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뒤처리 ‘현장’이 해결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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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잘해야 ‘피해증명’가능 … 경찰 조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자동차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고 또한 크게 늘고 있다. 자동차 보유대수에 대비한 사고발생률 세계 1위라는 ‘위험한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셈이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불의의 사고에 대비, 처리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차를 세워야 한다. 다친 사람이 있으면 우선 병원에 보내고 그 다음 파출소에 신고해야 한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사고 발생 3시간 이내에 경찰에 신고해야 하고 지방은 12시간 이내에 신고하면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도로교통법 50조에 의해 2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을 내게 되고 ‘뺑소니’로 간주될 수도 있다.

 잘못을 정확하게 가리는 것은 사고처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도로교통안전협회 교통사고연구실 張東郡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현장보존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장보존이 되어 있어야 타이어자국에 따른 타이어 마크분류, 파편종류(유리조각, 떨어진 범퍼조각, 흙먼지 등), 차량의 부서진 상태, 차량램프 등으로 과학적인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흙먼지가 집중적으로 떨어진 곳이 주로 충돌지점이며 상향등이 켜져 있으면 상대방이 눈이 부셔서 일어난 사고라는 단서가 잡힌다는 것이다. 또 증인을 잘못 세우면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단 탑승자는 증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흔히 발생하는 몇가지 사례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떻게 판별되는지 알아본다.

■사례1: 처음엔 2개 차선으로 나뉘어 있다가 한 차선으로 좁혀지면서 회전하도록 된 곳에서는 흔히 충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는 차선이 없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리기가 어렵다. 원칙적으로는 안쪽으로 회전하는 차에 우선권이 있다. 앞범퍼끼리 부딪쳤거나 바깥쪽 차선에서 진행하던 차의 앞문이 망가졌으면 바깥쪽차의 잘못이 인정된다. 반대로 바깥쪽 차선으로 진행하던 차의 뒷문이 망가졌다면 바깥 차선의 차가 이미 차선을 변경했다고 판단되므로 안쪽 차의 ‘전방주시 태만’이 인정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기가 어렵다고 생각되면 차바퀴자국을 일단 스프레이나 분필로 그려 현장을 보존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사례2: 서울 크라운호텔 앞은 사고 다발지역 중의 하나이다. 이곳은 지하도에서 올라가는 길과 삼각지에서 반포대교로 가는 길이 만나게 돼 있다. 삼각지에서 오다보면 차선이 슬그머니 없어져버려 끼어들기를 해야한다. 지난 3월 삼각지쪽에서 달려오던 李銀成(39·서울 양재동)씨는 좌회전을 하여 오산고등학교쪽으로 가려고 차선을 바꾸다가 반포대교로 달려가는 차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는 차선변경을 시도한 차가 잘못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과속운전을 확인할 수 있으면 처벌을 경감하는 데 다소 보탬이 될 수 있다.

■사례3: U턴을 할 수 없는 장소에서 차를 돌리면 사고 위험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金基周(47·서울 포이동)씨는 4차선 도로의 중앙분리대가 끊긴 곳에서 회전했다. 회전할 수 있는 장소는 그보다 3백m앞이었지만 차가 밀려 그냥 돌리고 만 것이다. 마침 고갯길이어서 차선변경이 불가능한 곳이었으나 한 차가 차선변경을 시도하고 있었고, 김씨는 이 차에 들이받혔다. 이것은 쌍방이 모두 교통법규를 어긴 쌍방과실의 경우이다.

■사례4: 최근에는 3중추돌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운전경력 1개월째인 초보운전자 朴美愛(26·서울 아현동)씨는 앞차가 갑자기 서는 것을 보고 급제동을 했다. 차간 거리를 충분히 둔 덕택에 다행히 멈출 수는 있었으나 곧 뒤에서 “쿠쿵”하고 부딪쳐오는 소리를 들었다. 3중추돌이었다. 이 경우 박씨는 분명한 피해자지만 그의 한마디는 가해자를 가려내는 데 매우 중요해진다. 그가 부딪치는 소리를 “쿵 쿵” 두번 들었다면 일단 바로 뒤차에 받친 뒤 다시 맨 뒤차에 의해 또한번 받쳤다는 얘기가 된다. 이럴 때에는 안전거리 미확보가 적용되므로 맨 앞차는 중간차로부터, 중간차는 맨 뒤차로부터 배상을 받게 된다. 한번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면 맨 뒤차에 의해 그 충격이 앞차에까지 미쳤다는 증거이므로 맨 뒤차가 다 물어주어야 한다.

민사책임은 운전자·차주 연대책임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되면 각자의 입장에 따라 취해야 할 조처가 달라진다. 우선 가해자가 알아두어야 할 일을 인사사고의 경우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형사책임은 가해차량의 운전자에게만 해당되고 차주와는 무관하다. 피해자가 사망하면 보험가입에 상관없이 대부분 사고를 낸 운전자는 구속된다. 경찰은 피해자나 목격자의 진술서와 실황조사서를 작성하게 된다. 실황조사서는 일종의 현장검증 같은 것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한번 작성되면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만약 경찰이 진술을 강요할 때에는 묵비권 내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경찰에서 작성된 조서는 반드시 읽어보고, 맞지 않으면 정정을 요구하고 정확히 된 경우에만 서명날인해야 한다.

 피해자는 우선 가해자가 운전면허를 소지했는지, 보험에 들었는지, 자기 소유의 차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잇다. 손해배상액은 피해자의 나이, 월소득, 부상의 정도에 따라 정형화돼 있다. 대한손해보험협회 盧承睦 대리는 “배상 산정기준은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것으로 가정, 무직자라도 월 40만2천5백원의 소득을 인정해준다.”고 설명한다.

 민사책임은 운전자와 차주의 연대책임이므로 가해자가 차주가 아니어도 차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 가해자측이 제시한 배상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아세아태평양변호사협회의 金大成 변호사는 “작년말부터 증거자료를 한꺼번에 다 제출하는 ‘집중심리제’로 소송기간이 짧아지자 재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 재판으로 이길 경우 보험사 지급기준보다 1.5~2배를 받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착수금이 50만~1백만원 정도이며 사건 완결시 받은 배상액의 10~20%를 성공보수로 지급하게 된다.

 뺑소니사고의 경우 운전사를 잡지 못했다하더라도 대한손해보험협회에 서류를 갖추어 제출하면 사상5백만원, 부상3백만원까지 배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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