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장관’ 선두
  • 문정우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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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언론인과 문화계 인사 가운데 언론사 경영주나 문화부장관을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시사저널》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인 가운데서는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과 박권상 《시사저널》 고문, 문화계 인사 중에서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신영균 예총회장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지목됐다.

언론인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김대중 주필(13.4%)은 87년부터 <조선일보>에 ‘김대중 칼럼’을 연재해오면서 정국이 안개에 휩싸일 때마다 독특한 분석력으로 복잡한 사안을 단순하게 그려내곤 했다.

김주필은 자기가 언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지목된 데 대해 “사회 지도층인 사람들을 두루 만나보고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정리해 보려고 노력한 것이 다소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라고 얘기한다. 최근에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보수와 혁신이 ‘헤쳐 모이는’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글을 써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 김주필은 “이제 우리 언론인들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빙빙 둘러 말해온 타성을 버리고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도록 애써야 한다”라고 말한다.

때로는 재야와 학생 운동권을 맹렬히 비판해 그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김주필은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논리 없는 비판, 욕지거리와 같은 비난은 참아내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요즘 들어 부쩍 김영삼 정부의 개혁에 대해 비판하는 말을 많이 쏟아내고 있는 김주필은 “요순시대가 다시 올지라도 언론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언론인 중 두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에 뽑힌 박권상 고문(9.2%)은 주요 일간지에 소속돼 있지 않으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주목된다. 특히 박고문은 정계 인사(16%)와 20대(11.2%)로부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혔다. 박권상 고문은 그동안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면서 《시사저널》과 각 일간지 칼럼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의회민주주의 확립과 언론 독립임을 역설해 왔다.

언론계 인사 가운데에서는 안병훈 <조선일보>편집인, 이윤성 KBS 앵커, 엄기영 MBC 앵커, 김중배 <한겨레신문>사장 등이 4.5~9.0%에 이르는 평가를 받았는데, 인쇄매체 종사자들이 대부분 상위를 차지한 것이 특징이다. 문화계 인사로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12.8%)이 단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씨는 장관 재직 시절 ‘이벤트 장관’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문화를 대중의 생활에 접목하는 데 주력했다.

문화부 관료들에게 “상상력을 가져라” “이익을 주는 행정보다 감동을 주는 행정을 생각하라”고 주문하며 대도시의 문화 소외지역인 달동네의 빈터를 문화 공간으로 꾸미는 ‘쌈지 마당’, 대형 버스에 책 그림 문화재 등을 싣고 벽지 학교와 교도소 등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문화프로그램’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기획했다. 이 전장관은 ‘문화부는 상아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널리 인식시켰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 인사로는 이 전장관에 이어 예총회장 신영균씨, 영화감독 임권택씨, 작가 이문열씨, 음악가 정명훈씨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대중스타인 최진실 ·조용필 씨, 서태지와 아이들도 10위권 안팎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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