 미국 관광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관광시장은 무려 3조5천억달러 규모를 넘는다. 이는 지구 전체 GNP의 6%에 해당한다. 관광업은 세계 소비자들이 쓰는 돈의 13%를 빨아들인다. 식료비 다음으로 많은 분량이다. 미국 관광협회 얼린 코지 회장은 현재 1억2천7백만명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이 숫자가 두배로 늘고 관광업은 세계 최대의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음 10년 동안에는 해마다 5억명 이상이 관광지를 찾아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그들 중 ‘생태 관광객’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선박 쓰레기도 재활용해야 한다
 관광업이 지역 경제나 사회 구조, 생태학 등에 미치는 영향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관광업계는 이같은 관광객의 쇄도를 앞두고, 관광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느라 정부 당국과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다.

 미국 관광협회는 ‘생태 관광의 십계명’이라는 제목의 지침서를 배포했다. 여행사 호텔 항공사에 배포된 이 지침서에서 협회는 환경을 파괴하는 책임이 관광객에게 있다는 점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로 만든 제품을 사지 않도록 강조했다.

 깨끗한 바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전세계 항로의 90% 이상을 관장하는 국제항로위원회는 바다가 더럽혀지는 것을 염려하여 선박의 왕래를 거부할지도 모를 가능성을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배 안에서의 자원재활용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의 선박은 설계에서부터 엄격한 쓰레기 관리 구조가 반영된다. 또 선원들은 환경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쓰레기를 폐기하는 과정에 대해 교육받는다. 게다가 환경에 대한 관심은 안내 방송과 책자를 통해 승객에게도 전파된다. 마찬가지로 항공사나 대형 호텔도 재활용 프로그램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환경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규에 따르는 것이 관광업자의 일차 관심사는 아니다.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휴양지를 만들기 위해 암초가 폭파되고, 화려한 호텔을 짓느라 울창한 티크나무가 베어져 나갔다. 습지가 공항으로 변하고, 경작지는 관광 수요 때문에 농민의 재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값이 뛰었다. 관광객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황폐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기는 첩지 않다.

 물론 이같은 개발의 소용돌이를 감시하는 바람직한 사례도 있다. 최근 한 여객선 승무원들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현장을 비디오로 촬영, 고발한 사례는 책임 있는 실천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사례는 또 배 위에서의 쓰레기 처리 과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관광업은 지역사회와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나는 내 붙임표를 고수할 것이다. 어떤 경험 많은 여행가가 말했듯이 보존은 언제나 현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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